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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시아 Jul 23. 2021

자기계발서

자기계발과 경제·경영은 사실상 같은 범주다. 과거 경영이라는 분야의 책들은 생산성 증대를 위한 논의나 마케팅 기법 등 전문서로서의 의미가 강했지만, 지금은 기업의 경영기법을 인간의 생애과정에 적용해 '노동자가 스스로에게 최면적인 동기를 부여하게끔 하는 미사여구의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는 내용이 사실상 전부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기계발과 성공의 간격이 이처럼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아니 '그렇기에' 강조되는 것은 늘 '자기계발'이라는 점이다. 즉, '문제의 극복이 가능하다'는 자기계발의 논리가 사실은 평생 '극복만 주문'받는 개인을 만들어버린다. 이십대는 불안하니까 자기계발 담론을 받아들여 위기를 넘어서려 하지만, 불행히도 그 불안한 상태는 계속 유지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도돌이표처럼 갇혀버리는 것이다. 모두가 이 자기계발의 수행에 동참하면 그 어마어마한 참여자들 덕택에 성공하는 '하나의 사례'는 또 발견될 것이고, 이는 '가능성'의 객관적 증거로 활용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희박한 성공의 가능성이 표면화 될 때,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수천·수만의 사례는 '노력 부족'이라는 말로 간단하게 정리 처분된다. 이렇게 좌절하는 자아가 많아질수록 자기계발서 시장은 더 커진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 노골적으로 말해, 자기계발서를 읽었다는 건 '낚였다!'의 다른 말인 것이다. -오찬호('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개마고원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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