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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Dec 07. 2020

혼자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견적서쓰기

견적서를 보낼 일이 아주 많아지길 기대하며.

예전에 디자이너들을 위한 견적 책정에 대한 글을 썼던 적이 있었습니다.

https://brunch.co.kr/@roysday/88

이 녀석이죠. 이게 벌써 2년 정도 된 글인데 다시 보니 사뭇 허술한 부분들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그 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아닌 부분들도 있어서 약간의 오글거림과 간지러운 추억을 간직한 콘텐츠가 되었네요. 최근에 몇몇 분들에게 견적 책정 말고 견적서를 어떻게 써야 하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생각해보니, 견적 책정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막상 견적서를 어떻게 써야하는 지는 얘기하지 않았더라구요.


견적서를 쓰는 방법이야 조금만 검색해봐도 양식과 가이드가 많이 나옵니다. 문제는 좀 더 잘 쓰는 방법이 되겠죠. 견적서는 그걸 다루는 회사나 프로젝트의 종류에 따라 굉장히 다양하게 나뉩니다. 해외사업을 하는 벤더에서 쓰는 견적서와 공공기관에서 쓰는 견적서가 매우 다른 것처럼 말이죠.

저희 견적서

오늘은 가급적 혼자 일하는 사람들...그러니까 프리랜서 내지는 개인사업자들이 써볼만한 내용들을 다루려고 합니다. 물론 이조차도 많은 다름이 있으니, 정답이라기 보단 사례공유 정도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우선 견적에 대해 한 가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견적책정을 할 때 시간베이스로 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인 용역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죠. 이는 맨먼쓰를 책정할 때 유용합니다. 클라이언트가 '너 한 명을 일주일간 쓰고싶은데 너에게 얼마 줘야겠다.' 를 고민할 때 좋죠. 보통 나의 희망연봉이나 클라이언트사의 기책정 예산을 시간으로 쪼개서 시급(내지는 일급) x 작업시간(또는 작업일)으로 책정합니다.


근데 이게 사업을 할수록 여러분에게 불리해져 갈 겁니다. 단순히 시간 베이스로 견적을 책정하다보면 결국 1년에 내가 벌 수 있는 상한선이 정해집니다. 그리고 능력이 아닌 노동시간을 비용으로 바꾸는 방식인지라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선 몸이 상하기도 할 겁니다. 게다가 이런 논리라면 카피나 네이밍, 아주 심플한 컨셉의(클라이언트 입장에서 과업량이 적어보이는) 업무에 대한 가치를 매기기 어렵답니다. 노동시간과 과업량에 비례해 가격을 책정하는 건 꽤나 위험합니다.


비용은 결국 클라이언트에게 이게 얼마나 가치있느냐에 따라 매겨집니다. 난 3음절짜리 이름하나 지어주는 거지만, 당신들이 못해서 나에게 의뢰한 거잖아요. 더불어 지금 네이밍이 너무너무 시급한 상태라면 이 프로젝트의 가치는 점점 올라갑니다. 어떤 가치를 지닌 일인지가 더 중요합니다.


 어떤 가치를 지닌 일인지가 더 중요합니다.

저는 2021년 아예 비용을 고정해버렸답니다. 그리고 회사소개서 20페이지에 900만원(VAT별도)로 말입니다. 여기에 당신이 해야 할 일과 우리가 할 일, 그리고 3주의 제한시간을 붙였습니다. 이건 제 노동량을 기준으로 잡은 것이 아닙니다. 제가 타겟으로 하는 클라이언트들이 가장 합리적으로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을 선정해서 고정해놓은 것이죠. 제 타겟은 아주 좁고 명확하거든요. 그리고 상품이 두개밖에 없어요. 소개서/텍스트. 그래서 금액을 고정시킬 수 있었답니다.


https://aftermoment.kr/


물론 상대방이 급하거나 매우 중요한 일이라면 여기에 추가비용이 붙습니다.


'급하게 해주세요!!!' 라고 외치면 어젠트피가 붙고, '다른 프로젝트 하지말고 우리 것만 해주세요!!!' 라고 하면 기회비용에 대한 비용을 따로 책정하죠. 기본금액을 정하고 가치를 덧붙이는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자, 이제 견적서를 한 번 써볼게요.


1. 엑셀만들기 전에 일단 기준견적을 잡으셔야 해요.


보통 하나의 프로젝트에 다양한 결과물을 만드실 일이 많을 겁니다. 디자이너의 경우는 특히 그렇죠. 이 때 기본적으로 장당 얼마인지, 콤포넌트 하나당 얼마인지 기준이 있으면 가격을 책정하기가 쉽습니다. 물론 그런 상세한 정보는 견적서에 담지 않습니다. 다만, 가로 배너가 10만원인데 세로 배너는 30만원이다?... 이럼 좀 이상하죠. 클라이언트도 의아할 거구요. 일단 기준을 잡고 거기에 갯수를 곱하고 추가적인 뭘 더하더라도... 작업물에 대한 기본적인 '단위'가 있으면 좋습니다.


