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인 것이다.
지난주 일요일에 올린 '소신발언"나는 롯데리아가 제일 맛있다."'를 이틀 동안 10만 명이나 봤다.
이게 뭐라고 브런치 Recommended Article과 다음 메인에 올랐다.
'크롬 브라우저'에서 추천받아 알고리즘 타서 왔다는 분도 계셨다.
꿈인가 싶을 정도로 조회수가 80도 기울기로 수직 상승했다.
통계를 새로고침 할 때마다 수 백 명이 내가 쓴 평범한 햄버거 이야기를 읽고 있었다.
전에 브런치 북 '집떨자독'이 조회수 500씩 기록할 때도 신기해서 엄청 좋아했었는데,
이건 차원이 다른 알고리즘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
브런치'에 처음으로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댓글이 달린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내 글에 관심을 표해준 정성이 너무나도 감사해서 하나하나 답글을 다 달아드렸다.
하지만 꼭 유쾌한 일만 생기는 건 아니었다.
조회수가 5만 정도 넘어가는 시점부터 악플 아닌 악플이 달리기 시작했다.
대체로 '롯데는 일본 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은 분들 같았다.
나는 그들 의견도 충분히 존중했기 때문에 삭제하지는 않았지만,
괜히 분란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서 따로 답글은 달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일본 기업' 관련해서 답글을 달지 않은 게 맘이 상하셨는지 한 분은 나를 극우로 몰아갔다.
그분은 '롯데 좋아함 → 왜빠→ 극우→ 태극기 부대'라는 엄청난 비약이 담긴 악플을 남겼다.
살면서 처음 받아본 악플이었다.
생각보다 기분이 썩 나쁘진 않았다.
무플보단 악플이 낫다는 말이 있듯이,
내가 쓴 글이 화제를 모은다는 거 자체를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그래서 그냥 삭제 해버 리거나,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나는 친히 답글을 달아드렸다.
'분란에 휩싸이고 싶지 않아 따로 답글은 드리지 않았다. 햄버거 회사의 정치적 외교적 배경이 아니라 순전히 음식의 '맛'만 가지고 평가한 글이다. 애초에 햄버거 브랜드들이 대부분 미국 브랜드인데, 한국 땅에서 햄버거 회사 편 가르기를 하는 거 자체가 넌센스같다.'라는 의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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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하지 마시길. 롯데에 대해 악감정을 갖고 계신 분들께서는 롯데 물건을 소비하는 것 자체가 기분 더러운 일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는 날씨 궂은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는 잠실 롯데몰에 자주 가며, 실내에 이렇게 쾌적한 공간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외국인 친구들에게 서울을 소개해줄 때도 롯데 잠실타워는 세계에서 3번째로 높은 건물이라며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떠들었습니다. 롯데의 기업구조가 어쩐지 저쩐지 어디 가서 당당하게 얘기할 만큼 확실하게 알고 있지는 못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순전히 저의 지갑 사정과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롯데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분은 따로 답글을 달지 않으셨다. 아마 써놓고 까먹으셨던가, 귀찮아서 확인은 안 하신 거 같다.
브런치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글을 쓰고 계시거나, 글 쓰기를 열망하시는 분들이다.
이분들께 럭키 알고리즘 덕택에 조회수가 10만 이상이 나오는 콘텐츠를 발행하고 나서 느낀 점과 약간의 Tip을 공유해보고 싶다.
햄버거가 뭐라고 이걸 10만 명이나 본 단 말인가?
심지어 불고기 4DX 버거는 신메뉴도 아니었다.
현대인들이 햄버거를 먹는 일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다.
몇십만의 구독자를 거느린 '브이로거 유튜버'들을 보면서도 이런 생각을 했다. 브이로그 유튜버 '딤디'님은 자신의 특별하지도 않은 본인의 일상 이야기가 뭐라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영상을 보는지 의아하면서도 신기하다고 말씀하셨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이다.'라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특별하지 않아도 된다.
나만 알고 있는 개인적인 이야기여도 되고, 어제저녁에 먹은 햄버거 이야기여도 된다.
생각보다 글감은 우리 도처에 놓여 있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다시는 10만 조회수를 기록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혹시 모른다.
다음번에는 일주일에 100만 조회수를 기록할지.
처음으로 발행한 '집떨자독' 브런치북의 누적 조회수는 4,000 정도였다.
하루 평균 조회수가 10~20 정도 나오던 글을
브런치북으로 묶어 발간하자
한 동안 평균 조회수가 10배 넘게 뛰었다.
이 때는 200~300 조회수도 너무 신기하고 뿌듯했다.
하지만 '집떨자독' 이후에 쓴 글들은 세 자리 조회수 근처도 가지 못했다.
아무래도 새로운 브런치북을 발간하기 전까진 3,000 조회수 이상은 못 깰 거 같았다.
하지만 그 예상은 보기 좋게 깨졌다.
그것도 글 하나로, 30배가 넘는 수치로 말이다.
꾸준히 쓰다 보면 럭키 알고리즘은 터지기 마련이다.
브런치는 꾸준하게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것을 원한다.
동기부여 차원에서라도 꾸준히 하는 사람들에게 '당근'을 하나씩 던져주지 않겠는가?
이런 조회수 뽕을 한번 느끼게 되면 앞으로도 더 열심히 써야겠다는 열망이 불타오르게 된다.
이 짧은 글을 쓰는데도 벌써 2시간이 걸렸다.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글쓰기 책들을 몇 권 들춰 봤는데,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는 '구체적으로 쓰라'는 것이었다.
마치 카메라로 장면을 담듯이 상황을 구체적인 묘사 하면 사람들은 더 쉽게 몰입할 수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건 어렵다. 시간이 많이 든다. 쥐어짜야 된다.
그냥 햄버거를 맛있게 먹었다고 쓰고 넘어가도 되지만,
햄버거를 먹었을 때의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복기하고, 비유를 들면서 맛을 표현해야 한다.
시간은 좀 걸리는 작업이지만, 덕분에
'이 글 보고 바로 롯데리아 왔어요.',
'다음에는 불고기 4DX 버거 시켜봐야겠어요'와 같은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구체적인 묘사를 연습하다 보면 어느새 나의 글쓰기 실력이 향상되어 있지 않을까?
럭키 알고리즘 햄버거 이야기는 이제 과거의 영광으로 미뤄두고,
앞으로는 '올륌포스 신들의 MBTI 탐구' 매거진을 완성해보려고 한다.
그 말인즉슨 앞으로 최소한 12개의 글을 완성해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번 도전은 기존의 글 쓰기 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이전까지는 주로 내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와 머릿속에 있는 배경지식을 주로 사용해왔지만,
'올륌포스 신들의 MBTI 탐구'편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방대한 조사와 MBTI 자료를 요한다.
일단은 출사표는 던져놓고 보자는 심정으로 프롤로그를 써서 올려놨지만, 아직 2주째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시간 있을 때 최대한 해둬야 하는데,,, 방금 내가 얘기해 놓고 또 까먹는다.
꾸준하게 그리고 열심히!
다음 주부터 '제우스 편'을 시작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