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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로이 May 09. 2024

동료 선생님은 협업이 싫다고 하셨어

각자도생

벽 앞에 덩그러니 서있는 기분

소통 불가

답답한 마음에 메시지, 메일까지 보냈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같은 레벨을 맡아 협업이 중요했던 파트너 B강사는 속된 말로 독고다이다. 이 단어 외에 적절한 표현이 없어 다소 거칠지만 그렇게 표현해 본다. 학생들에게는 한없이 좋은 선생님이었고 포커페이스가 남달랐던 B.


교재 선정부터 문제였다. 각자 맘에 드는 교재를 가지고 조율하기로 한 자리에서 B는 별 다른 의견 없이 상의하에 같이 교재를 선정했다. 한참 교육이 진행되고 있던 도중에 인사부 담당자를 통해 들려온 이야기는 정말 황당했다. B는 인사부 부장을 직접 찾아가 교재 구성부터 선정 결과가 전혀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것. 아니 이게 무슨 망언이란 말인가. 강사들은 담당자의 말이 끝나자 자초지종을 얘기했지만 담당자 입장에서는 누구의 말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돌아온 말은 “너희 나라 애들끼리 알아서 타협하도록! “

차후 B를 만나 물었으나 묵묵부답 피하려고만 했다.


교육이 시작되고 본격적으로 강사들 간의 소통이 중요해지는데 사내 행사를 진행하거나 진도와 테스트 문제 등 B는 여전히 요지부동. 일절 상의라는 것이 없는 독고다이! 하다못해 매월 그달 생일인 학생들의 생일파티 이벤트조차도 독단적으로 본인 수업시간에 진행하고 다른 강사들과는 거리를 두었다. 나중에 오기가 생긴 다른 강사 P는 학생들과 편 가르기를 시도하는 B에게 보란 듯이 본인 수업시간에도 케이크를 사서 단독으로 생일파티를 했고 그달 학생들은  하루에 케이크를 두 번이나 받는 일도 생겼다.

이러한 강사들의 불꽃 튀는 신경전으로 낯 뜨거운 일이 여러 번 있었다.

너무 황당해 웃음도 나지 않는 상황 아닌가?

결국 참고만 있던 강사들이 일어나 B와 소통하려 했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거나 피하기 일쑤였다.


학생들은 물론 인사부에서도 강사들 간의 불통 문제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당사자인 강사들도 뾰족한 수를 찾기란 힘들었다.

시간이 갈수록 감정의 골은 더 깊어졌지만 B는 아랑곳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행동했다.


인사부 담당자에게 도움을 청했다. 어떻게든 내부에서 해결하고 싶었으나 대화 자체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담당자는 강사들의 자유 의지 존중이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결국 강사들은 백기를 들고 소통하는 것을 멈췄다.

소통하려는 자와 소통을 거부하는 자

끝이 보이지 않는 신경전은 서로를 피로하게 했고, 강사들은 그냥 덮고 가자고 했다.

아니, 더 이상 강사들 간의 불통으로 인한 불협화음으로 학생들 앞에 서서 얼굴을 붉히고 싶지 않았다.


그냥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타지에 나와 언어가 통하는 동료들과 무언가를 같이 해결하고 성취해 가는 동료애와 소속감을 나누고 싶어 하지 않던 B.

사적으로 친분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전문 강사로서 프로 의식을 갖고 자신이 소속된 집단 안에서 최대한 성공적인 협업의 결과물을 내자는 것이다.

이건 경쟁이 아니잖아!


입사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가정의 불화로 무척이나 힘들고 불안해 보였던 B.

허하고 상처받은 마음을 학생들에게서 치유받고 싶어 했고 강사 경력이 적고 신입이었던 B는 기존에 있던 베테랑 강사들의 티칭스킬, 인사부, 사내 학생들과의 관계, 모든 것을 부러워했다.



하지만

그 방법뿐이었을까?


끝까지 입을 닫고 학생들과 담당자와만 소통했던 B.

사내와 학생들 사이에서 강사들과 B는 각종 억측에 휩싸였고, 단순히 다수와 개인의 싸움으로 여기며 가정불화를 겪은 B가 안쓰럽다고 동정하며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교육을 담당하는 입장으로서의 나머지 강사들은 그런 현실 자체에 많이 힘들어했다.

B가 동료 강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더라면?

인사부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고민해 줬다면?

독자적으로 언어교육을 담당하는 외국인 강사들 개인의 자율을 존중해 주는 기업문화는 높이 살 만하지만 중구남방으로 흩어진 팀원들을 조직적으로 모으고 조율하는 장치를 고려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그 후로 담당자가 바뀌고 강사들의 현실적인 고충이 반영되었지만 B는 변함이 없었다.


개인이냐?

집단에 소속되어 있느냐?

상황에 따른 나의 역할은 개인과 집단에게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협업이 싫다면 혼자 하는 일을 찾아라!

모두가 고통이다.

내 동료 선생님은 협업이 싫다고 하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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