페이지 당으로 할 지,

제작물 하나 당으로 할 지,

크기 별로 할 지,

디자인 워크 난이도로 책정을 할 지 등등...


물론 이건 꽤나 심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제가 이번에 브랜드텍스트 기획상품을 추가했는데... 이걸 글자수별로 해야 할 지...페이지 수별로 견적을 잡아야 할 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거든요. 엄청 고민했습니다. 홈페이지에 오픈해버리고 나면 번복하기도 어려우니까요. 결론은 프로젝트 베이스로 하기로 했습니다.


글자수대로 하는 건 노동량과 비용이 비례한단 얘긴데... 이러면 좋지 않아요. 실력이 아닌 시간을 파는 느낌이거든요. 저희는 아예 최저금액 900만원을 잡아놓고 이 금액 이상의 프로젝트만 진행하기로 했어요. 2,3개의 결과물을 기준으로 했죠. 글자수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어요. 길게 쓰고 짧게 쓰는 건 우리 회사에겐 큰 이슈는 아니거든요. 저희에겐 무엇을 쓰느냐가 더 중요해요. 물론 상식적으로 너무 많은 텍스트가 등장한다면 추가비용이 생길거고, 백지에서 제작인지 텍스트를 제공해주는 지 등에 따라 기획비용도 달라질 겁니다.


결론 : 일단 기준금액을 마련하고 변동항목을 쪼개놓는 게 좋답니다. 그래야 증액의 타당한 이유가 붙고 능력에 대한 정당한 비용을 스스로 책정하기도 편해지죠.



2. 일의 구간에서 견적을 끊어요.


디자이너 분들 일하시다 보면 프로젝트 드랍되는 경우가 진짜 많죠? 그 때 시안비도 못받고.. 고민하고 아이디어 내고 회의하고 미팅까지 다녔는데... 그냥 팽당한 경우가 많을 거에요. 보통 이 때의 클라이언트사의 변명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는데요?'

'원래 기획비란 건 없었는데요?'


등의 얘기입니다. 나쁘죠. 참. 견적서 하나로 이를 막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구간분류를 통해 명시는 할 수 있습니다.

1,2번 기획비와 시안비까지가 프로젝트 머리

3,4,5,6번 실제과업과 수정이 몸통

7,8번 인쇄 및 원본파일 제공 등이 팔다리

기타 실비나 출장비들은 머리카락 & 각종 털


이 구간별로 견적을 쪼개서 책정해놓도록 합시다. 그래야 시안만 전달하고 프로젝트가 멈춰도 1,2번에 관련한 비용을 청구할 명목이 생기죠.



3. 실비와 과업비용을 구분합니다.


실비의 개념을 알고 계셔야 해요. 과업비용은 내가 받은 프로젝트의 결과물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 소개서20페이지 짜리를 만들어주세요. 라고 했으면 소개서 20페이지가 과업비용이죠. 그런데 소개서를 만들려면 사진도 필요하고, 유료폰트를 썼으면 유료폰트도 사야하고 각종 부수비용이 발생합니다. 가끔 출장비나 현장조사관련한 비용도 발생합니다. 이를 실비 또는 필요경비라고 하죠.


실비 청구 항목이 없으면 (계약서든 견적서든) 업무를 진행하면서 발생하는 지출을 계속 본인이 부담하게 됩니다. 유료폰트 구입비도 여러분 돈으로 사서 줘야하고, 출장도 내 돈으로 다녀와야 하죠. 물론 청구가 부끄러워 그냥 내 돈으로 처리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엄밀히는 별도 청구하는 게 맞습니다.



4. 단가, 수량, 단위, 계, 소계, 합계, 총계.


견적서는 기본적으로 '적산법' 을 활용합니다. 원래 적산법은 수량과 단가, 간접비 항목으로 구분되어 있지만 우리는 단순하게 단가와 수량, 단위로 구분합니다.



단가는 말그대로 하나하나의 가격을 의미합니다. 수량은 당연히 몇 개를 만드느냐 하는 얘기죠. 단위를 적는 이유는 이게 페이지수인지 장수인지, 글자당인지, 권인지를 명확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수량과 단가가 나왔으면 둘을 곱해서 계를 냅니다.


예를 들어

1,2번 계를 더해서 소계를 내고

3,4,5,6번을 더해서 소계를 내고

7,8번을 더해서 소계를 냅니다.


각 소계를 모두 더하면 합계입니다.


 거기에 VAT나 실비, 추가비용등을 더해 최종적으로 받아야할 금액을 적는 게 '총계' 입니다.



5. 비슷한 카테고리별로 과업을 묶어요.


행사디자인 등을 하다보면 웹배너, 브로슈어, X배너, 로고, 제안서 제작 등 굉장히 다양한 과업을 수행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이 때 하나하나를 모두 단가로 책정하고 있으면 매우 복잡한 견적서가 되죠. 보통 이럴 땐


웹관련 : 웹배너, 페이스북 페이지커버, 상세페이지3종

인쇄관련 : 브로슈어, 리플렛, 제안서

콘텐츠 : 카드뉴스, 행사관련 진행 오프라인 자료 일체


이런식으로 카테고리 별로 묶어 소계를 냅니다. 제작물 하나하나에 견적을 책정해도 되지만 보통은 웹관련 전체 얼마, 인쇄 관련 전체 얼마 이렇게 합산하는 게 더 편할 때도 있습니다. 클라이언트 측에서 상세견적을 기재해달라는 요청이 없다면 묶어서 제시해도 무관합니다.



