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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로이 Apr 18. 2024

강사의 적 위장염, 아침을 조심하자

꾸르륵 꾹꾹. 갑자기 아랫배가 부글부글 끊는다.

 찌르는 듯한 복통과 다리에 힘이 풀려 도무지 서 있을 수가 없어 급하게 자리에 앉아 오전 수업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찌르는 듯한 복통과 울렁증에 모든 것을 중단하고 곧장 화장실로 뛰어갔다. 뱃속은 이미 요동을 치고 있었고, 머리는 어질어질 현기증까지 났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잠시 숨을 고르고 나와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고 추운 겨울에 탈까지 난 탓인지 손발은 차디찬 얼음장 같았다.

급히 나오느라 휴대폰도 없었고 어찌 됐든 교실로 가야 했다. 겨우 도착한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 학생들을 향해 탈이 난 거 같으니 일단 자율학습으로 대체하자고 했다.

배도 아프고 온몸에 힘이 빠져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는데 반장이 학생들 몇을 대동해 나를 가까운 병원으로 데려가겠다고 한다.

나의 임시 보호자를 자청한 반장과 여학생 1명, 그리고 우리를 병원까지 바래다 줄 남학생까지 대동하여 출발한 차 안에서는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할지 의견이 분분했다. 중국은 대학부속 종합병원이 대부분이고 개인 병원은 그다지 많지 않다. 각 동네마다 보건소 개념의 진료소가 있긴 하지만 가벼운 증상이나 수액을 맞을 때 더 자주 가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인구도 많은 중국의 종합병원은 대기부터 환자와 보호자 모두 진이 다 빠져 버린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 회사 근처에 있는 개인 병원으로 가자고 제안했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복통과 무기력증을 견디며 수많은 인파에 쌓여 무작정 대기할 자신도 없었고, 유난히 춥고 수속도 복잡한 종합병원에 들어가고 싶지도 않았다. 개인 병원은 대부분 현지 의사와 외국에서 초빙된 의사들이 같이 상주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가정의학과와 비슷한 형태이다. 하지만 착하지만은 않은 사악한 진료비와 약값은 타 병원에 비해  2배 이상 그보다 상대적으로 더 높다. 그래서 보통 현지인들은 종합병원을 선호하는 편이고 긴 대기시간이 부담스러울 때 개인병원을 선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외국에 나오면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 병원 치료다. 항상 조심한다고는 하지만 우리의 면역체계가 어찌 내 맘과 같을까? 집 떠나 아프면 서럽다는 말을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 올 때 내 가족, 내 나라 생각이 간절해진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반장과 나는 접수를 하고 간단히 혈압 체크 후 진료실에 들어가기까지 약 5분 남짓한 시간. 의사 선생님을 뵙고 의자에 앉는 순간 전쟁 같았던 한 시간 전 상황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얼었던 몸과 마음이 사르르 녹으면서 갑자기 눈물이 흐르다가 꺽꺽 울음이 터져버렸다. 싱가포르에서 온 여의사선생님이셨는데 그런 나의 모습에 아무런 동요도 없이 진료에만 집중하셨다. 냉정하기 짝이 없는 모습에 서럽기도 했지만 그 덕분인지 조금 진정이 됐고 빠른 진료와 처방을 받을 수 있었다. 당시 진료실 공기는 무겁고 습했다. 공감이나 따뜻한 말 한마디까지 기대하는 건 환자의 욕심인가? 우리나라에서 내가 다녔던 동네 병원 원장님들은 모두 F 성향을 갖고 계신 걸 거야. 새삼 내 나라 의료 서비스가 더욱 그리워진다.

나를 이토록 고난에 빠트린 복통은 결국 급성위장염이었고 처장 받은 약과 죽으로 속이 편해지기까지 꼬박 열흘 정도 걸렸다.

강사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생긴 직업병 몇 개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목을 많이 쓰는 직업이다 보니 환절기뿐만 아니라 언제든지 면역이 떨어지는 느낌이 싸~ 하게 들면 여지없이 찾아오는 목감기와 기관지염이다. 타고난 체질이 워낙 감기 오면 바로 목감기로 가는 타입이라 항상 신경 써서 관리해야 한다. 목에 좋다는 생강, 레몬, 도라지, 꿀, 프로폴리스, 홍삼, 중국의 라한과차 등 이것저것 다 시도해 봤는데 딱히 단연 최고라는 것은 없었다. 그냥 잘 먹고, 잘 자고, 푹 쉬는 게 답이다.

그리고 나의 고질병 위장염.

면역,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들 하고 강사뿐만 아니라 직장 생활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불규칙한 식사에서 시작될 것이다. 나는 제때 챙기지 못한 끼니로 빈속에 수업을 하다 저혈당으로 손발이 저리고 현기증이 났던 적이 종종 있었는데 그때부터다. 수업 전에 시간이 나면 그냥 먹었다. 어떻게든 배를 채우고 사무실이나 학생들이 주는 것들도 주는 족족 받아먹었다. 그게 탈이 난 것이다. 그날 아침 난 사내 식당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수업에 들어갔지만 여학생이 정성껏 싸 온 음식을 내미는 초롱초롱한 두 눈을 보자 성의 표시를 하고 싶었다. 나는 학생이 준 삶은 계란과 고기소가 들어간 중국식 찐빵 ( 중국은 보통 아침에 삶은 계란, 흰 죽, 두유, 찐빵 등을 먹는다)을 우걱우걱 먹었다. 학생은 그런 내 모습에 만족해했고 나 또한 훈훈했다. 물론 맛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엔 과식과 함께 위장염으로 갔다. 그날은 지금생각해도 지옥 같다. 너무 아팠다.

강사는 몸이 생명이다. 어떻게든 내 몸을 아끼고 관리해야 한다. 그 와중에 아프게 되면 그 또한 잘 이겨내는 것도 우리의 몫이겠지? 강사의 적, 감기! 위장염! 조심하고 또 조심하자! 정말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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