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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시아 Mar 11. 2023

소인배 구별법

사람이 마음을 쓰는 은미한 곳은 쉽게 볼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일로써 각박한 자를 알아볼 수는 있다. 무릇 남이 의외로 젊은 나이에 비명횡사를 당하는 등 끔찍한 액운을 당하거나 놀라울 정도로 가련한 일에 처한 이야기를 듣고서 조금도 탄식하는 말이 없고 측은해하는 기색마저도 없는 자는 인간의 바른 도리(正理)를 갖춘 자가 아니다. 그런즉 이런 자들이 남의 재앙(災殃)을 보면서 오히려 고소해하고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어찌 보장할 것이며, 뭇사람들의 인과관계로 인해 받는 온갖 재앙을 보면서도 오히려 즐거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어찌 보장할 수 있겠는가? 이런 자들은, 어떤 사람이 인간의 마땅한 도리에 어긋난 흉악하고 사악한 몹쓸 짓을 남에게 하는 것을 보아도 미워할 줄 모르며, 다른 사람의 은혜와 사랑을 받고서도 감사할 줄 모른다. 오히려 으레 있는 당연한 일로 여길 뿐이다. 그런즉, 어찌 이들이 효자ㆍ충신이 되기를 바라겠는가? 이러한 점을 가지고 사람을 살펴보면 백에 하나도 틀림이 없다. 이러한 성정(性情)이 보이는 사람은 아무리 재주가 있고 문장이 있어 스스로 고결한 명예를 좋아하는 자라 할지라도 참으로 소인(小人)인 것이다.


-이덕무(李德懋,1741-1793), '억지로라도 힘써야 할 것(勉強)', 청장관전서 제55권/ 앙엽기 2(盎葉記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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