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용어 중에 '패착(敗着)'과 '자충수(自充手)'란 용어가 있다. 패착은, "바둑에서, 그곳에 돌을 놓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 판에 지게 된 악수(惡手)"를 의미한다. 즉, 자신이 한 행동에서 가장 나쁜 결과를 가져온 원인이 바로 '패착'이다. '자충수'는 "스스로 행한 행동이 결국에 가서는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으로, 이번 20대 대선 결과는 온전히 민주당의 패착이요, 자충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설마 했지만 결과가 그것을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낙연을 중심으로 하여 180석으로 거대 여당의 정점을 찍었던 민주당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 주변을 둘러싼 청와대 보좌진과 참모들, 이들이 그간 촛불 개혁, 세월호 문제, 공수처 입법 과정, 검찰개혁, 조국 사태, 개혁입법, 국회의장, 민주당 경선 과정, 등등에서 보여준 상식을 벗어난 정치행태, 거대 집권 여당인 민주당 전체가 마치 무언가의 약점을 잡혀 누군가에게 코를 꿰인듯한 미심쩍은 정치적 행보들이 그렇다.
이들은 국민이 하라는 개혁은 하지 않고 단지 개혁의 문고리만 잡고 오직 시늉만 하며 오로지 자기 보신의 정치만 다지는 듯한 수상쩍은 태도를 보인 게 전부다. 더욱이 이번 대선 운동 과정에서 이상하리만큼 적극적이지 못하고 한결같이 수동적이었던 민주당 수뇌부들의 움직임은, 한갓 필부의 졸한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대표가 대가리(?)가 깨지는 불상사를 당하게 된 그 속사정을 이제야 알 듯하다.
정말 이상하지 않는가? 임기 말 대통령 지지율 45%의 정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세계 선진국 대열에 당당히 올라선 정권하에서 말이다. 정말 이상하지 않는가? 과거 18대 대선 박근혜의 51.6%의 득표율이 그렇듯이 정말 신기하게도 20대 대선에서 메이저 방송 3사의 출구 조사 득표율이 최종 득표율과 거의 일치하는 묘한 상황이 말이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사회에서,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온통 사이비화, 무속화, 물신숭배의 기복신앙화, 일인 기업화, 이익집단화, 정치세력화, 우상화된 종교는, 주술 대통령, 친일 극우 대통령을 다시 만드는 데 큰 몫을 했다고 본다. 이는, 내가 비록 한갓 필부에 불과한 졸한 사람이지만, 기독교인인 나를 심히 부끄럽게 만들 뿐만 아니라 더 이상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대목이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정치 경제학자인 헨리 조지는 『진보와 빈곤, 1879』에서 다음과 같이 통찰했다. "부패한 민주정에서는 언제나 최악의 인물에게 권력이 돌아간다. 정직한 양심이나 애국심은 압박받고 오직 비양심만이 정치적 성공을 거두기 때문이다. 국민성은 오직 권력을 장악하는 인물, 즉 국가의 권력을 장악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그 권위를 인정받고 존경받게 되는 인물의 특성을 점차 닮게 마련이다. 그 결과로 국민의 도덕성이 타락한다. 자유롭던 민족이 결국은 노예 상태로 전락하는 것은, 기나긴 역사의 파노라마 속에서 수없이 되풀이된 역사적 사실이다. 가장 미천한 지위의 비양심적인 최악의 인물이 부패를 통해 부와 권력에 올라서는 모습을 늘 보게 되는 곳에서는, 국민들은 부패를 묵인하다가 급기야 부패를 부러워하게 된다. 다시 말해 부패한 민주 정부는 국민을 부패시킨다. 국민이 부패한 나라는 되살아날 길이 없다."
스코틀랜드의 작가 새뮤얼 스마일스는, 『자조론(Self-Help, 1845)』에서 이렇게 통찰했다. “한 나라의 정치는 그 자체가 나라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반영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을 앞선 훌륭한 정부는 국민과 같은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요, 국민보다 뒤처진 정부는 국민의 수준과 동등하게 올라갈 것이다('자조론', 장만기 역, 동서 문화사).” 즉, '국가의 정치의 수준은 곧 국민의 수준'이라는 게 새무얼 스마일스의 통찰이다.
1905년 11월 20일, 일본의 강압으로 을사조약이 체결된 것을 슬퍼하여 언론인 장지연 선생은 논설 "시일야방성대곡 (是日也放聲大哭)"을 신문에 게재했다. '시일야방성대곡'은 "이날에 목놓아 우노라"라는 의미이다. '시일야방성대곡'에서 장지연 선생은 이렇게 울분을 토했다.
"아! 원통한지고, 아! 분한지고. 우리 2000만 동포여, 노예 된 동포여! 살았는가, 죽었는가? 檀箕(단기, 단군 기자) 이래 4000년 국민정신이 하룻밤 사이에 홀연 망하고 말 것인가. 원통하고 원통하다. 동포여! 동포여! " (2022.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