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수영대회 직관, 6인 추발대회를 보다
사랑에 빠진 자의 눈에는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답다고 했던가. 마흔 넘어 만난 수영이라는 세상이 내게는 그랬다. 새벽의 차가운 공기, 코를 톡 쏘는 소독약 냄새, 규칙적으로 레인을 가르는 사람들의 물살 소리까지. 그 모든 것이 한 편의 교향곡처럼 완벽하게 느껴졌다.
그 콩깍지 씐 마음에 운명처럼 불을 지핀 사건이 있었다. 내가 다니던 수영장에서 열린, 6인 1조 추발 대회였다.
‘추발 대회’는 마지막 주자의 기록으로 팀 순위가 결정되는, 철저한 협력과 희생이 필요한 경기다. 나는 감히 선수로 나설 수 없었다. 내 실력은 이제 겨우 물에 뜨는 것을 면한 수준이었으니까. 대신 나는 ‘응원 부단장’이라는, 어쩌면 가장 안전하고 무책임한 자리를 맡았다.
주말마다 팀원들의 훈련을 지켜봤다. 물안개 피어오르는 레인 위에서 서로의 호흡을 맞추고, 지친 동료의 등을 밀어주는 그들의 모습은 경이로웠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뜨거운 선망이 온몸을 감쌌다.
‘내년에… 내년에는 반드시 저 물속에 내가 있으리라.’
하지만 그 뜨거운 다짐은 이내 차가운 현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네가? 1,500m를? 팀 전체에 민폐만 끼치게 될 거야.’ 선망과 질투, 열망과 자괴감이 뒤섞인 채, 나는 응원 피켓을 만들며 애써 마음을 눌러 담았다.
대회 당일, 수영장은 도떼기시장 같았다. 100여 개 팀, 6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뿜어내는 습기와 열기, 긴장감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그곳은 치열한 전쟁터이자, 수영을 사랑하는 모두의 축제였다.
출발 신호가 울렸다. 나는 준비한 피켓을 흔들며 목이 터져라 소리치기 시작했다. 물 밖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선수로 뛰지 못하는 나의 모든 열망과 아쉬움을 목소리에 담아 그들에게 쏘아 올렸다.
우리 팀의 레이스는 순탄치 않았다. 초반부터 선두 그룹과 격차는 벌어졌다. 한 명의 페이스가 눈에 띄게 떨어지자, 대열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 이대로 무너지는가. 관중석의 내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바로 그때였다. 앞서가던 팀원이 속도를 늦춰 뒤처진 동료의 옆에 섰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눈빛을 맞추며, 그의 페이스에 자신의 호흡을 실어주었다. 뒤따르던 다른 팀원들도 그를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순위 따위는 이미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그들은 오직 ‘함께’ 완주하기 위해 싸우고 있었다.
결과는 예상대로 ‘뒤에서 상위권’. 꼴찌나 다름없는 기록이었다. 하지만 나는 눈물이 핑 돌았다. 스크린에 찍힌 숫자는 패배였지만, 내가 본 그들의 레이스는 그 어떤 우승보다 위대했다. 자랑스러웠고, 존경스러웠다.
그리고, 시상식에서 예상치 못한 이름이 불렸다. “응원상, OOO팀!”
물 밖에서 소리만 지르던 나의 심장이, 물속의 그들과 함께 뛰었음을 인정받은 것만 같았다.
그날 밤, 나는 잠들지 못했다. 유튜브를 켜고 지난 올림픽 경기와 마스터즈 대회를 밤새도록 돌려봤다. 끓어오르는 열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나의 오랜 직업병인 ‘계획 세우기’가 시작됐다.
더 이상 막연한 동경이 아니었다. 관중석의 아쉬움도 아니었다. 내년, 저 레이스의 한가운데에 서 있을 나를 위한 구체적이고 치열한 목표가, 내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지고 있었다.
다음 글에서는, 그날 밤 저를 잠 못 이루게 했던 바로 그 목표와, ‘민폐 팀원’이 아닌 ‘믿음직한 에이스’가 되기 위한 저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