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삶분의 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창선 Aug 06. 2017

디자이너를 위한 계약/견적 울렁증 극복하기(오들오들)

왜 우리는 돈을 준대도 오들오들 떨고 있는 걸까.


덜덜덜

와...이건 진짜 사실 쓸까말까 아주 많이 고민했던 부분입니다. 왜냐면, 뭔가 격한 악플과 반대가 달릴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이지요. 종종 생각날때마다 업데이트를 하고 있지만... 2,3년 전 글인만큼 과거의 바보스러움과 억지스런 드립들이 있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몇 년 전의 저는 꽤나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였군요...(다시 읽어보니)




머릿말



디자이너들은.


디자이너들은 열심히 학교공부하고 입시미술 준비하고, 시각 또는 기타 디자인학과를 나와서 졸작을 내고 나면 거북목과 굽은 어깨를 획득하게 됩니다. (굽은어깨를 획득하셨습니다. 오십견 스킬+4) 그리곤 크몽이나 친구들 외주를 하나두개씩 하다가, 공모전같은데서 상도 타고 그러면서 포폴 사이트에 올릴 것이 하나두개 쌓여갑니다. 운이 좋으면 클라이언트에게 먼저 연락이 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이력서쓰고 인하우스나 에이전시 같은 곳을 갑니다.


회사를 다니다가 이직이나 퇴사 후 프리랜서 독립을 꿈꾸는 디자이너들이 많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떨 지 모르겠으나 저는 혼자 작업하는 게 좋기도 하고 일하고 있는데 뒤에서 막 깔짝깔짝 시덥잖은 걸로 손가락으로 이래저래 휘적휘적하는 게 정말 싫거든요. (내 모니터는 터치가 아니다 이 자식아, 그만 좀 만져) 그래서 저도 개인적으로 독립해서 사업을 하는 거겠죵.


자, 그럼 이때부터가 문제입니다. 보통 회사다닐때는 월급 따박따박 받고 일했습니다. 게다가 외주나 친구/지인부탁으로 로고 따위를 만들어주긴 했지만, 뭔가 계약서를 직접 작성하거나 계산서를 발행하거나 프로젝트 계약을 진행해본 경험은 디자이너의 성장테크트리상 흔치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초창기의 저도 그랬고, 주변의 디자이너지인들도 '금액 말하기' 가 매번 어렵다고 낑낑대곤 합니다. 그래서 오늘의 글은 바로 그것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견적을 받고 계약을 진행하는 과정은 사실 가장 떨리고 신나는 단계입니다. 돈 받는 거니까요. 근데 대부분 우린 돈을 준대도 오들오들 떱니다. 일단 경험부족이 가장 큰 것 같고, 성격의 문제도 있는 것 같고, 존나 통장에 돈이 없는 현실도 한 몫하는 것 같습니다.


금액이 얼마죠?
아...그..그건..(얼마라고 하지?;;;;;)


이 부분에 대해서 하나하나 좀 알아보도록 할까요. 참, 글에 들어가기에 앞서 두 가지 밑밥을 깔고 가겠습니다.

1. 이제부터 나올 모든 내용은 온전히 그냥 제가 진행하는 방식일 뿐입니다. 이것을 표준 또는 진리라고 생각하시면 곤란해집니다.

2. 이 글은 클라이언트도 함께 봤으면 좋겠습니다. 정당히 일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는 사회가 되었음 하니까요.






문제는


1. 일단 졸업하자마자 뭔 돈이 있다고 오퍼를 가려서 받겠습니까. 그냥 3만원이든 5만원이든 슬라이드 만들어줘, 로고만들어줘, 포스터 만들어줘 하면 당장 얼른 돈 벌어야 하니까 그렇게 만들기 시작한 것이지요.


2. 디자이너라고 하면, 포토샵 가르쳐줘, 이거 어떻게 해? 포스터 만들어줘? 이것 좀 봐줘(봐줘=니가 해) 등등의 각종 요청에 시달리게 되면서, 뭔가 그냥 '뚝딱'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해지게 됩니다.


