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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시아 Jan 15. 2022

마음

내 눈으로 보고 내 귀로 들었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믿지 못할 것은 눈이요 귀다. 사실 보는 것은 눈이 아니요 듣는 것은 귀가 아니다. 마음이지. 마음이 맑으면 맑은 것이 뵈고 마음이 흐리면 흐린 것이 뵌다. 그렇건만 생각 없는 마음은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마음을 모른다. 마음을 모르기 때문에 눈을 보는 것으로 알고 귀를 듣는 것으로 알아 거기다 모든 것을 맡겨버린다. 그러나 눈과 귀는 하나의 기관이요 자주(自主)하는 힘이 없다. 그러므로 이랬다저랬다 한다. 그러므로 자유가 없다. 마음이 주인인 줄 아는 사람은  마음 맑히기를 힘쓰고 마음이 맑아서 보면 '참'이 보인다. 어떤 것이 맑음이요 어떤 것이 흐림인가? 전체의 '참'을 볼 수 있는 눈이 맑은 눈이요, 전체를 모르고 부분만 보는 눈은 흐린 눈이다. 나만 아니라 남을 아는, 이제만 아니라 영원을 바라는 마음으로 보면 역사는 결코 사납고 강한 자의 것이 아니고 착하고 부드러운 자의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소경에게 빛을 말할 수 없듯이, 믿지 않는 자에게 정신의 세계를 말할 수 없다. 열린 마음은 어떤 마음이고 닫긴 마음은 어떤 마음인가? 먼저 먹은 술이 좋다 해서 새술은 입에 대지도 않으려는 것이 닫힌 마음이요, 진리에다 무한성(無限性)을 허락해서, 내 아는 것은 요것이지만 그 밖에도 얼마든지 넓은 것이 있을 것이다 하여, 새로 더 배울 생각을 하는 것이 열린 마음이다. 하나는 종의 마음이요, 또 하나는 아들의 마음이다. 하늘나라를 지키잔 것은 종이요, 하늘나라를 내 집으로 내 마음대로 쓰잔 것은 아들이다. 종놈들은 문간에서 지켜라, 우리는 마음대로 뒤져 그 속을 알고 불편이 있으면 고치고 부족하면 더 지으면서 살리라! 


-함석헌(전집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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