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 일을 구하기
일단 Resume(이력서)를 만들었고, 호주 구인 홈페이지에서 올라오는 바리스타 구인 글 모두에 지원을 했다.
10곳에 지원을 했을 때쯤 Trial을 보자고 연락이 왔고, 기쁜 마음에 Trial을 보러 갔다. Trial을 볼 때는 대부분의 카페가 라떼와 카푸치노를 만들어보라고 한다.
한국에서 조차 카페에서 일해 본 적이 없는 나는 커피 머신을 처음 만졌고, Youtube로 공부했던 대로 할 수 있었던 것은 커피빈을 가는 그라인더 조작법 정도였다. 그래서 커피빈을 갈았고, 템핑을 했다. 물론 템핑은 엉망이었다. 그리고 샷을 내렸고, 우유 스팀을 했는데. 바로 거기에서 내 실력을 들켰다.
그 당시에는 몰랐는데, 우유를 스팀 하는 소리만 들어도 그 사람의 실력을 바로 알 수 있다.
우유 스팀을 끝내고 라떼와 카푸치노를 만들어서(라떼와 카푸치노를 만들지 못했고 커피+우유를 만들었다), 카페 사장님한테 보여줬다.
카페 사장님은 '이것은 커피가 아니다'라고 말했고, 실력을 더 키워서 오면 받아주겠다는 말과 함께 첫 Trial이 끝이 났다.
첫 Trial은 좌절보다는 커피 기계를 만져봤다는 설렘으로 만족했다. 계속 Youtube를 통해서 우유 스팀 영상을 보고 나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찾아보고 공부했다. 하지만 커피 기계를 사용해보지 않으면 한계가 있었고, 그래서 나는 다시 모든 바리스타 구인 글에 지원했고, 그렇게 Trial를 계속 보게 되었다. 사실 Trial 보는 기회를 갖는 것도 쉽지 않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카페가 호주 카페에서 일한 경험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호주에서 일한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Trial의 기회를 잘 주지 않는다.
Trial전에 전화로 커피를 내리는 시간, 우유 스팀 온도, 그리고 호주 커피의 명칭을 물어보기도 한다. Trial을 갈 때마다 템핑, 샷을 내리는 기술, 우유 스팀 등이 더 나아졌지만, 아직도 갈길이 멀었다. 샷을 내리는 기술과 템핑은 카페에서 일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지만, 우유 스팀은 여전히 엉망이었다.
바리스타 일을 구직하기 시작한 지 6주가 지났을 때,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은 바닥이 났고, 일을 계속 구하지 못하자 자존감도 바닥을 쳤다. 자존감이 바닥을 치자 나 스스로가 아무것도 못하는 가치 없는 사람 같다고 느껴졌고 그 시간이 힘들었다.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한 비행기 값을 벌고 호주를 떠날 생각을 했고, 그래서 한인 식당에 이력서를 돌리기 시작했다. 한인 식당은 바로 면접이 잡혔다. 근데 한인 식당 면접이 잡히던 날 카페에서도 연락이 와서 면접이 잡혔다. 그래서 나는 그 날에 두 곳 모두 면접을 갔고, 두 곳다 합격해서 일을 했다.
카페에 Trial을 보는데, 처음에 우유 스팀이 잘 되지 않았지만, Trial을 많이 본 경험으로 인한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스팀이 잘 안돼서 버리고 다시 한다고 했고, 다시 한 스팀은 카페 사장님이 만족할 정도로 되어서, 처음으로 커피가 괜찮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결국에는 호주에서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고, 호주 워킹홀리데이 기간 동안에 바리스타로 일을 할 수 있었다. 한 번도 카페에서 일해 본 경험 조차 없던 내가 호주에서 바리스타로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약간의 무모한 용기와 성공할 때까지 도전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