3. 그렇게 낮은 가격과 빠른 속도, 열정페이에 굴레에 발을 들여놓습니다.


4. 보통 클라이언트는 일회성으로 요청을 많이 하지만, 결과물이 괜찮거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서 좋은 기억에 남았다면 다시 연락을 주는 일이 잦습니다.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도 한 번 해봤던 디자이너와 하는 게 편하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금액도 그 때와 똑같다는 것입니다. 


5. '그냥 하나 간단히 해줘, 그렇게 막 엄청 예쁘지 않아도 돼'  드립을 수백번 정도 듣게 됩니다.


6. 디자이너의 실력도 늘지 않고 통장도 늘지 않습니다.


7. 통장이 쌓이지 않으니 클라이언트를 가려받거나 큰 프로젝트를 기다릴 수 없습니다. 코 앞의 수익이 급해진거죠.


8. 포폴이 점점 그지가 되어갑니다. 사실 결과물을 내도, 어디가서 포트폴리오라고 하기도 거지같은 것들이 양산됩니다.


9. 그 포폴을 보고 들어오는 클라이언트의 퀄리티 또한 딱 그 정도입니다.


10. 디자이너의 실력도 딱히 늘지 않습니다. 그 정도 수준에 맞춰서 정체되어 버리고 맙니다. (7~10번 반복)


악마의 굴레





얼마일까!


위와 같은 문제 때문에, 전체적인 금액이 하향평준화 되기 시작합니다.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도 디자인은 한 번 만들고 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디자이너 본인도 금액을 부르면서 뭔가 죄책감이 듭니다. 싯가에 맞추려고 하지만, 사실 그 정도를 확 부르면...도망갈테니까 애시당초 낮춰서 부르는 편입니다.


자, 아래의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을테니 악플을 다셔도 되고, 말도 안된다는 둥 뭐 싸우셔도 괜찮습니다. 보통 제가 진행했을 때 부르는 금액이기도 합니다. 물론 네고가 조금 있긴 하지만, 그래봤자 10~15%내외 입니다. 그리고 이 금액을 부르면 80%는 식겁하고 15%정도는 적정한 수준, 5%는 생각보다 싸다. 라는 의견이 나오더라구요.


클라이언트님들도 함께 보시길 바랍니다. 몇 개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 로고 


: 로고는 흔히 업체의 규모/사용범위/브랜드인지도 등에 따라 조금씩 달라집니다. 스타트업의 경우는 그에 감안해서 저렴한 비용에 진행하기도 하겠죠.  300~500만원 정도가 저렴한 수준이고. 보통은 1,000~2,000만원 정도로 진행하는 것 같아요. 많게는 4,000만원에서 그 이상으로 가는 것 같아요.


그 땐 엄청 크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면 그리 큰 돈은 아니었어요..ㅎㅎ 로고는 보통 짧게는 1개월, 길게는 3,4개월까지도 프로젝트성으로 진행되거든요. 혼자 진행하는 것도 아니고, 여러 디자이너와 기획자가 함께 브랜딩TF팀으로 움직이는 것이 사실상 정석입니다. 이러다보니 인력과 제작기간을 고려하면 수천만원이 책정되는 게 맞긴하죠.


