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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시아 Dec 24. 2023

문장의 묘미

세상에서 오직 편협한 유생과는 함께 글을 논할 수 없다(不可與言文). 귀는 아직 듣지 못한 말이 많고 눈으로는 아직 보지 못한 것이 많아서 온갖 것을 여기저기 끌어모아 결국은 속되고 편협한 얕은 지식만 드러내는데 불과하니, 천하의 문장을 아무리 살펴보고 익힌다고 해서 어찌 다시 새롭고 온전한 좋은 문장이 그들에게 있을 수 있겠는가! 내가 생각하는 문장의 묘미는 본뜨거나 모방하는 데 있지 않다. 자연의 신령한 기운(自然靈氣)은 황홀하게 오고 생각지 않아도 자연스레 이른다. 또 괴기하여 뭐라 이름 지을 수 없고 형상 지을 수도 없다. 그런즉, 사람이 제아무리 박학다식한 지식으로 기이하고 신묘한 문장을 의도한다고해서 자연스런 기운(自然靈氣)은 예사롭게 부합시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탕현조(湯顯祖 1550~1616), '합기서문(合奇序)', 『옥명당문집(玉茗堂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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