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정문일침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르헤시아 Aug 31. 2022

소인배

군자는 남의 선을 드러내기를 좋아하고 소인은 남의 악을 드러내기를 좋아한다. 현달한 사람은 항상 남도 현달하기를 바라고 곤궁한 사람은 항상 남도 곤궁하기를 바란다. 훌륭한 사람은 남의 장점을 듣기를 좋아하고 용렬한 사람은 남의 단점을 듣기를 좋아한다. 여유가 있는 사람은 항상 남을 칭찬하고 부족한 사람은 항상 남을 헐뜯는다. 내가 일찍이 말하기를, “나보다 나은 사람을 사모하고 나와 같은 사람을 사랑하고 나만 못한 사람을 가엾게 여기면 천하가 태평할 것이다.” 하였다. 공평·공정하게 잘 다스려지는 공명정대한 치세(治世)라고 해서 어찌 소인이 없겠는가마는 군자가 많아 소인들이 마음대로 날뛰지 못할 뿐이고, 난잡하고 무법의 난세(亂)라고 해서 어찌 군자가 없겠는가마는 소인이 많아 군자가 도(道)를 행할 수 없을 뿐이다.염치불고하고 먹기만을 추구하는 자는 짐승과 다를 것이 없고, 눈을 번득이며 달려가 제 잇속을 챙기려 이익만을 쫓는 자는 도적과 다를 것이 없다. 옹졸하고 소심하여 자기만을 챙기는 사람은 거간꾼과 다를 것이 없고, 패거리를 지어 남을 비방하면서 사악한 사람만을 가까이하는 자는 도깨비와 다를 것이 없다. 기세를 믿고 기운만을 앞세우는 자는 오랑캐와 다를 바 없고, 알랑거리고 수다떨며 권세가만을 붙쫓는 자는 노비나 첩과 다를 바 없다. 


-성대중(成大中: 1732~1809), '질언(質言)' 『청성잡기(靑城雜記) 』



매거진의 이전글 위선(僞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