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라스, 프로메테우스, 이카루스, 우로보로스, 시지프스에 관하여
피지컬 : 100 재밌게 보고 계신가요?
2월 14일 기준 '피지컬:100'이 넷플릭스 비영어권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피지컬: 100은 출연진뿐만 아니라 제작진의 뛰어난 기획 능력으로 미션마다 창의적이고 재밌는 게임이라 칭찬일색입니다. 이중 '피지컬 : 100' 7화와 8화에서 소개된 '고대 신화 5종 경기'의 모티브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종목은 '아틀라스의 형벌'이었습니다. 아틀라스는 어떤 인물이었을까요?
아틀라스는 두 번째 종목에서 언급될 '프로메테우스'의 형입니다. 크로노스의 아들인 제우스가 아버지인 크로노스와 싸워 권력을 가져온 이야기는 들어보셨죠? 이때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승리를 예견하여 언더독인 제우스 팀에 합류하고, 형인 아틀라스는 정배인 크로노스를 선택합니다.
미래를 볼 줄 아는 동생 말을 안 들은 대가로 아틀라스는 반역죄에 처하게 되어 형벌을 받게 됩니다. 그는 평생 하늘을 짊어지어야 하는 형벌을 받게 됩니다.
이런 아틀라스에게도 딱 한 번의 하늘을 내려놓을 수 있는 일생일대의 찬스가 오는데요. 인간들 가운데 가장 힘이 센 헤라클레스가 찾아왔을 때입니다.
헤라클레스는 아내와 자식들을 죽인 죄를 씻기 위해 12가지 과업 미션을 수행하고 있었는데요. 그중 하나가 바로 '황금사과'를 따오는 일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황금사과는 아틀라스가 살던 곳 근처에 있는 '헤스페리데스의 정원'이라는 곳에 있었는데요. 그곳이 어딘지 잘 몰랐던 헤라클레스는 아틀라스에게 가 자신이 대신 하늘을 짊어지고 있을 테니 대신 황금사과를 좀 따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아틀라스는 황금사과 3개를 들고 헤라클레스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지만, 다시 저 짐짝처럼 무거운 하늘을 들기 싫었습니다(아틀라스 마음도 이해는 갑니다...). 난처해진 헤라클레스는 당황했지만, 바로 정신을 차리고 꼼수를 부리게 됩니다.
"오케이, 제가 대신 하늘 들겠습니다.
별로 무겁지도 않더군요!
하지만 제가 처음에 자세를 잘 못 잡아서 왼쪽 어깨가 살짝 불편합니다.
잠깐만 하늘을 잡아주시면 제가 자세를 고쳐 잡아서 쭉 들고 있겠습니다!"
아틀라스는 평생 하늘만 들다 보니 세상물정을 몰랐던 것일까요? 아니면 원래 순수했던 친구가 줄 한번 잘못 서서 형벌을 받게 된 것일까요? 헤라클레스는 아틀라스에게 넘겨주자마자 바닥에 떨어진 황금사과를 들고 유유히 자리를 떠납니다...
불쌍한 아틀라스...
판단이 많이 아쉬운 힘캐 형(아틀라스)과 달리 지능 몰빵인 프로메테우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그리스어로 '프로'는 앞, '메테우스'는 지혜로운 자, 생각하는 자라는 뜻으로 '앞을 내다보며 생각할 줄 아는 지혜로운 자'라는 뜻이 됩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예지 능력으로 제우스가 있는 올림포스 신에 합류해 승리를 쟁취했지만, 다른 팀원과는 달리 권력의 분배에서 배제됩니다. 프로메테우스 덕에 제우스 팀이 승리를 쟁취하게 됐지만, 전쟁이 끝나자 제우스는 가장 먼저 프로메테우스의 능력을 두려워했습니다. 토사구팽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데요. 직접 제거하면 전 독재자들과는 다르게 권력 분배를 공약을 내세운 제우스의 이미지가 안 좋아지니, 건수를 잡기 위해 때를 기다립니다.
마침 꼬투리를 잡을 일이 생깁니다. 인간을 사랑한 프로메테우스는 제물의 좋은 부분을 인간에게 주고 싶어 했습니다. 프로메테우스는 황소를 잡아 살코기와 기름진 내장은 인간들에게 주기 위해 대충 포장하고 대신 소뼈들을 잔뜩 모아 정성스레 포장을 합니다.
