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념적으로는 다 컸지만 가끔은 위로받고 싶은 어른들을 위하여
달러구트 꿈 백화점 : ⭐⭐⭐⭐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2020년 7월에 발간 된 비교적 최신작이다. '어서오세요, 휴남동서점입니다'와 마찬가지로 책 표지가 굉장히 서정적인 느낌을 준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역시 소설 베스트셀러란에 가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책이다.
꿈 꾸는 세상에서도 구직난이 한창이었다. 취준생이던 '페니'는 압박면접(?)을 뚫고 꿈에 그리던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입사하였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총 5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1층에는 유명 메이커의 귀한 꿈들
2층에는 평범한 일상 꿈들
3층에는 획기적이고 액티비티한 꿈들
4층에는 낮잠용 꿈
5층은 꿈 할인코너이다.
전설적인 꿈 제작자 킥 슬럼버, 야스누즈 오트라, 와와 슬립랜드, 도제, 아가냅 코코 등이 꿈을 만들며 연말에는 꿈 그랑프리를 열어 올해 최고의 꿈을 발표한다.
꿈 세계에서 페니는 신입의 기발함과 당참으로 전설적인 꿈 제작자들과 교류하며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1) 달러구트 꿈 백화점 1, 251p
"페니, 나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방법에는 2가지가 있다고 믿는단다.
첫째, 아무래도 삶에 만족할 수 없을 때는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페니는 고객를 끄덕였다. "그렇죠"
"그리고 두 번째 방법은, 쉬워보이지만 첫 번째 방법보다 어려운 거란다.
게다가 첫 번째 방법으로 삶을 바꾼 사람도 결국엔 두 번째 방법까지 터득해야 비로소 평온해질 수 있지."
"어떤 방법이죠?"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족하는 것. 두 번째 방법은 말은 쉽지만 실행하기는 쉽지 않지. 하지만 정말 할 수만 있게 된다면, 글쎄다. 행복이 허무하리만치 가까이에 있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지."
2) 달러구트 꿈 백화점 2, 101p
"모든 힘은 제가 가진 행복에서 나오고, 의욕도 행복해지고 싶다는 열망에서 나와요. 저는 이곳에서 저처럼 몸이 불편한 사람의 희망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요. 기쁜 일이죠. 하지만 제가 하는 행동은 대부분 그저 내가 행복하기 위함이에요. 다른 사람의 희망이 되기 위해 평생을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처음 만든 꿈도 마찬가지예요. 그 꿈은 해안에서 멀어지는 범고래의 시점으로 진행돼요. 그건 저 자신을 나타낸 거였어요. 제가 살아가기에 너무나 제약이 많은 이 세상을 벗어나고 싶었어요. 다리 한쪽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두 다리를 아예 쓰지 않아도 더 큰 세상을 보는 범고래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정말 그렇게 됐어요. 바다에 빠지면 죽는 줄 알았는데, 그 아래에 더 큰 세상이 있더라고요. 지금은 참 다행이다 싶어요. 만약 내가 해안을 달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굳이 바다에 뛰어들려고 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3) 달러구트 꿈 백화점 2, 253p
"쉽고 간단한 일을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무기력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대요."
4) 달러구트 꿈 백화점 2, 261p
"소인,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여기는 꿈꾸지 않는 자들의 그림자가 쉬어가는 곳, 그리고 그림자처럼 어둑한 우리의 마음이 쉬어가는 곳이지요. 나무가 뿌리를 내리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법. 숲에 이유 없이 겨울이 찾아오듯 때로는 내 잘못이 아니어도 고통은 오고 가지요. 첫 겨울에는 누구도 모를 수밖에요. 그러니 다들 이곳에서 쉬어가는 사람들을 너무 안타까워 마십시오. 그들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평안에 다다를 겁니다."
5) 달러구트 꿈 백화점 2, 285p
지금의 행복에 충실하기 위해 현재를 살고
아직 만나지 못한 행복을 위해 미래를 기대해야 하며,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행복을 위해 과거를 되새기며 살아야 한다.
6) 달러구트 꿈 백화점 2, 286p
"손님들도 우리도 전부 마찬가지야. 현재에 충실히 살아갈 때가 있고, 과거에 연연하게 될 때가 있고, 앞만 보며 달려나갈 때도 있지. 다들 그런 때가 있는 법이야. 그러니까 우리는 기다려야 한단다. 사람들이 지금 당장 꿈을 꾸러 오지 않더라도, 살다보면 꿈이 필요할 때가 생기기 마련이거든."
신선했다. 앞서 '어서오세요 꿈 백화점'에서는 등장인물의 이름이 너무 전형적이라고 했지만,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경우 이름들이 하나 같이 새롭고 신경쓴 티가 났다. 달러구트, 비고 마이어스, 도제 등등. 특정 문화권의 이름이 아니라 전 세계 여기저기서 가져온 듯한 느낌이다. 아무래도 꿈 세계이다 보니 문화적 다양성을 포용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의 표본이지 않을까? 에피소드 별로 현생에 치인 사람들이 유일하게 편하게 잠들 수 있는 밤에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들린다. 백화점 사람들은 손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합심하고 서로 도움으로써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는 현생과 꿈세계를 이어주는 매개 역할을 한다.
한국에서 낸 판타지 중 이렇게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책이 있었을까? 덕분에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2권에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아마 나중에는 애니메이션 혹은 영화화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1권에 비해 2권의 흡입력은 다소 아쉬웠다. 중간 부분은 조금 루즈해졌다. 과연 앞으로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 시리즈는 1권의 기발함과 신섬함을 쭉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집떨자독'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책 입문용으로도 참 괜찮은 책이다. 무겁지 않고 현실의 문제도 다루면서도 꿈 속 세상이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힐링소설의 역할을 겸한다. 그래서 나는 벌써 3명한테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선물해 주었다.
올해 상영한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에서의 꿈이란 평행우주에서 또 다른 내가 겪고 있는 실제 상황이었다. 반면에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의 꿈은 꿈 백화점에서 큐레이션을 받아서 혹은 세일 하고 있는 것을 구매한 상품이다.
나는 요즘 꿈을 꾼 다음 날엔
과연 방금 꿨던 꿈이 평행 세계의 또 다른 내가 겪은 일인 것일까 아니면 꿈 백화점에서 구매한 상품일까 생각한다. 만약 후자라면 나의 꿈 픽(pick)은 영 좋지 못한 것 같다. 5층에서 판매하는 할인 제품들만 구매해 맨날 꽝만 걸리는지도 모르겠다.
조만간 나도 1층에서 그랑프리 받은 꿈을 구매해 보고 싶다.
꿈 값은 후불로 확실하게 챙겨 드릴테니, 부탁할게요 페니.
우선 잘 쓰였다. '픽사'에서나 느낄만한 상상 속 세계를 한국 버전으로 느껴볼 수 있다. 두 번째로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텀블벅 펀딩을 통해 발간해 탄탄한 매니아층을 만들어놨다. 요즘은 펀딩을 통해서 책을 발간하는 것이 발간 진입장벽을 낮춰줄 뿐만 아니라 마케팅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표지도 이목을 끄는 데 한 몫했다. 우리나라엔 일러스트 잘그리는 사람들이 왜이리 많은지. 책은 안 읽더라도 소장욕구를 자극한다. 당장이라도 집에 데려오고 싶어진다. 이 친구라면 나의 애환을 조금이나마 달래줄 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섞인 기대와 함께 자연스레 13,800원을 결재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좋은 책이 입바람 순풍을 타니 훨훨 날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