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정문일침

인문(人文)의 본질

by 파르헤시아

하늘에 해와 달과 별이 떠 있어 아름다운 '하늘의 무늬'(天之文)를 이룬다. 땅에는 산과 강, 풀과 나무가 어우러져 '땅의 무늬'(地之文)를 만든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에게는 시와 책, 예절과 음악이라는 '사람의 무늬'(人之文)가 있다. '하늘의 무늬'는 기운(氣)으로 형성되고, '땅의 무늬'는 눈에 보이는 형체로 완성된다. 하지만 '사람의 무늬'는 오직 올바른 길인 '도(道)'를 통해서만 밝게 드러난다. 그래서 예부터 문장을 다루는 사람을 '도(道)를 담는 그릇'이라 불렀다. 이것이 바로 이른바 '인문(人文)'의 본질이다. 사람이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道理)를 갖추게 되면 세상은 달라진다. 인문(人文)의 가르침이 온 세상에 밝게 퍼지면, 하늘의 별들은 질서 있게 움직이고 땅 위의 모든 생명은 조화를 이루며 평화롭게 다스려진다. 이처럼 나와 세상이 하나로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상태, 그것이 바로 나에게 아로새겨진 사람의 '무늬(文)'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이다.


-정도전(鄭道傳 1342~1398), '도은문집서(陶隱文集序)'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최후의 망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