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궁은 오늘 타파스바에서 소원을 풀었습니다. 그녀는 5개의 타파스를(을) 섭취하였습니다. 찌라님의 행복도가 +7 상승하였습니다. 저는 젤라또를 먹었습니다. 여기 젤라또 중 잣이 들어간 캬라멜맛이 하나 있었는데 뭔가 잣을 씹자마자 굉장히 한국적인 느낌이 들었고 그것은 참으로 맛있었습니다.
하지만, 스페인 여행 2주차... 스페인에서 제일 맛있었던 음식은 3가지가 있습니다. 다들 뭐 타파스니 빠에야니 인생피자니 그러지만 사실 그런 건 존나 구글리뷰같은 소리고... 사실 진짜 맛있었던 건 힘들 때 날 살려준 세 친구들입니다.
첫 친구는 전 날 까미노에서 영혼까지 털린 후, 포기를 결심하고 로그로뇨로 걸어오던 도중 지나친 비아냐란 도시에서 만났습니다. 그 아이는 허름한 슈퍼마켓에서 팔던 새로운 맛의 썬칩이었는데....(사진은 일주일 후에 다시 발견한 녀석)
난 태어나서 그렇게 맛있는 과자는 처음이었어. 딱 바자작 하고 씹히는 순간 퍼지는 고소한 치즈향과 그 사이에서 춤추는 양파의 달콤함이 적당한 비율로 섞인 채 개선문을 열고 들어오는 장군의 형상으로 내 식도에 입성했다고.
하아.....지금은 사진도 흔적도 찾을 수 없는 그 썬칩은 아마 신기루가 아니었을까...싶습니다.
이 친구
두 번째 친구는 이베리코 돼지 데리야끼 구이였는데... 얘는 정말. 여러분은 몰라. 우리나라는 돼지고기를 빠짝 꾸어서 김치에다 싸먹어야 맛있다고 하잖아요. 돼지고기 미디움 들어보셨어요? 씹는 데 육즙이가 무슨 수박처럼 추룩추룩 흐르는 데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고기씹는데 갑자기 예나 선정이 딸이에요 짤처럼 입에서 육즙이 흐를 줄 알았겠습니까. 질질 흘리면서 놀란 가슴은 진정시키는 와중에 ... 어? 고기 어디갔어. 녹아버렸어 젠장 라이크 스노우. 녹아버린거라구. 입 속에서. 그것은 내 혀위에 사뿐히 내려앉은 돼지고기맛 함박눈이었나...
이거이거
세 번째 친구는 초코빵입니다. 나중에 마트에서 이 아이를 다시 발견했어. 8개에 1.2유로더라구요. 그러니까 한 개에 160원 남짓 하는 되게 불량한 초코빵인거지. 세비야의 잊지못할 우리 주인할머니가 아침식사로 주신 건데 우린 항상 배고픔을 경계해야 했으니 비상용으로 몇 개 챙긴 겁니다.
세비야를 하루종일 싸돌아다니고 위장이 텅텅 비어서 매우 분노가 차오를 때쯤이었어요. 진짜 15분만 더 배고팠으면 싸웠을거야. 누군진 상관없어. 그냥 싸웠을 것 같아.
바로 그 순간 구깃구깃 가방 속에 구겨진 그 초코빵을 발견했고... 봉지를 찢어 한 입 물었을 때.... 왜 하필 이제야 내 앞에 나타나게 된거야. 싸구려 빵이라곤 믿기지 않는 버터풍미와 핵불량해보이는 초코렛 시럽의 맛이 절묘하게 입 안에 퍼지는 데 입에서 식도를 타고 위로 내려가는 20여초간 스페인 국기가 눈 앞에서 펄럭거렸어.
여러분. 여행에서 제일 맛있는 건 뭐다? 맛집? 빠에야. 노 그런거 아니다. 배고픔에 절망하고 있을 무렵 주머니 속에서 느껴진 구겨진 부서진 쿠키 하나와 몇 주간의 고춧가루 함량미달로 인해 입에서 기름기가 사라지지 않을 무렵 등장해주는 신라면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