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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시아 Jun 02. 2021

추측과 오해

달마대사는 "마음, 마음, 마음이여, 참으로 알 수 없구나. 너그러울 때는 온 세상을 다 받아들이다가도 한번 옹졸해지면 바늘 하나 꽂을 자리가 없으니."라고 한탄했다고 한다. 용서 못한다는 것은 마음이 옹졸해졌다는 것이다. 마음이 옹졸해진 것은 옹졸해지고 싶어서 옹졸해진 것이 아니라, 상처를 받으면 받을수록 그만큼 오그라진 탓이다. 우리가 용서하기 어려운 사람 중 대다수는 한때 얼마나 우리와 다정한 사이였던가! 상처는 친밀감을 먹고산다고 한다. 한때 다정했던 사람, 신뢰했던 사람이 상처를 주었기에 이제는 바늘조차 꽂을 수 없을 만큼 마음이 오그라든 것이다. ...사소한 상처에서 헤어나려면 추측하지 말아야 한다. 추측하면서 상대방과 상황을 내멋대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다른 이들을 오해하고 멋대로 판단하고 상처받고 있는가. 내가 상대방을 오해하는 만큼 상대도 나를 오해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대부분 그런 오해는 나와 그 사람 사이의 행동방법이나 표현방법 또는 생각하는 순서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모르거나 무시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송봉모('상처와 용서', 바오로딸,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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