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몸과의 대화를 해보세요.
열정은 성장의 가장 강력한 연료입니다. 하지만 그 불꽃이 너무 강해지면, 스스로를 태워버리는 화마(火魔)가 되기도 합니다. 수영에 미쳐있던 지난 1년,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러야 했습니다.
이 글은 저의 어리석었던 과욕에 대한 반성문이자, 이제 막 수영의 재미에 빠진 당신께 드리는 제 경험입니다.
수영 4개월 차, 접영과 평영을 배우던 시기였습니다. 한 유튜브 영상에서 “머리를 강하게 물속으로 박아야 한다”는 말을 봤습니다. 저는 제 몸 상태는 생각도 않고, 그럴듯한 자세를 흉내 내기 위해 경직된 몸뚱어리로 물에 머리를 처박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저는 눈을 떴지만 일어날 수 없었습니다. 목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간신히 몸을 굴려 침대에서 내려왔지만, 머리조차 감을 수 없었죠. 초기 목디스크 진단을 받았던 몸이라는 사실을 완전히 잊고 있었던 겁니다.
결국 병원에서 주사를 맞고 나서야 겨우 움직일 수 있었고, 그렇게 10일의 강제 휴식을 맞았습니다. 물에 들어가지 못하는 그 열흘이 얼마나 길게 느껴졌는지 모릅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수영은 힘으로 하는 운동이 아니라는 것을. 내 몸의 가동범위를 존중하며, 아주 조금씩, 천천히 늘려가야 한다는 것을요.
7개월 차, 저는 ‘하이엘보’에 도전했습니다. 선수들의 멋진 팔꺽기 자세. 이건 무조건 해야 하는 기술이라고 생각했죠. 문제는, 스트림라인과 롤링이라는 기초 공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겉모습만 흉내 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몸은 즉시 비명을 질렀습니다. 처음엔 오른쪽 어깨에서 ‘뚝’ 소리가 나며 아프더니, 통증은 팔꿈치와 손목으로 번졌습니다. 다음 달에는 멀쩡하던 왼쪽 어깨마저 아파왔습니다. ‘이러다 평생 수영 못 하는 거 아닐까?’ 공포가 밀려왔지만, ‘근성장을 위한 고통’이라는 어설픈 긍정으로 3개월을 버텼습니다.
다행히 주변 동료들의 도움으로 자세가 잡히며 통증은 서서히 사라졌지만, 그 석 달은 생활에 지장이 갈 만큼 고통스러웠습니다.
만약 당신이 혼자 수영을 하고 있다면, 부디 몸을 완벽히 컨트롤할 수 있을 때, 기초가 탄탄해졌을 때 고급 기술에 도전하길 바랍니다. 어설프게 흉내 낸 자세는 성장이 아니라 부상만을 남깁니다.
"수영장에서 1km는 그냥 하니까, 한강 300m 그까이꺼 대충 하면 되겠지."
동호회 사람들과 나선 첫 오픈워터 수영. 저는 오만함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하지만 발이 닿지 않는 차가운 강물에 몸을 담그는 순간,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아, 나 죽겠구나.’ 패닉과 함께 과호흡이 찾아왔습니다. 머리를 물에 넣을 수조차 없어, 헤드업 자유형과 평영으로 허우적대다시피 나아갔습니다.
물 밖으로 나왔을 때, 제 인생 처음 겪는 극심한 두통이 덮쳐왔습니다. 진통제를 먹고 한 시간이 넘게 돗자리에 누워 기절 직전까지 갔습니다. 그 두통은 한 달 넘게 저를 괴롭혔고, 병원 신세까지 지게 만들었습니다.
이 끔찍한 경험은 제게 한 가지 긍정적인 선물을 주기도 했습니다. 바로 심박을 올리지 않고 ‘아주 천천히’ 수영하는 법을 터득하게 된 것이죠. 하지만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고통입니다.
부디 명심하세요. 수영장과 오픈워터는 완전히 다른 세상입니다. 충분한 준비 운동과 물 적응, 그리고 겸손한 마음을 잊지 마세요.
세 번의 비명을 지르고 나서야, 저는 제 몸과 대화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핵심은 ‘비교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사람과, 심지어 유튜브 영상 속 인물과도 나를 비교해서는 안 됩니다.
성장을 위해선 고통이 따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성장을 위한 근육통’과 ‘부상을 알리는 위험 신호’를 정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그 답은 오직 내 몸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서만 찾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니 몸에 무리가 가네’, ‘이 정도 강도는 성장에 도움이 되는구나.’ 이 미세한 차이를 아는 것은 오직 자기 자신뿐입니다.
수영 13개월 차, 이제는 근육통은 있어도 몸이 아프지는 않습니다. 제 몸이 드디어 수영에 적응한 것이겠죠. 앞으로 더 성장하기 위해 또다시 한계에 도전하겠지만, 이제 저는 ‘천천히’ 성장하는 법을 압니다.
절대 무리하지 마세요. 우리의 목표는 단기 기록이 아니라, ‘평생 운동’이니까요.
다음 이야기는 11월 2일에 있을 '성남 탄천 1.5km 중장거리 수영대회' 신청과 준비 과정을 시리즈로 공유하겠습니다. 저만의 훈련 스케줄도 처음으로 공개할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