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야에 대한 내용은 대강 네이버, 구글, 다음 어디에 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옵니다. 우리도 그 정보를 기반으로 여행을 했죠.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모든 곳의 평점을 확인하고, 누군가가 갔던 발자취를 찾아갑니다. 저희도 석양이 예쁘다고 했던 메트로폴 버섯놈의 머리위에서 석양을 찍습니다.
그 석양, 우리도 찍었습니다...
오늘은 살바도르 성당에서 여행에 미치다에 나왔던 자세로 똑같이 사진을 찍는 한국인 커플도 보았습니다. 댓글에 "스페인 여행 중 제일 맛있었습니다." 라고 적혀있는 곳엔 어김없이 합정동 맛집과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그 반대의 댓글이 있는 곳엔 어김없이 한 명도 안보입니다.
가끔 보아하니 모두가 핸드폰을 들고 뭔가를 끊임없이 검색하는데 대부분은 리뷰와 평점이더군요.
복원중이십니다.
생각해보면 사실 어떤 여행지에서 소위 "자유여행" 이란 것이 존재하나...싶기도 합니다. 사실 어떤 큰 맥락과 틀 안에서 소비하는 시간의 정도만을 달리할 뿐 결국 같은 코스를 스쳐가는 게 아닐까. 뭐 이런 염세적인 생각도 들죠. 정해놓은 몇 개의 메뉴 중 순서와 시간을 부여하는 정도의 선택권을 자유라고 부르는 건가...싶고. 벌린은 속박에서 벗어나는 것을 소극적 자유라고 규정했는데, 분명 일상의 속박은 벗어났으나 또 다른 일상으로 침투한 것 뿐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린 철저히 '관광객' 이라는 신분을 지니고 여기 돌아다니고 있죠.
모두가 그것을 알고 있고 또 그것에 맞게 우리를 대접합니다. 아주 묘한 기분이죠.
오늘의 하루 중 제일 재미있었던 건 그 코스에서 벗어났을 때엿습니다. 중간에 시간도 너무 떠버리고 춥고 심심하고 뭘 하기도 애매하고 돈도 떨어져서 그냥 세비야버섯 계단에 앉아 멍하게 있었더랬죠.
그 옆으로 보이는 꼬꼬마 아이들의 난리대잔치가 너무 웃긴 겁니다. 난장판도 난장판도 그런 난장판이 없었습니다. 한 놈은 울고.. 한 놈은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다 고추가 걸려서 뒤집어지고, 7,8명의 아이들이 끊임없이 오르락내리락하며 분주하게 미끄럼 타기에 바쁘고 엄마 아빠들은 내려와 가자, 이제 그만. 어허이... 등을 내뱉느라 정신이 없는 광경이었습니다.
뭐랄까. 이것은 매우 코스에서 벗어난 광경이었달까요. 봐야 할 것을 보는 게 아니라, 보이는 것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이게 오후5시의 세비야 프라자구나... 라는 걸 한결 가까이 느낄 수 있었달까요.
우리가 아무도 아닌 게 되는 그 순간을 경험했습니다. 관광객도 한국인도 사업가도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내도 아닌 그저 그 때는 두 명의 이방인처럼 여겨졌어요.
어쩌면 멈추는 것이 여행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합니다. 무언가를 보고 먹고 하기위해 돌아다녔던 시간 동안 오히려 놓쳤던 소중한 풍경들이 아쉽기도 합니다. 설명을 듣고 박수 치는 자극이 지겨워지는 어느 때. 우와!하는 탄성이 사라지고, 사진찍는 손이 주머니로 들어간 그 순간. 그렇게 모든 것이 지루해질 때쯤 진짜 여행이 시작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