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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Nov 28. 2019

하고픈 건 브랜딩, 해야 할 건 영업

기획은 멋진데..그래서 돈은 누가벌까...

오늘의 글은 브랜딩을 까고자 하는 글은 아닙니다. 다만 브랜드 형식주의에 대해 한 번 잠시 얘기해보고, 실제 기업에게 필요한 게 뭔지 좀 러프한 언어로 풀어보고자 합니다. 다소 주관적이고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 있을 수 있으니 혹시라도 브랜딩을 너무 사랑하시는 분에겐 좀 불편할 수 있습니다.




어느 순간 브랜딩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모든 기업이 브랜딩을 외치고, 브랜딩으로 성공한 사례들이 공유되며 브랜딩전략에 대한 논의가 필수가 되었죠. 책도 아티클도 심지어 제 브런치도 브랜딩을 외치고 있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는 듯 하지만 누구도 알지 못하는 게 또 브랜딩이죠.


하지만 브랜딩이 무엇인가라는 질문 이전에 우리는 왜 브랜딩에 목매는가에 대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것을 통해서 뭐하고 싶은걸까.


그렇습니다.


돈벌고 빨리 투자받고 커져서 사람뽑고 서비스키우고 시장늘리고 해외진출하고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되고 싶어서겠죠. 그래서 초기 팬층을 모으고, 마케팅에 힘쓰고, 우리의 색깔을 공고히 하기 위해 하루 몇 시간씩 회의를 하는 겁니다.


궁극적으로 회사는 생존을 위해 애쓰고 있는 중입니다. 방향성과 전략을 구축하는 건 낭떠러지로 떨어지거나 서로가 다른 방향으로 찢어져 산산조각 나지 않기 위함이죠.

살아남아야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브랜딩은 아주 다양한 요소가 결합되어 있습니다. 크게는 회사가 세워진 목적이고 작게는 회사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을 통합하고 있죠. 3개로 쪼개보면 이렇습니다.


- 표의와 표기의 일치

- 전달과 수용의 일치

- 전략과 행위의 일치


이미지나 이름, 내세우고 있는 가치관 등 보이는 모습과 그 뜻이 일치해야 합니다. 로고는 강아지그림인데 라면 파는 곳이면 좀 이상하겠죠.


또한 우리가 전달하는 내용과 소비자가 받아들이는 내용도 일치해야 합니다. 모두가 진땀흘리는 부분이 이것이겠죠. 고객은 우리 뜻대로 메시지를 해석하지 않으니까요. 마케팅 전략이 일종의 방정식이라고 한다면 변수x 앞의 상수를 1로 수렴시키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건 "건강한 삶을 위한 하루10분 운동 서비스" 인데 고객은 운동복쇼핑몰 쯤으로 인식하고 있으면 마음이 꽤나 상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브랜딩 전략이 잘 구축되어 있다고 칠게요. 우리의 주요전략은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통한 경험전달이 주요전략입니다. 근데 당최 팝업스토어를 안여는거야. 일 년에 한 번 정도 슬쩍 열다가 끝난거지. 전략은 좋은데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뭔가 매우 멋진 외관에 엔진이 없는 자동차와 비슷할 겁니다.


결국 브랜딩은 기업이 내세우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과 보이는 것들과의 일치감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모든 것을 운영하고 회사가 돌아가기 위해선 성장동력이란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매출이죠. 더 구체적으론 영업이익일 겁니다.


여기서 살짝 불편한 지점이 등장하는 데 우리가 하는 소위 브랜딩이란 것이 전략단에선 참 멋진데, 돈은 누가 벌고 있냐는 겁니다. 혹시 대표님 혼자 양말에 빵구나도록 밖에 돌아다니고 있진 않는지. 직원들은 우리회사를 어떻게 소개하고 있는지. 한 명이라도 새로운 신규고객을 물고오긴 하는지.


마케팅을 하는 건 멋집니다. 마케팅을 통해 신규고객이 유치되기도 하죠. 끊임없이 GA를 들여다보고 그로스해킹을 공부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시간은 흐르고 월급날과 건물월세날은 꼬박꼬박 돌아옵니다. 나갈 돈은 칼같이 돌아오고 있죠. 그렇다면 우리회사의 매출은 대체 어떻게 발생하고 있는 걸까요.


