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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시아 Sep 09. 2021

이해불가


내가 평생 동안 두고두고 생각했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두 가지 있다. 나는 하루도 독서를 안 한 날이 없다. 그러나 배우고 익혀서 아는 것은 비록 많을지라도, 이치에 합당하지 못하게 일을 처리할 때도 많았고, 내 마음먹은 대로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던 적도 많았다. 그런데 ①평생토록 글 한 자도 제대로 읽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일마다 이치에 합당하다고 여기는 저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공부를 하였기에 그러한가? 내가 스스로를 돌아보면 때때로 천박한 속물 짓을 곧잘 하는지라, 미천한 종에게조차 부끄러운 점이 많이 있다. 하지만 남들은 나를 볼 때 그래도 가증스럽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②남들에게 미움을 받아 언행이나 모습이 좋지 못하다고 지목받는 저 사람들은, 그 마음이 대체 어떤 상태인 것일까? 그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이 두 가지가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성대중(成大中, 1732∼1809), 청성잡기(靑城雜記) 제4권/ 성언(醒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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