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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Dec 22. 2020

8단계로 알아보는 콘텐츠의 성장과 소멸.

콘텐츠의 생애주기 그래프를 분석해보자.

인트로 없이 바로 시작.


만약 여러분의 콘텐츠가 운이 좋아 최후의 섬 라프텔을 발견했다고 해봅시다. 이제 콘텐츠는 대박을 쳤고 이 후의 향방에 대해 고민해봐야겠죠. 이 때 여러분은 콘텐츠가 어디쯤 위치해 있는 지 확인할 수 있는 지도가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보물지도는 찢어져서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져 있으니 저도 왠지 중요한 느낌을 내기 위해 3개로 쪼개보겠습니다.



1단계

이벤트의 발생

콘텐츠를 발행합니다. 자체적인 트래픽에 의해 어느 정도의 조회수가 발생하겠죠. 이걸 기저값이라고 합시다. 아무 액션을 하지 않고 발행만 했을 때 발생하는 기저값은 보통 플랫폼이 소유한 트래픽의 5~10%내외입니다. 조회수나 공유수에서 이 기저값은 빼줍니다. 여러분이 확보한 구독자가 20,000명이라면 기저값은 1,000~2,000사이의 조회수가 될 거에요. 공유는 그것의 1~5%정도로 잡고 10~50개 정도가 나온다고 가정합시다. 어 근데 오늘 조회수가 3,000이 나왔어!! 와 삼천이라니! 아니죠. 기저값 빼고 1,000정도의 추가 트래픽이 발생한 거에요.


근데 어떤 이벤트가 발생했습니다. 어? 이걸 갑자기 누가 공유했어. 언론에 노출이 되었어. 아니면 어떤 개그맨이 따라했어. 뭔가 외부요인이 발생했겠죠. 보통 이벤트는 이처럼 밖에서 만들어집니다. 그럼 급속도로 콘텐츠가 퍼져나가기 시작합니다. 여러분은 이 이벤트가 어디에서 발생했는 지 파악하셔야 해요.


'

2단계

생산플랫폼 이탈

처음엔 콘텐츠가 런칭된 플랫폼으로 직접 유입됩니다. 브런치면 브런치에 들어와 보고, 인스타면 인스타에 들어와보죠. 그러다 이게 생산플랫폼을 이탈하기 시작합니다. 캡쳐떠서 커뮤니티로 넘어가거나, 브런치 콘텐츠가 페북에서 터져버리거나, 트위터 형태로 변환되거나 하는 등의 콘텐츠 포맷변화가 이루어집니다. 이 때부턴 저작권 관리하기가 참 힘들어지죠.


다른 플랫폼에서 전파되는 건 생산자의 꿈과 같습니다. 여기저기 커뮤니티에서 퍼졌으면 하죠. 이를 초기에 기획하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현재 (타겟으로 생각하는) 커뮤니티에서 어떤 톤과 주제가 핵추천을 받고 있는 지를 한 번 쯤은 확인해보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3단계

1차 정점 찍기

보통 생산 플랫폼을 이탈하면 급격한 조회수를 맛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 형식을 벗어나거나 출처표기가 안 되어있어도 어떻게 어떻게 찾아서들 들어옵니다. 이 시기는 보통 24~48시간을 넘기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터질 것 같은 콘텐츠는 올린 직후 몇 시간 내로 결정되죠. 콘텐츠의 확산공식은 감염병의 재생산지수 공식과 유사합니다.


재생산지수를 R0으로 규정합니다. 이 때,


R0 < 1 : 1명이 0명에게 공유했을 때 재생산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R0 = 1 : 1명이 1명에게 공유했을 때 콘텐츠는 안정적인 상승세를 그립니다.

R0 > 1 : 1명이 1명 이상에게 공유했을 때 콘텐츠는 양의 2차함수곡선을 그리게 됩니다.


여기서  R0를 판단하는 기준은 전파율B (몇 명에게 전파했는지) x 1/a (a는 콘텐츠 런칭시점에서 공유시점까지의 기간)입니다. B/a 공식이 나옵니다. 한 사람이 많은 사람에게 전파하거나, 짧은 시간내에 전파해야 하죠.


갑작스럽게 콘텐츠가 공유되기 시작되면 여러분은 기분이 좋을 거고, 대박을 터뜨렸다고 주변에서 엄지를 많이 받게 될 겁니다. 어깨에 힘도 들어가고, 콘텐츠 천재라는 말도 들을 수 있습니다. 영광의 시간이죠.





4단계

확산감속

영광의 시간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최고 조회수를 찍고나면 가속세는 줄어들게됩니다. 콘텐츠도 재생산지수란 게 존재하는데 페이스북이나 인스타 등 모든 채널엔 신규콘텐츠에 우선권이 있습니다. 노출빈도가 줄어들면 재생산지수가 감소하게 되죠. a값(런칭-공유까지의 시간차)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5단계

재생산/소멸분기

감속하던 그래프는 분기점을 맞이합니다. 분기점은 소비자들의 플레잉 여부에 달렸죠. 그리 가지고 놀게 없다면 그래도 유입하락과 무관심지대로 돌입합니다. 대부분의 콘텐츠는 여기로 진입하곤 장렬히 전사합니다.


