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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시아 Nov 23. 2020

글쓰기

글을 짓는 체(文之體)가 셋이 있다. 첫째는 '간결함'(簡)이요, 둘째는 '참됨'(眞)이요, 셋째는 '바름'(正)이다. 하늘을 말할 때 '하늘'이라고만 표현하고, 땅을 말할 때 '땅'이라고만 하는 것을 일러 '간결함'(簡)이라 한다. '공중을 나는 것은 물에 잠길 수 없고, 검은 것은 희게 될 수 없다'라고 하는 이것을 '참됨'(眞)이라 한다. '옳은 것을 옳다' 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라고 분명하게 말하는 것을 가리켜 '바름'(正)이라고 한다. 그러나 미묘한 마음은 글로써 드러나게 마련이다. 글이라는 것은 자기 뜻을 드러내어 남에게 알리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간결하게 말하는 것으로 부족하다 싶으면 말을 번거롭게 하여 구체적으로 펼치고, 참되게 말하는 것으로 부족하다 싶으면 사물을 빌려 적절하게 비유하며, 바르게 말을 하는 것으로 부족하다 싶으면 뜻을 뒤집어서 깨닫게 하는 것이다. 번거롭게 하여 구체적으로 논지를 펼치는 것은 속됨(俗)을 싫어하지 않는 까닭이며, 사물을 빌려다 비유하는 것은 기이한 것을 싫어하지 않는 까닭이며, 뒤집어 깨닫게 하는 것은 격한 것(激)을 병으로 여기지 않는 까닭이다. 그런즉 '간결함'(簡), 참됨'(眞), '바름'(正) 이 세 가지가 아니면 글쓰임이 통하지 않아 뜻하는 바 문장의 요지가 확립될 수 없는 것이다.  -김매순(金邁淳,1776~1840, '三韓義烈女傳序' 삼한의열녀전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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