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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시아 May 20. 2022

향기

썩어 가는 것에서는 악취가 난다. 특히 숨을 멈춘 동물은 이내 부패하게 마련인데 어찌나 심한지 코를 막고 싶어 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식물은 다르다. 산풀을 베어 와서 마당가에 널어 본 사람은 기억할 것이다. 산풀의 그 향긋한 향기를. 나무를 잘라도 그렇다. 베어 넘어진 소나무에서는 풋풋한 솔향이 묻어난다. 아카시아에서는 아카시아 향이 묻어나고 전나무에서는 전나무 향이 묻어난다. 루오는 '향나무는 찍는 도끼날에도 향을 남긴다’는 명언을 남겼지. 장작을 쪼개어서 가지런히 재어 놓는 산사의 나뭇단 곁을 지나가 보라. 고기 두름에서 나는 냄새하고는 전혀 다르다. 아니, 썩어 가면서 악취 아닌 향내를 풍기는 것들이 있다. 과일이 그러하다. 그중에서도 유자나 탱자, 그리고 모과와 사과가 서서히 썩어 가면서 나는 냄새는 가을 방을 가득 채우고도 남는다. 우리 사람 또한 동물의 몸을 취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병이 들면 악취를 내게 된다. 우리 사람 속의 영혼은 식물성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 세상을 다녀간 분들 중 성인은 스러질 줄 모르는 향기를 남겼지 않은가 말이다.


-정채봉(동화작가), '사라지지 않는 향기', 정채봉 산문집 『첫마음』(샘터,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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