6. 노동시간 대비 비용은 금물.

어떤 가치를 지닌 과업인지가 더 중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시간을 비용으로 책정하기 시작하면 일의 가치를 제대로 받기 어렵습니다. 갑자기 삘 받아서 1시간만에 네이밍을 완성했습니다. 그렇다고 1시간 일한 만큼만 받는 건 아니죠. 시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물론 오버타임에 관한 비용을 책정할 때도 있습니다. 계약기간보다 연장될 때마다 얼마씩 추가로 청구하는 케이스죠. 이럴 경우엔 계약금액 전체 대비 계약기간으로 쪼개서 일할 추가금액을 산정합니다.


예를 들어 1,800만원짜리 프로젝트를 2달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60일이니 일당 30만원이네요. 계약기간에서 하루 추가될 때마다 30만원 증액(과업량에 따라 적당히 조정은 가능하겠지만). 이런 식으로 책정하죠.



7. VAT, 원천세 계산.




VAT는 부가가치세입니다. 여러분이 사업자를 지니고 있고 세금계산서를 끊어야 한다면 아주 익숙한 숫자일 거에요. 500만원짜리 플젝이면 500만원의 10%를 가산해서 청구합니다. 50만원이 VAT인 셈이죠. 아싸 550만원 받았다고 좋아할 일이 아닙니다. VAT 50만원은 여러분의 것이 아닙니다. 그거 모아서 1년에 두 번 부가세 신고할 때 내시는 거에요. 견적서 총계에 VAT별도인지 포함인지 반드시 적어주셔야 합니다.


원천세는 3.3% 입니다. 사업소득에 대한 세금 3%와 주민세 0.3% 를 합친 금액이죠. 종종 기타소득으로 계산해서 8.8%를 공제하는 곳도 있습니다. 정기적인 사업소득이 아닌 경우 기타소득으로 잡는거죠. 사전에 꼭 확인하셔야 해요.



8. 지급일정 협의


지급일정을 꼭 적어놓으세요. 이건 견적서에 적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계약서에 기재합니다. 프로젝트 종료일로부터 15일 이내와 같은 식으로 말이죠.


제5조(비용의 지급)
①‘OOOOO’은 본 계약의 이행의 대가로 다음과 같이 ‘애프터모멘트’에게 디자인 기획 및 개발료를 지급하기로 한다.
• 지급일정 : 프로젝트 종료 후 2주(영업일 기준10일)이내 지급
 일금팔백칠십만원정 (₩8,700,000) / 부가세 별도(총액 9,570,000원)

②본 계약에 따른 프로젝트의 종료 시점은 본 계약 제8조에 의하여 ‘OOOO’이 용역 결과물 인수를 완료한 때로 한다.


보셨죠? 3가지를 명시하셔야 합니다. 종료의 정의가 무엇인지. 종료일로부터 언제까지 줘야 하는 지. 얼마를 줘야 하는 지.



9. 견적상단내용


음..이건 필수는 아니지만 그냥 상식적으로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각각 양식은 모두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견적서 상단내용은 이렇게 구성됩니다.



크게 공급자정보, 수령자정보, 견적서 작성일자, 견적내용 이렇게 구분돼요.


수령자와 공급자는 각각 회사명과 사업자등록번호, 담당자명, 연락처를 기재합니다. 사업자가 없을 경우엔 주민번호를 기재하기도 하는데, 이는 협의할 수 있습니다. 다 개인정보니까요. 예전엔 사업체명 옆에 날인을 필수로 했었는데 요즘엔 견적날인이 크게 효력이 없다는 의견이 우세해서 계약서 날인으로 갈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공공기관에선 아직도 날인을 강력하게 요구하더라구요.



10. 견적 높게 불러서 도망가면 어떡해.


내 가치는 내가 스스로 책정하는 겁니다. 자신있게 금액을 부르시고 금액만큼의 만족도를 선사하시면 됩니다. 견적은 초기에 높은 금액을 불러서 추후 네고의 여지를 남기는 경우가 있고, 아예 확정된 금액을 (처음부터 좀 낮게) 던져서 그보다 낮으면 드랍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방식을 선택할 지는 본인이 결정할 문제입니다. 좋다 나쁘다의 문제는 아니니까요. 종종 내가 견적을 높게 부르거나, 추가비용을 요청하면 클라이언트가 도망갈까봐 말도 못하고 고생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도 근 3년간은 끙끙 앓으며 말도 못하고 살았구요. 하지만 용기를 내 추가비용을 요청했더니, 너무 아무렇지 않게 '아 당연히 드려야죠' 라고 하는 클라이언트 덕분에 그 이후론 그냥 막 부른답니다. 괜찮으니 정당한 비용을 당당하게 청구하시고, 대신 결과물을 멋지게 전달해주세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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