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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로이 May 03. 2024

과제 지옥

나는 오늘도 일탈을 꿈꾼다

주 2-3일 하는 수업의 과제는 학생들이나 강사 모두에게 큰 부담은 없지만 문제는 한 달에서 두 달 동안 현장 업무에서 나와 강사와 함께 동거동락하며 한국어를 공부하는 커리큘럼이다.


한국어능력시험 TOPIK중급이상의 성적을 목표로 강사와 학생 모두 확실한 방향과 의지를 가지고 시작하지만 한편으론 부담도 큰 과정. 각 부서에서 추천을 받아 일정한 레벨테스트를 거쳐 엄선된 인재들은 잠시나마 업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어 기뻐한다.


큰 기대를 한 아름 안고 학창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은 첫 개강시간이 시작되고 한껏 멋 낸 강사들과 학생들은 법인장님과 인사부 부장님의 축하 인사 말씀을 이어 단체사진까지 찰칵 찍으면 정말 시작이다! 매 기수가 시작되는 첫날 나 또한 무엇보다 설레고 긴장된다.


테스트를 통해 들어온 학생들의 레벨은 이미 파악하고 있지만 각각의 개성과 성향은 미지의 세계,  직업 특성상 누구 하고도 잘 어울리는 ENFP이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아주 가끔은 유난히 결이 맞지 않는 학생이 있어 애를 먹곤 했다. 학생들은 한국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고 부서 대표 추천을 받아 커리큘럼에 참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한국문화에 관심이 없거나 거부감이 있는 학생들도 있다. 그럴 수 있다. 이런 학생들은 하루종일 그 안에서 같이 부대끼며 생활하다 보면서 새로 알게 되는 것들로 대체로 좀 더 부드러워진다. 이제부터 진짜 문제가 찾아온다.


커리큘럼 개설의 목표!

‘한국어능력시험 중급 수준을 갖춘 자’가 되기 위해 우리는 치열하게 공부해야 했다. 마치 수능을 준비하는 고3 수험생이 된 듯한 하루의 루틴으로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강사와 함께 매일 같이 읽고, 쓰고, 말하고, 듣고 또 시험 문제를 풀어야 한다. 학생들은 매일 각 과목의 강사들의 과제를 해내느라 잠을 줄였고, 강사들은 수업 준비와 과제를 첨삭지도하는데 늦은 밤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다.


주말에는 수업이 없어 학생들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부서에 급한 일이 생겨 처리하러 잔업을 했다. 하지만 주말에도 긴장을 늦출 수 없기에 강사들은 더 강도 높은 과제들을 주곤 했지만 나는 아직도 ‘과도한 과제들이 주말까지 연장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물음표이다. 팽팽하기만 한 고무줄보다는 유연하게 늘어지기도 했다 팽팽해지기도 하는 고무줄이 장기적으로 봤을 땐 난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사람인데 숨 좀 쉬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나의 애플워치는 오늘도 몇 번이고 나에게 숨 좀 쉬라고 울려 댄다.


숨 좀 쉬자, 다들!

그리 빡빡하게 살다 보면 보이는 모든 게 빡빡해지고 이마 정 가운데에 뇌천 자 길게 새겨진다고!!!!


정해진 목표에 따라 열심히 전력질주하는 모습은 멋지고 격려해주고 싶다. 하지만 나는 숨 좀 고르고 다시 뛰었으면 좋겠다. 휴대폰도 잠시 껐다 켜줘야 발열 이슈도 적고 오래 쓴다잖아.


과제지옥! 이제 다시 생각해 볼 때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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