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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시아 Feb 18. 2023

세 가지 부류의 사회공적

우리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세 가지 부류의 사회 공적이 있다. 사회 공적의 첫 번째 부류는 무식한 사람이 전문직에 앉아 있는 경우다. 이들의 취임사를 들어 보면 "이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도 없고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이러한 중책을 맡게 되어 어깨가 무거움을 느낍니다. 여러분의 도움으로 무사히...". 이 취임사의 요점을 좀 더 정확히 표현하여 보면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통 모르겠다. 너희들만 믿는다. 재직하는 동안에 큰 실수나 없었으면 한다."라는 뜻이 아닌가. 사회 공적의 두 번째 부류는 무식한 사람이 소신을 갖는 경우다. 식견이 부족한 사람이 소신을 갖는 것처럼 위험한 일은 없을 것이다. 무식한 사람이 만일 소신이라도 없었으면 모르는 것은 주위에 물어 보고, 본인이 몸소 배우기도 하고, 상대방과 대화라도 잘 될 텐데, 일을 하는 과정에서 모르는 일만 생기면 곧 소신론을 들고 나선다. `소신'이라는 말의 뜻은 "누가 무어라 해도 나는 이렇게 하겠다. 나는 비장하다"일 것이다. 무식한 소신파는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점을 깨닫는 경우에도 고칠 수 없을 것이다. 소신을 자주 바꾸는 사람을 보았는가? 세 번째 부류는 무식한 사람이 부지런한 경우다. 중요한 자리에 사람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최상의 선택은 전문 식견이 있는 사람에게 중책을 맡기는 길일 것이다. 가장 최악의 선택이 무식하면서 부지런한 사람에게 중책을 맡기는 경우다. 무식한 사람이 부지런하면 어떤 현상이 야기되는가? 건드릴 것 안 건드릴 것, 갈 곳 안 갈 곳, 끌어들일 것 안 끌어들일 것 모두 쉬지 않고 찾아다니면서 사고를 저지를 것이다.


-이면우(서울대 명예교수, 인간공학),  '신사고 이론 20'(삶과 꿈,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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