2. 포스터


: 저렴하게는 100만원 내외

: 일반적으론 200-300만원

: 고급지게 가면 500만원에서 진행


: 보통 A2사이즈 기준

: 수정3회까지 무료/이후 회당20만원

: 원본제공은 별도(전체금액에 30%가산)

: 제작기한 - 7~10일 남짓

: 포스터는 아트웍작업이 많고 행사나 프로그램의 키비쥬얼로 쓰일 때가 많아요. 보통은 키비쥬얼이 있는 게 아니라, 포스터 만들면서 같이 만들어달라는 경우가 많아서, 포스터 하나 제작이라기보단 컨셉기획 역할도 함께 한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이런 거 : 출처 : 핀터레스트 / MAGDIEL LOPEZ


3. 회사소개서/제안서 등

: 애프터모멘트는 20페이지에 텍스트기획 포함 900만.VAT별도로 아예 고정/공개해놨어요)

: 수정3회까지 무료 / 이후 회당 20만원

: 원본제공은 별도(저희는 포함)

: 보통은 전체금액에 30%가산/협의가능

: 제작기한 - 기획/제작 포함 21일이상(페이지수에 따라 상이)

https://aftermoment.kr/


4. 브로슈어 등 책자제작

: 애프터모멘트는 페이지당으로 받지 않고 전체 프로젝트로 900만원(20page)기준

: 수정3회까지 무료 / 이후 회당 20만원

: 원래 원본제공은 별도(전체금액에 30%가산)

: 제작기한 - 21일이상(페이지수에 따라 상이)




5. 아이소메트릭/아이콘 등 아이덴티티 디자인


: 기준금액에 플러스 400만원 내외 진행

: 원본제공은 별도(전체금액에 30%가산)

: 수정이나 제작기한은 별도 협의



뭐 대충 이러합니다. 이것은 표준금액이 아니라, 그냥 제가 진행했던 금액을 적어놓은 것이니 서로 참고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예전엔 제가 좀 잘하는 부분은 금액이 높게 책정되고, 포폴이 부족한 부분은 적당히 네고가 들어가곤 했습니다.


그러다 2021년 올해부턴 아예 가격테이블을 1개로만 만들었어요. 20페이지/900만원. 그리고 홈페이지에 공개해버렸답니다. 대기업에겐 많이 받고, 스타트업에겐 조금 받고 하는 식의 가격조율이 일반적이었는데... 생각보다 견적조율하는 게 피곤합니다.ㅠㅠ... 그래서 제 타겟 클라이언트가 지불할 수 있는 적정금액으로 고정하고 그것만 진행하고 있어요.



제가 디자인을 하긴 하지만, 무조건 디자이너편을 들고싶진 않습니다. 저도 프로젝트하거나 기획하면서 외주를 맡길 일이 종종 있었는데... 안좋은 인연으로 끝나는 경우들도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도망가는 분들도 많았고... 잠수... 퀄리티...연락안됨 뭐 이런 경우도 종종...이런 것들이 클라이언트에겐 트라우마로 다가오고..."비싼 돈주고 해봐야 소용없더라." 라는 학습을 하더라구요. 미팅을 하면서 늘상 듣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전에 수백만원을 주고 했는데...너무 실망했다.' 등등..


무작정 높은 금액을 부르기보단 내 실력과(툴을 다루는 것뿐만 아니라, 기획능력까지) 클라이언트의 니즈를 잘 고려해서 정당한 금액선을 잡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정당한 금액을 네고할 생각부터 하지 말고, 그 금액의 퀄리티를 낼 생각을 하는 편이 좋겠죠.(서로를 위해서)





견적부르기


자, 이제 침착하고 견적을 제시해보도록 합시다. 사실 대부분 오들오들 쫄고있는 건 본인 뿐입니다. 클라이언트는 별 생각도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일단 들어나 보자..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뭐 쫄거나 눈치볼 필요도 없습니다. 한도 끝도 없이 거기에 맞추다 보면  천하제일 쫄보가 될 겁니다.


빼꼼이가 되어버리고 말아요.


전 디자인전공자가 아닙니다. 군대 전역하고 시작한게 신발판매였고, 영업직과 콜센터알바, 강사 등등.. 말하는 직업이 주였고, 어르신과 어머님들 사이에서 낑겨 살던 시간이 짧지 않았답니다. 그러다보니 이래저래 깨지고 욕먹으면서 배운 것들이 몇 있습니다. 고것을 좀 말씀드리도록 할께요.


