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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Apr 08. 2021

메타버스에선 어떤 광고가 눈에 잘 보일까.

메타버스에선 세상을 다르게 관찰하니까.(ZEPETO기준)

메타버스란 말이 등장하면서 너도나도 웅성웅성대는 게 보여요. 그거 어떻게 해야해? 그거 뭔데, 나이키도 한담서? 우리도 해야하는 거 아냐? 거기 애들밖에 없담서? 아니야 거기 막 수억명이 있대. 로블록스 주식 떡상했어. 뭔데뭔데..웅성웅성



근데 다들 이거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요. 막상 접근해보자고 하니... 일단 눈이 어지러워서 눈물액 좀 넣고... 뭐가 너무 많아서 배우기도 힘들고. 10대 애들만 가득해보이고 그냥 애들이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것 같습니다. 뭐하는 지 잘 모르겠달까.


사실 저도 제페토와 로블록스 가지고 놀고 있는데 광고보며 젬 모으다가 현타도 오고 그렇습니다. 하지만, 브랜드월드를 명확히 구축할 수 있고, 브랜드 굿즈를 만들어 배포할 수 있단 점, 다채로운 상호작용(앞으로 더 보완되겠지만)을 통해 실질적인 액션(투표, 회의, 선물증정, 이벤트, 콘서트)들이 가능하단 점을 생각해보면 기업입장에선 분명 매력적인 플랫폼 임이 분명합니다.


일단 저는 디자인을 하고 있으니 디자인적 관점에서 메타버스 내 광고는 어떻게 삽입되어야 좋을 지 설명해보겠습니다. 꼬.




메타버스가 아직 VR로 구현되진 않았으니 모바일 기준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조만간 레디플레이어원 마냥 키티와 건담이 뛰어다니는 세계가 온다면 굉장해지겠죠.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다면 전 탄지로가 될 겁니다.


자, 진지하게 이야기 시작.




<시야각부터 이야기합시다.>


현실세계에서 인간은 정면을 응시할 때 110도 정도의 유효시야각을 만듭니다.(두 눈 기준) 메타버스 내에서도 유효시야각은 106~110도 정도입니다. 현실세계와 대략 비슷하죠. 다만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내려다/올려다 볼 수 있단' 점이랄까요.


캐릭터 TOP뷰. 꼭지점B = 107˚
Front 뷰. 확대 시 시야각.

로블록스나 제페토 모두 3점 컨트롤러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좌측엔 이동컨트롤, 우측은 점프와 카메라 이동 컨트롤러가 있죠. 이 중 카메라이동 컨트롤러를 이용해 카메라 시점을 나에게 맞게 바꿀 수 있습니다. 보통은 상단에서 내려다보는 뷰를 선택하죠.


흥미로운 건 VR콘텐츠를 재생하는 HMD(Head Mounted Display)와의 차이점입니다. HMD는 눈높이에서 양안보다 더 넓은 시야각을 만들어냅니다. 이는 신체의 움직임을 최소화시키려는 의도도 있지만, HMD자체의 기기특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인간이 볼 수 있는 시야각은 110도 정도지만, 그 외부에도 정보가 있단 사실을 우리는 인지하고 있습니다. 시야각 이후의 화면이 까만색이라면 몰입감이 굉장히 떨어질 겁니다. 현실과 비슷하게 내 시야각 너머에도 시각정보가 있단 사실을 알려줘야 하죠. 이를 현전감이라고 합니다.


현전감이 필요한 이유는 사람들이 꽤나 두리번 거리기 때문입니다. 한 곳만 뚫어져라 보고있으면 그렇게까지 안해도 되거든요... 하지만 사람은 공간을 비선형적으로 인식합니다. 여러 정보가 넘치기 때문에 인과에 얽매이지 않고 관찰하죠. 유저는 제작자가 만든 공간 중 일부에 시선을 잠깐 잠깐 고정합니다. 이를 인스턴트 프레임(Instant Frame)이라고 합니다. 제작자가 의도한 Intended Frame과(제발 악어를 봐줘!!) Instant Frame(그래 악어를 봤어)이 일치했을 때 콘텐츠가 순조롭게 흘러가겠죠. 악어를 잡으러 가야하는데 바다구경만 하고 있으면 안되니까요.


그런데 모바일에선 좀 다릅니다. 모바일의 정보는 선형적으로 인지합니다. 여기로 가서 이렇게 누르면 뭐가 나오겠다는 식이죠. 비교적 해야할 행동이 단순하고 모든 상황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는 특징 때문일 겁니다.


목표가 분명해지면 통제욕구가 높아집니다. 그래서 미션을 수행할 땐 상단에서 내려보는 뷰로, 그냥 풍경을 구경할 땐 눈높이에서 약간 높은 정도를 유지합니다. 메타버스 내에 브랜드월드가 있다면 이게 미션과 목표가 분명한 곳인지 아니면 그냥 친목과 구경, 둘러보기가 목적인지가 중요할 겁니다. 여기에 따라 뷰포인트의 평균높이가 달라지거든요. 물론 친목과 구경이 목적이라고 해도. 이동할 땐 카메라를 위쪽으로 둘 겁니다. 눈높이에서 달리면 진짜 어지럽거든요. MMORPG에 익숙한 분들은 이해하시겠죠.



