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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시아 Jun 2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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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소설을 쓰는 소설가로 산다는 것 자체가 구도적인 행각이라는 것은 나는 알아차렸다. 공작새 수컷은 세상을 향해, 꼬리와 날개를 부챗살처럼 펴서 무지개 색깔의 홀로그램 문양을 과시할 때 항문이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실패는 중요하지 않다. 당신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채플린의 말에서 용기를 얻었다. 글을 쓰는 일은 자기가 읽어낸 우주의 율동, 자연의 섭리 혹은 신의 뜻을 독자들에게 누설하는 것, 천기누설이다. 다산 선생이 그랬듯 “君子著書傳 唯求一人知之(군자저서전 유구일인지지)”, 나는 나의 뜻을 알아주는 단 한 사람을 위하여 소설을 쓴다. 나는 살아 있는 한 글을 쓰고 글을 쓰는 한 살아 있을 것이다.


-한승원(한승원 자서전, 『산돌 키우기』, 문학동네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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