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서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것은
나는 중국 현지에서 법인을 낸 한국 기업에서 근무한다.
기업강의는 사원들을 대상으로 업무효율 향상과 복지 차원에서 언어 교육을 운영한다.
교육은 보통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에 이루어진다.
점심을 급하게 먹고 교육동으로 올라온 학생들은 부른 배에 눈이 무거웠고, 저녁수업은 잔업, 회의 등으로 늦는 학생과 하루의 피곤함에 다크서클이 인중까지 내려오는 학생들까지
모든 수업 시간이 강사에겐 미션이다.
오늘은 또 어떤 화제로 이들을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게 만들 것인지 매일 밤 퇴근 후 인터넷으로 화젯거리를 찾는 게 루틴이다.
나는 보통 수업 분위기를 3단계로 나눈다.
1단계 : 본인 휴대폰을 확인하고 잡념에 빠져 있는 듯한 눈빛 감지
2단계 : 여기저기 하품과 함께 눈꺼풀이 슬슬 내려오기 시작
3단계 : 꾸벅꾸벅 조는 학생들 포착
나는 바로 모든 걸 중단하고 작업을 개시! 한다.
이렇게 지치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어떻게 뒤집어야 할까?
우리의 대상은 대단한 국가고시나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학습자들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이면서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지만 고민하자.
무조건적인 세뇌학습법은 저리 가라!
자, 지금부터 단계별로 놀아보자!
1단계 : 학습자 전원 앉은 상태에서 같은 방향으로 몸을 돌린다.
그다음 양손을 앞사람 어깨에 살포시 얹고 나의 구령 ( 약, 중, 강 )에 맞춰 앞사람의 어깨를 마사지한다.
여기에서 강사의 재량에 따라 게임 형식으로 마사지의 세기, 속도를 적절하게 조절하며 즐거운 분위기를 유도해 보자.
2단계 : 단체 게임의 지존 3.6.9!
이 게임은 순발력, 약간의 과장된 표정과 동작으로 첫 분위기를 잡아야 한다.
강사는 잠시 앉은 상태에서 정적을 유지하다 순간 짓궂은 얼굴로 숫자 하나를 외치며 일어섰다 앉는다.
물론 학습자들은 이 게임이 이미 숙지가 되어 있는 상태에서 가능하다.
3.6.9 게임은 실패확률이 낮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활활 타오르는 아주 훌륭한 게임이다.
게임을 활용한 학습법은 수업의 꽃이며 좋은 파트너다. 게임을 많이 활용하자.
3단계 : 전체, 일동기립! 이 단계는 의자에 앉아 있는 자체가 고역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넓은 공간으로 이동한다. 2인 1조로 짝을 이루고 서로 등을 대고 선다. 그다음은?
맞다 , 바로 그것. 체육시간에 누구나 해봄직한 등 대고 업어주기.
자리를 박차고 나와 서로 몸을 풀고 움직이다 보면 자연스레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소리와 박장대소로 교육장의 공기가 확 바뀌게 된다.
여기서 팁 하나!
강사는 이런 활동 모습들을 틈틈이 사진이나 영상으로 기록해 두면 수료식을 하거나 인사부 홍보물 자료로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특히 학생들에게는 좋은 추억을 남겨줄 수 있어 값지다.
학생들은 나를 재미있는 미녀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나는 그 별명이 참 좋다.
기업강사는 기술적으로 잘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각 부서별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 수많은 회의와 업무량, 그리고 과도한 스트레스를 안고 교육장에 들어오는 학습자들을 때로는 따뜻한 말 한마디와 공감, 배려, 특히 긍정마인드를 갖춘 강사가 더 우선되어야 한다. 언어를 가르치는 강사는 더욱이 그렇다.
언어는 기술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도구다.
잊지 말자. 우리의 다짐! 좀 더 쉽고 편하게 우리의 언어를 전달하려는 노력 50, 개구쟁이 같은 개그 본능으로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노력 50.
지레 겁먹었나? 아니다, 당신은 이보다 더 무한한 무기를 장착하게 될 것이니.
한국어 강사를 하기 전에는 보지도 않던 예능을 보며 게임을 연구하고, 재미있는 드라마 대사를 받아 적는 오늘의 나.
재미있다. 흥분된다. 내일의 수업이.
나는 재미있는 한국어강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