1. 금액은 유선상으로 덥석 말하지 않습니다.

 

보통 전화로 컨택이 들어오면 '얼마예요?' 라는 공포의 질문이 들어옵니다. 그걸 듣는 순간 뇌의 회로가 정지하고 식은땀이 흐르며 급성어버버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이럴 땐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여유를 되찾고 침착하게 다음과 같이 얘기합니다.


"해당 견적은 메일을 통해서 견적서로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라고 얘기하고 노트북을 켠 후 견적을 작성합니다. 이 때 견적은

'제작비용 / 수정비용 / 원본제공비용 / 기타옵션' 으로 구분해서 전달토록 합시다. 보통 제작비는 통상적인 수준에서 기재하고 수정은 3회까지 무료(단, 전체사항의5%내외에서), 원본제공은 총비용의 30%정도 기타옵션은 '시안제출비용', '인쇄비' , '촬영비' 등등이 있습니다.




2. 10만원짜리 10개를 하는 것보다 100만원짜리 1건이 서로에게 이득입니다.


퀄리티를 낮게 하고 싼 가격으로 여러개를 만들면 뭐 좀 쉬울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어차피 수정에 수정수정수정수정은 매한가지입니다. 노력과 시간은 동일하단 얘기죠. 그러니, 차라리 빡세게 일하고 정당한 비용과 포트폴리오가 될만한 퀄리티의 결과물을 내는 편이 미래의 나를 위해서 좋습니다.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도 고퀄의 디자인물을 확보해야 추후에 다양하게 쓸 수도 있구요.



3. 네고는 미팅을 통해서 진행토록 합니다.


네고를 하잔 얘기는 당신의 포트폴리오와 컨셉이 맘에 들었으나 예산적인 부분이 맞지 않아 여기에 대한 2차적인 협의를 해보자는 얘기입니다. 물론 동대문 소매샵마냥 5만원이요, 에이 2만원에 해줘요...이따위의 탈우주적인 네고는 서로를 위해서 캔슬하는 것이 맞지만, 생각보다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분들이 많으므로 네고를 두려워하지 맙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이 때 TPO에 맞는 복장과 애티튜드는 매우 중요합니다. (update : 라고 제작년에 써놨는데 2020년 코로나 때문에 대부분의 미팅은 가급적 화상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혹시라도 미팅을 가게 된다면 에코백 들고가지 마세요.


사실 적지 않은 돈을 주고 시안을 맡겨야 하는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도 후즐근하게 에코백들고 슬렁슬렁 나타나는 사람에게 선뜻 계약을 맺기가 애매할 수 있습니다. 미팅용 복장과 전문적이고 있어보이는 장비는 꽤나 큰 힘이 됩니다.


막 A4에 주섬주섬 뽑아서 포폴 가져가지말고, 아이패드나 적어도 노트북으로 바로바로 보여주면서 얘기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막 이런 거






계약서쓰기

흔히 계약서는 디자인용역 표준계약서라는 것이 있습니다.

http://www.kodfa.org/assoServi/desiContract.asp

구글에 '디자인용역 표준계약서' 란걸 치면 이것저것 많이 나오는데, 그 중에서 어느정도 검증이 된 계약서양식이 좋은 것 같습니다. 세부내용도 꼼꼼하게 살펴보도록 합시다. 사실 사업초창기 때 저도 이런저런 이유로 돈 못받은게 꽤 많은데....처음엔 금액도 개미똥구멍만 해서 그걸가지고 소송걸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터라 그냥 억울하지만 눈물을 삼키고 방바닥을 긁어야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계약서는 크게 '전문'과 '본문'으로 나뉩니다. 갑지, 을지라고도 합니다. 전문에는 상호 계약자(너와 나)의 정보와 계약내용에 대한 간략한 내용이 등장합니다. '본문'에는 포인트크기 7 정도의 깨알같은 내용들이 가득한데 그래도 잘 읽어보셔야 합니다. 당연히 계약금액/지급방식/지급시기는 핵심적인 내용이고 이외에 좀 잘 읽어야 하는 부분은 3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1. 실비변상 부분

•실비변상적비용은 발생월 익월 20일 이내에 지급하기로 한다.

