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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시아 Aug 05. 2022

단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면서 서로 좋아했을 뿐이라면 그저 '무리'이지 '벗'이 아니다. 벗이란 것은 반드시 학업으로 교유하여 마음이 통하고 의리로 맺어진 관계이다. 붕우(朋友)라는 말은 총칭이다. 총칭했으니, ‘붕(朋)’은 바로 공자의 “널리 사람들을 사랑한다(汎愛衆)”라는 말이며, ‘우(友)’는 바로 공자의 “그리고 인(仁)한 사람과 친해야 한다(而親仁)”라는 말이다. 그렇지만 널리 사랑하는 일도 역시 믿음이 없으면 안 되기 때문에 ‘믿음이 있어야 한다(有信)’고 총괄하여 말한 것이다. '믿는 구석이 있다'라고 해서 받들어 주기를 좋아하는 자는 벗이 아니며, 친구에게 부러운 점이 있어서 아첨하고 빌붙는 자는 벗이 아니다. 이 두 가지 교유는 벽을 뚫고 담장을 넘는 좀도둑보다도 부끄러운 짓이다. 잘못을 일러 주면 버럭 화내고 노여워하는 자는 벗이 아니며, 선한 사람을 보면 시기하고 샘내는 자는 벗이 아니다. 이 두 가지 교유는 뱀이나 호랑이보다 두려워할 만하다. 좀도둑 같은 벗은 서로 헤진 짚신을 버리듯 할 것이며, 뱀이나 호랑이 같은 벗은 서로 해쳐서 함정에 빠트리고 돌을 던질 것이다. 사람이 자신의 잘못에 대해 듣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면 어울리는 사람이 모두 비루하게 아첨이나 하는 저급한 인물일 것이니, 본성이 날이 갈수록 망가지고 덕이 날이 갈수록 낮아져서 끝내 사람다운 사람이 되지 못한다. 재화를 욕심내는 자, 부귀를 부러워하는 자, 권세에 빌붙는 자, 나보다 나은 사람을 시기하는 자, 자신이 잘하는 것을 뽐내는 자, 시대의 풍조를 애써 좇는 자, 잡스러운 사람들과 교유를 맺는 자, 관청에 소송을 즐기는 자, 자신의 잘못을 변명하고 꾸미는 자, 관장(官長)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 언어가 들뜨고 허황된 자, 남에게 아첨하며 기분 좋게 하는 자 등은 모두 벗으로 삼아서는 안 되니, 재앙이 반드시 내 몸에 미친다.


-위백규(魏伯珪, 1727~1798, '붕우(朋友)', 「존재집(存齋集) 제1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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