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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시아 Apr 1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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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남이 자신의 삶을 다르게 해석해 얘기하는 것을 불쾌하게 생각한다. 문득 그는 그가 자신을 보는 것과는 다른 식으로, 그의 생각과는 다른 모습으로 남들이 자기를 봄을 깨달았다. ...아마 우리는 왜, 그리고 어떤 점에서 우리가 타인들의 신경에 거슬리는지, 우리의 어떤 점이 그들에게 호감을 주며, 어떤 점이 우스꽝스러워 보이는지 영원히 알지 못할 것이다. 우리 자신의 이미지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큰 미스터리인 것이다. "우리 이미지란 단순한 겉모습일 뿐이고, 그 뒤에 세상 시선과는 무관한 우리 자아의 실체가 숨어 있을 거라고는 믿는 건 천진한 환상이야. 이마골로그들은 철저하게 냉소적으로 그 역이 사실임을 증명해. 우리 자아는 포착될 수 없고 묘사할 수 없으며, 흐릿한, 단순한 외양인 반면, 너무나 포착하기도 쉽고 묘사하기도 쉬운 유일한 실재는 바로 타인의 눈에 비친 우리 이미지라는 걸 말이야. 그런데 더욱 끔찍한 사실은 자네가 자네 이미지의 주인이 아니라는 거지. 물론 처음에는 자네 스스로 그 이미지를 그리려고 애쓰지. 그러다가 적어도 그 이미지에 영향력만이라도 행사하고, 어떻게든 통제를 해보려 들지만 헛수고야. 자네를 보기 딱한 우스꽝스러운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데는 적의에 찬 쪽지 하나면 족하니까."


-밀란 쿤데라, ' 이마골로기(Imagology)', 소설 『불멸』 (김병욱 옮김, 민음사 2010)-


※이마골로기(Imagology)= 이미지(Image)+이데올로기(Ideology 이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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