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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시아 Jan 12. 2022

저주받은 사람들

식민지 상황 속의 원주민은 자기들끼리 서로 증오하며 싸운다. 그들은 서로를 은폐막이로 이용한다. 자기 민족의 진짜 적이 누구인지를 이웃이 보지 못하게 하는 가림막의 역할을 서로 하는 것이다. 하루 열여섯 시간의 고된 노동이 끝난 원주민은 집에 돌아와 쓰러지듯 녹초가 된 몸을 자리에 눕힌다. 그러나 천으로 구획된 방의 맞은 편에서 아이가 울어댄다. 결국 그의 잠을 방해한다. 마침 그 아이도 어린 알제리인이다. 원주민은 상점으로 가서 외상으로 밀가루 약간과 기름 몇 방울이라도 얻으려 시도한다. 하지만, 이미 상점 주인에게 수백 프랑의 외상 빚이 있는 터라 일언지하에 거절당한다. 그의 마음속에서는 증오심이 왈칵 솟구쳐 오른다. 발걸음을 돌리는 그의 눈빛엔 당장이라도 상점 주인을 죽일듯한 살의가 번뜩인다. 그 상점 주인 역시 알제리인이다. 몇 주일 동안 일거리를 구하지 못한 원주민은, 어느 날 그동안 밀린 세금을 내라며 닦달하는 관리를 만난다. 유럽인 행정관을 증오할 만한 호사도 누릴 수 없는 그는, 그 관리를 증오의 대상으로 삼는다. 관리 역시 알제리인이다. -프란츠 파농('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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