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글은 내 글 이상도 이하도 아닌 정확히 나의 글이다. 왜냐하면 내 글은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이성복, 시론(詩論)집 『무한화서』).
나는 상업 작가를 꿈꾸거나 글로써 개인적 이익 혹은 유명세를 바라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글을 쓰는 데에는 비교적 자유롭다. 독자의 입맛에 맞추려 교언영색하거나 미사여구의 감상을 남발하지도 않고, 독자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더욱이 공감 같은 것에 전혀 연연해하지도 않는다. 나는 내가 쓰고 싶을 때, 쓰고 싶은 글을 쓴다.
우연한 기회에, 작가가 되기를 희망하는 어떤 이를 격려하기 위해서, 얼결에 시작한 브런치가 만 4년이 되었다. 브런치에는 내가 직접 배우고, 이해하고, 익히고, 경험하고, 거기에 더하여 스스로 생각한 것을 주로 올린다. 내 생각을 내 마음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서다. 기고문이든 블로그든 브런치든 가능한 한 '정직한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기왕이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유익한 글'을 쓰려고 한다.
브런치에는 네이버 블로그의 '혼잣말(허튼소리) 카테고리'의 글들이 대부분이다. 요즘은 틈틈이 배움 혹은 독서 중에 간혹 마음에 와닿거나 내 알량한 양심을 은근히 찌르는 글들을 짧게 간추려 브런치를 채우고 있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생각하는 것이 게을러진 탓이다. 브런치의 작가 서랍에는 아직도 고치고 다듬어야 할 내 글들이 쓰레기처럼 쌓여 있다.
필립 로스는 그의 소설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자신이 좋은 사람임을 증명하고자 하는 예술가의 욕망보다 예술에 더 사악한 효과를 미치는 것도 없다. 관념론의 끔찍한 유혹이지! ".
내가 글을 쓰면서 눈치를 보고 또 공감하기를 바라는 대상은 오직 내 양심뿐이다. 나는 내 민낯을, 내 그림자를, 내 도량을, 내 역량을, 그 어느 누구보다도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내가 배움에 대해서 지식에 대해서 경험에 대해서 그리고 사람에 대해서 나 스스로 겸손을 유지하게 만드는 시금석이기도 하다.
문학평론가인 국문학자 박동규 선생은 '글의 정직성'을 강조하면서 그 요건을, "첫째, 드러내고자 하는 내용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내용을 잘 정리하고 파악해야 한다. 둘째, 글의 소재가 되는 사물에 관한 지식이나 사실에 근거를 두고 상상을 펼쳐 나가야 한다."라고 주장하였다. 같은 맥락에서 인문 번역가인 남경태 작가는 "진심보다 더 강력한 힘은 없다. 철저하게 아는 것만 쓰고, 행여 틀리면 고치면 된다. 아는 척하면서 쓰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라고 하였다.
4년 전 2017년 연말에 당시 브런치 작가가 대략 2만여 명이었다고 알고 있다. 4년이 지난 현재 4만 7천 여명의 브런치 작가가 존재한다고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4년 전 그때나 지금이나 좋은 글, 정직한 글은 여전히 귀하다. 그럼에도 글쓰기를 진심으로 원하는 브런치 작가들이 꾸려가는 브런치는 네이버 블로그보다는 훨씬 낫다. 각설하고, 내 비록 4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속물근성에서 자유롭지 못한 우졸(愚拙)한 사람일지라도, 새로이 다가오는 2022년에 이왕이면 글만큼은 더욱 '정직한 글'을 쓰고 싶다. (2021.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