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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시아 Mar 18. 2023

귀납적 지식의 맹점

칠면조 한 마리가 있다. 주인이 매일 먹이를 가져다준다. 먹이를 줄 때마다 ‘친구인 인간이라는 종(種)이 순전히 ‘나를 위해서’ 먹이를 가져다주는 것이 인생의 보편적 규칙이라는 칠면조의 믿음은 확고해진다. 그런데 추수감사절을 앞둔 어느 수요일 오후, 예기치 않은 일이 이 칠면조에게 닥친다. 칠면조는 믿음의 수정을 강요받는다. 귀납적 지식의 가장 우려스러운 측면인 소급 학습에 대해 생각해 보자. 칠면조의 경험의 가치는 0이 아니라 마이너스다. 칠면조는 관찰을 통해 배웠다. 바로 우리가 그렇게 해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그 방법이다. 친절한 먹이 주기의 횟수가 늘어 갈수록 칠면조의 믿음은 견고해지며, 그리하여 도살의 순간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데도 칠면조는 점점 더 안심한다. 칠면조의 안심이 최고점에 도달한 그 순간이 생명의 위험이 최고조에 달한 순간임을 생각해 보라. 이 문제는 좀더 폭넓게 일반화될 수 있다. 과거에 내내 통했던 것이 어는 순간 예기치 않게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며, 우리가 과거로부터 배운 것은 최선의 경우에 쓸모없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치명적인 파국을 낳는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블랙 스완(The Black Swan) 』(차익종 역,  동녘사이언스,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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