지원금을 받는다면 한동안은 호흡기꽂은 듯 편안할 것입니다. 직원이 없다면 당장 내 입에 풀칠할 정도는 뭘해도 벌 수 있죠. 한 두명 정도의 직원이 있다면 빨리 네이티브 애드 돌려서 광고받아서 외주모드로 돌아서면 얼추 월급은 맞춰줄 수 있습니다.


그렇게 플랫폼 사업을 하고 싶었지만 광고의  늪에서 허덕이게 될지라도 회사가 돌아간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대표의 강의비, 대표가 뛰는 외주비, 지인의 요청으로 들어온 프로젝트 등 몇 개의 매출을 내서 조금씩 조금씩 성장도 합니다. 마케팅을 통해 한 명 두 명 새로운 고객들도 쌓이죠. 비록 괄목할 만한 성장은 아니더라도 원래 스타트업은 그런거니까 투자자와 인수를 기다리며 웅크리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수해주세요.

그 방법이 틀렸다고 할 순 없겠지만... 개인적으론 다들 너무 몸사리는 느낌이 있습니다.


뛰어야죠. 컴퓨터 앞에서 마케팅 전략 짜는 것도 좋지만, 빨리 짜고 찌라시들고 밖으로 뛰어나가서 고객 물어와야죠. 스타트업은 신규 경영전략 프로토타입 돌리는 연구소가 아닙니다.  빨리 돈벌어서 폭풍 성장해야 합니다. 팬덤을 모으든 규모의 경제를 가져가든 영업이익을 빨리 내야 투자를 받거나 엑싯을 하거나 다른 가능성이 보입니다.


옆 회사에서 주관한 스타트업 행사에서 강의하고 멋져요 댓글이 달려도 돈은 벌리지 않습니다. 영업을 뛰어야 합니다. 



영업이란 단어가 나오면 으어...우리는 브랜딩부터 하고 싶은데... 라며 손사래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영업은 브랜딩의 한 파트입니다. 영업나간 사람의 인사, 태도, 옷차림, 건네는 브로슈어, 설명 하나하나가 곧 브랜드 입니다. 가장 직접적인 브랜딩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죠.


대표가 영업을 뛰는 건 말발을 떠나서 설명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대표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좀 슬픈 일입니다.

대표님..

직원들은 회사의 비즈니스모델과 상품에 대한 스펙에 대해 몰라도 되는 걸까요. 오히려 누구보다 내부고객인 직원이 가 잘 파악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게 제 의견입니다. 따로 영업조직을 두기 힘든 스타트업에선 더더욱 말이죠, 대단한 건을 물어오는 것만이 영업이 아닙니다.


나와 만나는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소개하고 적극 권장하는 소소한 행위부터가 영업의 시작이죠. 뭐가 좋은데? 라는 질문에 정말 매력적인 대답을 준비하는 것도 멋진 영업의 자세입니다. 영업의 역할을 대표나 마케터가 전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니 왜죠. 디자이너는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몰라도 되는 걸까요. 나는 말발이 안되니까... 나는 지금 내 일이 많으니까... 라며 조금조금씩 미루다 보면 결국 응급실에서 포도당 꽂고 있는 대표님과 임종을 앞둔 마케터님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브랜딩은 솔직히 단어부터가 멋져보입니다. 영업은 뭔가 졸라 짠내나는 단어죠. 돈벌려고 아득바득하거나 몇 년 간 연락없다가 뜬금없이 전화해선 보험들거냐고 물어보는 중딩동창 같은 이미지가 먼저 떠오릅니다.


하지만 우린 멋진 거 하려고 회사에 모인 게 아니고, 지금 우리 회의실에 아껴아껴 쓰고 있는 보드마카 지우개를 새로사기 위해선 돈이 필요합니다.


모두가 발 벗고 뛰어야 하죠.


영업은 훌륭한 브랜딩 전략을 직접 몸으로 보여주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회사의 매출 중 가장 으뜸이라는 영업이익을 만들어내고 성장동력을 직접 생산하는 행위이기도 하죠. 한 손엔 찌라시 한 손엔 생수병을 들고 뛰어다니는 모습은 숭고합니다.


브랜딩은 그 발걸음이 누구에게 향할 지, 어떤 멘트와 행동을 보여줄 지, 내부고객에겐 어떻게 대응하고 어떤 규칙을 정할 지 총괄하는 큰 프레임으로써 존재합니다.


행동하는 브랜드야말로 존멋이라고 할 수 있죠.


날이 추워지니 따뜻한 패딩을 입고 나가 개멋진 브랜딩을 몸소 실천해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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