•제1항과 제2항의보수는 세법에서 정한 부가가치세를 가산하여 지급한다.


이런식으로, 언제까지 지급하고 부가세는 어떻할 건지 확인토록 해야합니다.


2. 계약파기 부분

보통 10조 정도에 있는데, 계약의 해지 또는 해지에 대한 부분에 대한 내용을 잘 읽어봐야 합니다. 갑자기 클라이언트 회사가 망하거나 잠수타거나 사라지거나 디자이너에게 뭐 일이 생기거나, 나는 욜로족이 되겠어!! 하면서 갑자기 놀러가버린다거나 자연발화해버리는 경우에.... 서로에게 어떻게 배상하야 하는지 적힌 부분입니다. 사람일은 어떻게 될 지 모르니 꼭!!!!!! 체킹 하시기 바랍니다.


3. 업무내용 부분

제발 '이외 기타업무' 란 단어를 쓰지 마세요. 이거 때문에 피 엄청 봤습니다. 본 업무보다 '기타업무'가 더 많아서 미쳐버림. 근데 기타업무가 말그대로 그냥 기타여서 뭐라고 항변하기도 뭐해요;;;;....그러니 업무내용은 아주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해야합니다. 디자인하다보면 생각보다 별 놈의 일이 다 있어요. 디자인해야하는데 촬영도 하셔야 한다, 컨텐츠도 니가 만들어라, 워크샵도 참여하셔라(직접 컨셉보라는 등의 이유로) 뭐...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노예계약이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기타업무라고 쓰지 마세요. 귀찮아도 정확하게 적어주셔야 나중에 뭐라 얘기할 거리가 생깁니다.



계약서는 주로 서면으로 작성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도장찍어야 하니까요. 보통 너 1부, 나 1부를 가지고 가운데에 도장 꾹, 종이 접어서 각 페이지마다 서로의 도장 꾹꾹..찍는데



이렇게 계약과 간인(종이접어서 찍는)을 동시에 진행합니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지만, 도장도 간지터지는 걸로 가지고 다니면 그냥 기분이 좋습니다. 요즘엔 이런 종이계약서 말고 전자계약을 이용해서 더욱 훌륭한 디지털간지를 구현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모두싸인같은 전자계약회사에서 이를 진행하고 있죠.




마인드잡기


개인적으로 이제 홀로서기를 시작하시려면 본인만의 금액테이블 정도는 책정해두시는 게 좋습니다. 네고를 할 때 하더라도 기본 테이블은 있어야 하죠. 다음 영상으로 올바른 네고의 정신을 계승하도록 합시다.

https://www.youtube.com/watch?v=3Hrbazx6iOo

네고의 성공적 사례


뭐..-.- 이건 웃자고 한 얘기고... 저는 적어도 아래의 5가지 정도로 정리해보고 싶습니다.


1. 너는 프로입니다.

이빨만 까는 거 말고, 열심히 공부하고 경험해서 높은 가격에 맞는 실력을 쌓는 것이 우리의 찬란한 미래를 위해 더욱 좋은 일 같습니다. 툴 공부도 좋습니다만, 전반적으로 클라이언트와 상의하고 계약할 때는 오히려 기획능력이나 논리정연하게 프로세스를 풀어내는 업무적 역량이 더 필요합니다. 툴만 다루는 건 기술자인거고.. 하나의 사업자로 인정받으려면 그에 맞는 협상능력과 역량을 가지는 건 필수겠죵 :)


2. 계약은 부려먹자가 아니다.