<광고의 높이는 캐릭터와 우리 시야의 중간>



캐릭터입장에선 정수리에 광고가 있는 느낌입니다만, 우리 입장에선 오히려 낮아보입니다. 눈은 중앙상단에 위치한 정보를 먼저 인지하려고 합니다. 또한 이렇게 구체적인 오브젝트가 많은 맵에선 현전감을 느끼기 위해 다양한 시야포인트를 만듭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우리가 A포인트에서 B포인트로 달릴 땐 목적지만 관찰하려고 합니다. 이건 인텐디드 프레임입니다. 사용자가 의도해서 만들어낸 프레임이죠. 시선은 고정되고 뷰포인트는 높아집니다. 이동이 끝나면 뷰포인트가 낮아지고 주변을 다시 두리번 거립니다. 괜히 이것저것 만져보기도 하고, 돌아다니는 다른 유저를 건들기도 합니다. 이건 인스턴트 프레임이에요. 메타버스 내에서 유저는 집중과 분산을 반복합니다. 집중의 시작점은 항상 중앙이죠.


높이가 중요한데, 중앙이라고 할 지라도 평균시야각을 넘어서는 높이라면 광고효과가 떨어질 것입니다. 안보이니까. 누가 광고를 막 확대해서 보겠어요? 그러니 이동이 잦은 맵이라면 높은 뷰포인트를 기준으로 캐릭터와 유저의 시야중간위치를 설정해주세요. 보통은 캐릭터 정수리에서 1층천장정도의 높이가 될 것입니다.


<메타포가 필요해>



ZPT25라니...세상에. 여튼 GS같이 생긴 저 편의점 유리창에 붙은 광고들 보이시죠? 딱 눈에 띄는 게 뭐에요? 뚱땡이바나나우유죠. 맞아요. 색채대비도 중요하지만, 메타버스 광고에선 현실세계의 메타포가 되는 오브제가 더 중요합니다. 확대를 해서 읽어보진 않더라도 스쳐가면서 볼 수 있거든요.


이처럼 캐릭터와 단순한 구성을 반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 구간은 이동만 하는 구간이라 뷰포인트가 높을 겁니다. 그래서 상단 배너도 잘 보이는 편입니다. 게다가 저렇게 간결한 형태의 물체는 더 쉽게 인지할 수 있죠. 환경명료성을 평가할 때 7가지 항목이 있습니다. 단순성, 설명용이성, 차별화, 방향감각, 구조 기억용이성, 장면 기억용이성, 배치의 체계성이 그것이죠. 저런 배너기둥은 이 명료성평가기준에 아주 적합한 녀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메타버스 내의 광고도 결국 현실세계의 사인물의 시인성을 답습합니다.



<예측인지의 필요성>


저기 보면, 오른쪽 복도에 뭔가가 ...있죠? 저런 게 필요합니다. 메타버스 세계는 기본적으로 인터랙션이 가능한 활성물과 불가능한 비활성물이 있습니다. 그걸 인지시켜주기 위해 +표시나 손표시 등 상호작용 시그널을 제공하긴 하지만, 유저들은 그 시그널을 볼 새도 없이 빠르게 움직이죠.


메타버스에서 가만히 서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배틀그라운드 대기방보면 다들 미친 것 같아요. 계속 뛰어다녀. 저렇게 툭 튀어나온 테이블이 보이면 '아 저기 뭔가 있네! 가봐야지.' 라는 생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상호작용하고 싶어하는 유저의 특성때문이죠. 만약 테이블이 들어가 있었다면 그저 EXIT를 향해 달리는 재미없는 복도가 되었을 거에요.

특히 사람은 골목이 많을 수록 흥미와 긴장감을 느낍니다. 코너에서의 시야각은 순간적으로 넓어지죠. 재빠르게 프레임을 잡기위해 빠르게 시야를 재정렬합니다. 더 많은 정보를 받아들여요. 광고물이나 저런 부스도 코너 쪽에 위치한 건 현명한 선택입니다.



아 뭔가 했더니 라마마였네요. 라마마는 진리죠. 온김에 타로도 한 번 보고 가겠습니다.


<색은 어떻게 할까>


메타버스는 현실세계와 다릅니다. 현실에선 빛이 반사되는 시각차를 이용해 거리와 공간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메타버스에선 음영만으로 공간감을 상상해야 하죠. 특히 가상세계에선 현실보다 색에 대한 정보량이 더 많습니다. 이 땐 보통 HUE(색채)를 범주화하여 인지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위에 사진을 보면 공간은 크게 2개로 분리됩니다. 문과 벽, 천장이 하나의 오브젝트. 파란색벽이 다른 오브젝트. 이렇게요. 그리고 라마마 테이블이 있죠. 기타 다양한 컬러가 있지만 일단 그건 나중 문제입니다.


기본적으로 현실감을 바탕으로 해야 상식적인 시선을 만들 수 있습니다. 맵을 구축할 땐 주조색, 보조색, 강조색으로 구분합니다. 기본적으론 주조색을 80%, 보조색을 15%, 강조색을 5% 내외로 사용하죠. 브랜드 월드의 색채는 기본적으로 단색계획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모노크라마틱 스킴(Monochromatic Scheme)이라고 합니다. 시야 내(캐릭터 기준 110도)에 두 가지 색 이상이 존재했을 때 강조색의 대비효과는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때문에 캐릭터가 주요액션을 해야 하는 공간에선 다색계획을 지양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이제 나이 먹을수록..돌아댕기는데 눈이 건조해지더라구요. 지금은 메타버스!!? 그..그거 좋은 거라며?.... 라는 듯 다들 어리둥절하는 느낌인데. 아마 특정 업계..특히 패션이나 푸드, 라이프스타일 커머스 등의 브랜드부터 서서히 활발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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