그리고 제우스에게 어느 쪽을 제물로 받겠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나 이래 봬도 크로노스 밑에서 눈칫밥 먹어가며 버텨온 제우스, 프로메테우스의 얄팍한 속셈을 간파하고 일부로 과대포장 소뼈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각본 대로 소뼈를 보며 크게 진노한 제우스는 괘씸한 인간들이 살코기를 구워 먹지 못하도록 불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라 엄포를 놓습니다.
그러자 프로메테우스는 인간들을 가엾어하여 불을 훔쳐 인간들에게 주었습니다. 제우스는 화가 치밀어 올라 당장 프로메테우스를 잡아 절벽에 사슬로 묶어 놓습니다. 그리고 독수리를 보내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쪼아 먹게 했는데, 낮에 쪼은 간이 밤에는 새롭게 자라 영원히 고통스러운 형벌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는 다시 한번 사기꾼 기질을 발휘합니다. 프로메테우스를 찾아오는 이들에게 제우스가 곧 낳을 자식이 제우스를 내쫓고 권자에 오를 것이라며 언플을 하게 됩니다.
다른 신도 아니고 미래를 볼 줄 아는 프로메테우스가 하는 말이니 제우스도 여간 불안해 밤에 잠도 설칠 지경이었습니다. 참다못한 제우스는 전령인 헤르메스를 보내 협상을 시도합니다. 그 아이가 어떤 여자의 배에서 나오는지 알려주면 소원을 들어주겠다 조건을 이야기하였습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가 법과 원칙에 따라 세상을 다스리고, 제멋대로 인간을 괴롭히지 않는 조건을 내겁니다. 생각보다 심플했던 요구조건에 흔쾌히 오케이 한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를 풀어주고 약속을 지키게 됩니다.
이카루스를 보면 어린 나이에 성공해 현재에는 복역을 하고 있는 연예인들이 떠오릅니다. 어린 나이에 자신이 마치 신이 된 것 마냥 맘대로 행동하다 세상의 버림을 받았던 것이죠. 이카루스도 이와 비슷한 최후를 맞이합니다.
이카루스는 천재적인 건축가 다이달로스의 아들입니다. 다이달로스는 크레타 섬에 가 '미노타우로스'(미노스의 황소)를 가둬 놓을 복잡한 미궁을 건축했습니다.
미노스 왕은 아테네의 왕자 테세우스를 먹이로 주려고 미궁에 던져놨는데 역시 영웅의 피는 달라도 다른가 봅니다. 미노타우르스를 무찌르고 유유히 복잡한 미궁에서 빠져나왔습니다. 사실 미궁에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미노스의 딸 아리아드네가 실타래를 풀어 길을 이어준 덕분이었습니다. 이 방법은 다이달로스가 알려준 것이 이었는데, 소식을 듣고 격분한 미노스 왕은 다이달로스와 그의 아들 이카루스를 미궁 안에 가둬버립니다.
하지만 천재적인 다이달로스는 이 미궁에서 빠져나올 방법을 궁리해 냅니다. 미궁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새의 깃털을 모았고 실과 밀랍으로 붙여 커다란 날개를 만들었습니다. 이 날개를 본인들의 양 날갯죽지에 붙여 몇 번 퍼덕이더니 공중으로 날아올랐습니다. 처음엔 하늘을 나는 것이 무서웠던 이카루스였지만, 나이가 어려 습득력이 좋았는지 금세 하늘을 나는 일에 익숙해집니다. 이런 이카루스에게 아버지는 단단히 경고합니다.
"Son, Listen carefully.
하늘을 날 땐 중간을 잘 유지해야만 한다.
너무 낮게 날면 날개가 물을 먹어서 무거워지고,
너무 높이 날면 태양열을 받아 밀랍이 다 녹아버려.
Do you understand?"
"아이 아부지도 참~ 알았다구요~"
이카루스는 처음에는 아버지 뒤를 조심스레 잘 따라왔지만, 밑에 있는 사람들이 하늘을 나는 자신을 보고 감탄하자 그 시선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이에 좀 더 높고 빠르게 날고 싶었던 이카루스는 태양을 향해 올라갑니다.
이런 모습을 본 다이달로스는 기겁을 하며 어서 내려오라며 소리쳤지만, 이카루스의 눈에는 아버지가 겁쟁이처럼 구는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이카루스는 더욱 높이 날아올랐고 아버지의 눈에 아들의 모습이 하나의 점으로 보일 때쯤, 이카루스의 날개는 녹아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밀랍이 완전히 녹자, 날개는 후두두 떨어져 나갔고 이카루스는 그대로 곤두박질치게 됩니다. 떨어진 곳은 터키와 그리스 사이의 바다였는데, 날개를 잃고 추락한 이카루스를 기억하며 그곳을 '이카리아 해'라고 부릅니다.