아버지가 항상 도장찍을 땐 조심하라고 했습니다. 계약과 협의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서로의 포지션입니다. 도장을 찍었으니 이제 너의 오장육부와 영혼은 나의 것이다..라는 식의 관계는 애시당초 안만드는 편이 좋습니다. 계약은 재화와 서비스의 교환과정을 얘기하는 것이니 종속관계가 되자...라는 얘긴 아닙니다. 물론 자본주의에서는 돈주는 사람이 갑이긴 하지만, 그것에 얽매이거나 주눅들 필욘 없는 듯 합니다.


3. 부수입을 반드시 만들자.

현실적으로 통장에 돈 떨어지면 쫄립니다. 쫄리면 아무 오퍼나 막 받게되고, 위에서 말한 악의 구렁텅이에서 헤어나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알바를 뛰든 뭘 하든 디자인이 아닌 다른 분야의 고정부수입을 반드시 확보하시기 바랍니다. 프리랜서나 개인사업자로 독립한 초기에는 당연히 수익에 여백의 미가 가득합니다. 시작하자마자 떼돈을 벌겠지?! 또는 난 잘났으니까 영업뛰면 막 들어올거야!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식의 마인드는 결국 10만원짜리 포스터에서 영원히 맴도는 지름길이더라구요.


4. 돈보다 색깔이 중허다.

디자이너는 포폴로 먹고삽니다. 포트폴리오에 일관성과 나만의 색깔이 뚜렷한 것은 리스크와 함께 예상치 못한 기회도 함께줍니다. 하지만, 색깔이 없는 것은 존나 가난할 기회만 주죠. 어차피 우린 돈이 없기 때문에 리스크라고 해봐야 빚만 안지면 되는거 아니겠습니까. 오퍼를 받을 때는 나의 색깔과 철학과 결이 맞는 분들과 일하시길 바랍니다. 클라이언트님들도 아무나 컨택하는게 아니라 우리 회사와 색깔이 맞는 디자이너를 컨택하시는 것이 서로에게 굉장히 좋습니다. 유념!


5. 혼자 쫄지 말자

클라이언트 측에서 비용을 물어보고, 디자이너가 대답해주는 건 아니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정작 비용을 묻는 쪽에선 그냥 물어보는 겁니다. 그걸 가지고, '와씨...이걸로 내가 평가당하는 건 아닐까?' , '날 병신이라고 생각하진 않을까?' , '떠나시면 어떻하지!?' 하고 혼자 쫄지 맙시다. 아무리 적은 비용을 불러도 안맞으면 떠나고, 높게 불러도 생각보다 클라이언트는 생각보다 그리 놀라거나 날 평가하지 않습니다.







마치며


디자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저평가되어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기술자 내지는 그냥 말하면 다 되는 거..'그냥 하나 만들어줘' 라는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은근히 오퍼를 줄 때 클라이언트님들이


"그거 하나만 얼른 해주세요"


라고 하는데. 이 말에는 무의식적인 함의가 있습니다. '하나만' 이란 건 '이정도 쉬운 거' 라는 것이고, '얼른' 이란 건 '그거 하는데 뭐 그리 시간이 걸리겠어?' 라는 뉘앙스입니다. 물론 탓하는 건 아닙니다. 진짜 별것도 아닌 것들도 많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경험해본 결과 뭐 하나 대충나오는 건 1도 없었습니다.


내가 모르는 일이라고 쉽겠다..라고 막연히 생각하는 건 서로에게 실례인 것 같습니다.


이건 디자이너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조건 불평하고 어려워하고 이해못하겠다고 투덜대는 것은 마찬가지로 클라이언트에 대한 실례입니다. 그들이 디자인을 모르듯, 우리도 그 업종을 잘 모릅니다. 그들이 일하는 것도 뭐하나 1도 쉬운 것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서로 존중하고 협의해가면서 맞춰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죠.


계약과 비용문제는 그 첫단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당한 비용을 주고, 그에 합당한 퀄리티를 내주는 것. 이런 아주 기본적인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