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친하게 알고 지내는 여러 사람의 인품의 높고 낮음을 논하고 평가하는 자가 있다. 그런 자는 반드시 그 자신의 인품의 수준이 그 여러 사람 가운데 가장 맨 아래에 해당한다. 또 자주 친하게 알고 어울려 지내는 여러 사람의 문사(文詞)의 우열을 논하며 평가하는 자도 마찬가지다. 그런 자는 반드시 그 자신의 글 수준이 그 여러 사람 중에 가장 맨 아래에 있다. 문장을 짓는 사람이 은연중에 남에게 놀림을 받고도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오로지 자기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데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식견과 재능이 부족한 데도 나 홀로 자부심이 너무 지나친 까닭에 놀리는 자가 이를 틈타게 되는 것이다. 자신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다른 사람의 식견이나 문장을 살펴보아 모두 나보다 나을 것 같으면 나에게 식견과 문장이 있는 것이다. 반면에 다른 사람의 식견과 문장을 살펴보아 모두 나만 못할 것 같으면 나에게 식견도 문장도 없는 빈 수레의 상태에 불과한 것이다.
-홍길주(洪吉周, 1786∼1841), '수여난필속(睡餘瀾筆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