우로보로스의 꼬리는 고대 신화 5종 경기 중 유일하게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지 않은 뱀(혹은 용)에서 모티브를 얻어 온 게임입니다.
우로보로스는 고대 그리스에서 자신의 입으로 꼬리를 묾으로써 처음과 마지막이 묶인 원이 되어 탄생과 죽음의 결합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이는 동양의 '윤회'와도 상통하고 '불사' 또는 '무한'과 같은 의미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는 탄생과 죽음을 끝없이 되풀이하는 '시간'이라는 의미가 포함되기도 합니다. 원형 경기장에서 서로가 서로를 잡아야 하는 '우로보로스의 꼬리' 미션. 제작진들이 정말 재밌고 의미 있는 기획을 한 것 같습니다.
시지프스는 커다란 바위를 굴려 산꼭대기에 올려놓으면 바위는 이내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다시 내려가 굴려 올리는 벌을 받습니다. 시지프스는 어쩌다 이런 벌을 받게 되었을까요?
사실 시지프스는 따지고 보면 크게 잘못한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정의롭지요. 제우스가 독수리로 변해 강의 신 아소포스의 딸 중 가장 예쁜 '아이기나'를 납치해 갑니다. 시지프스는 이 모습을 목격하고, 딸을 잃은 슬픔으로 그리스 전역을 떠돌고 있는 아소포스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겠다 합니다. 대신 한 가지 조건을 내밀었는데요. 시지프스의 나라 코린토스의 도시에 샘이 터져 나와 물이 흐르게 부탁했습니다. 백성들을 위한 훌륭한 딜이었죠. 아소포스는 소원을 들어주고 딸의 위치를 듣게 됩니다. 이 일로 인해 제우스의 미움을 사게 된 시지프스는 최고 권력자에게 보복을 당합니다.
제우스는 죽음의 신이자 동양으로 따지면 저승사자와 같은 포지션인 '타나토스'를 시즈프스에게 보내게 됩니다. 타나토스는 한번 묶으면 풀기 힘든 포승줄을 가지고 있었는데, 시지프스는 죽기 전 마지막 소원으로 포승줄 작동원리가 궁금하다며 한 번만 만져보자고 청합니다. 시지프스는 포승줄을 건네받자마자 타나토스를 묶어 버리고 궁전 지하실에 가둬둡니다. 이로 인해 제우스와 아레스는 격분하게 됩니다. 타나토스가 일을 못하게 되자 전장에서 그 누구도 죽지 않게 되어 혼란을 초래했고, 전쟁의 신인 아레스는 이에 참지 못해 코린토스 왕국으로 쳐들어가 타나토스를 풀어줍니다.
타나토스는 괘씸한 시지프스를 포승줄에 묶어 하데스가 있는 지하세계로 데려갑니다. 하지만 저승으로 끌려가기 직전 시지프스는 아내에게 부탁을 합니다.
"여보, 내가 죽더라도 장례를 치르지 마세요. 그리고 내 시신을 광장 한가운데에 버린 것처럼 놔두세요."
저승에 도착한 시지프스는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에게 불만을 토로합니다.
"저승의 신들이시여, 저는 죽어서도 아내에게 대우를 받지 못했습니다.
장례를 치러주기는커녕 광장 한가운데에 제 시신을 버려
하데스님과 페르세포님에 대한 예를 다하지 않습니다.
제게 잠깐 시간을 주시면 이승으로 올라가 이 불경한 여인을 제 손으로 응징하고 다시 오겠나이다."
하데스의 허락을 받은 시지프스는 이승으로 올라와 아내와 도망쳐 남은 여생을 살게 됩니다.
제우스의 사생활을 고하고, 타나토스를 감금했으며, 하데스에게 거짓말을 한 이 시지프스는 죽어서도 평생 고통을 받아야 하는 바로 그 형벌을 받게 됩니다. 시지프스의 이야기는 '부조리'의 대명사가 되었으며 이후 '이방인'으로 유명한 알베르 까뮈가 시지프스 신화를 재해석해 인생의 부조리에 대해 역설하는데 차용되기도 합니다.
그리스로마신화는 '피지컬:100'와 같은 콘텐츠뿐만 아니라 브랜드, 우주 탐험, 과학, 게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지금까지도 영향력을 떨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그리스로마 신화와 친해져 보시는 것은 어떠신가요?
아래는 MZ세대가 그리스로마신화와 가장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입문서 '제우스님 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 브런치북입니다.
그리스로마신화 신들의 MBTI를 알아가며, 쉽고 자연스럽게 신들과 친해지고 싶으시다면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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