*소비자 1인이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인구수Max(P)보다 콘텐츠 게시일자(D)가 오래 지났을 때 무관심상태가 되었다고 간주할 수 있습니다. 이 무관심인구가 신규재생산인구(콘텐츠를 새로 발견하고 공유하는 전파자)를 넘어서면 무관심지대에 돌입했다고 판단합니다. 물론 새로운 콘텐츠의 발견, 기존 콘텐츠의 재조명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합니다.




6단계

콘텐츠 재생산

운좋게도 재생산의 길로 들어선 콘텐츠는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됩니다. 이 때 재생산이란 전광렬짤이나, 궁예, 곽철용 캐릭터의 재조명, 다 잊혀져 가면 퀸스갬빗 시나리오의 드라마화 , 침착맨이 언급한 '날클립을 알고있니', 관짝소년단 리믹스 등을 생각할 수 있죠.


이는 소비자에 의해 인터넷Meme이 되어버리거나 (신봉선의 상상도 못한 정체 짤처럼...) 성지순례, 인플루언서에 의해 뒤늦게 다시 언급되며 시작됩니다. 레버리지를 통해 다시 재생산이 시작된 콘텐츠는 포맷도 본래의 형태도 많이 바뀐 상태입니다. 하지만 원작, 원본, 원곡을 찾아보는 소비자들 때문에 1차 전성기에 맞먹는 성과를 누리죠.  콘텐츠 자체의 역량보단 그것을 재생산한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나 드라마의 시청율 등 재생산 주체의 역량이 성과를 좌우합니다.

급발진




7단계

피로도 증가

두 번째 전성기를 누린 콘텐츠는 많은 대중들이 소비하고 공유하며 이미 익숙해져 갑니다. 이 때부턴 피로도가 증가하기 시작하죠.


이는 엔트로피 법칙과 매우 흡사합니다. 생산자가 콘텐츠 소비를 통제할 수 없게 되면 그로 인한 수많은 엔트로피가 발생합니다. 다양한 댓글과, 감정, 짤, 노출횟수와, 트렌드의 변화까지 정제되지 못한 에너지들이 무질서를 만들어내죠. 소비자들은 콘텐츠에 다른 가치를 투영하기 시작합니다. 어떤 경우엔 부정적 여론으로 폭발할 때도 있죠. 우린 코로나로 인한 1년을 겪으며 수많은 '개인'이 영웅으로 추앙받다가 갑자기 공격의 대상이 된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유튜버는 말할 것도 없고, 기관의 수장이나 연예인들도 그러했죠.

그 때는 재밌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생산자가 제일 두려운 것도 이것일 겁니다.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케이스가 너무도 많기 때문에 우린 지금까지 만들어놨던 콘텐츠에 대한 여론 트래킹도 신경써야 합니다. 자칫하면 큰 브랜드 리스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성인지 감수성 관련한 단어선택, 일러스트의 활용, 코로나를 언급하던 말투 등 걸고 넘어지려면 끝도 없달까요. 고공행진을 2번 이상 겪은 콘텐츠는 반드시 이런 심판대에 오르기 마련입니다.




8단계

소멸/지속 분기

별다른 부정적 여론없이 서서히 사그러진다면 참 다행입니다. 이 지점에서 다시 한번 분기점을 맞이하는데 이 콘텐츠의 성격에 따라 길이 달라집니다. 그냥 웃자고 쓴 글이거나, 트렌드에 맞춘 콘텐츠였다면 그대로 하강곡선을 그리며 소멸할 것입니다.


제 글 중에는 판교사투리나 넵병 같은 글이 그렇죠. 이런 것들은 추후 삭제, 비공개로 돌려도 무관합니다. 오히려 트렌드가 지나고 나면 괜한 꼬투리가 될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뭔가 정보가 담겨있거나, 꾸준히 볼 가치가 있다면 앞서 말했던 '기저값' 이내에서 계속 유지되는 에버그린 콘텐츠가 됩니다. 어떤 이슈를 잘 정리해놓은 리포트라던가, 생각해볼만한 아젠다 등 시간과 트렌드에 구애받지 않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들이죠.


추후 브랜드 컨셉을 확정하거나 우리만의 콘텐츠 베이스를 정리할 땐 이런 에버그린 콘텐츠들을 기준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한 방 짜리 콘텐츠는 우리를 대표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긴 여정을 끝으로 우리가 애써 만든 콘텐츠가 생을 마감합니다. 가끔 엇나가서 우릴 괴롭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우리의 든든한 자산이 되거나 장렬히 전사하는 경우가 많죠. 여러분의 콘텐츠가 지금 어느 지점에서 어떻게 퍼지고 있는 지 잘 살펴보세요. 내보낸 콘텐츠가 바다의 어디쯤 항해하고 있는 지 확인해본다면 조금 더 좋은 해류에 병을 던질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재생산을 늘리고, 2차 제작에 대한 고민을 더한다면 좀 더 오래사는 무병장수 콘텐츠에 한 발 다가설 수 있겠죠.

매거진의 이전글 회사 블로그엔 이런 글을 써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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