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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Jun 02. 2022

33가지 네네콤보

카톡에 넵이 있다면 전화엔 네가 있다.

배우자님 전화하는 거 가만히 듣고있다가 너무 웃긴거야. '네'의 갯수가 점점 많아지더니 나중엔 5개까지 (네네네네네) 까지 하더라고요. 그 때부터 다른 사람들의 통화를 곰곰히 듣기 시작했는데, 도무지 네를 한 번만 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가 없었어요. 약간 게슈탈트 붕괴같은 것이 오는 느낌도 들고. 넵병을 만든지 어언 4년이 되어가는데... 그에 이어 절대 한 번만 말할 수 없는 네의 세계에 대해 괜히 고찰해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참 재밌다니깐 히히.





1. 네

네.. 미친놈

고개 끄덕임과 같은 수준의 리액션이겠죠. 주로 혼날 때 많이 쓰입니다. 딱딱한 얘기를 할 때도 쓰이는데, 네의 횟수가 많아질수록 점점 '에' '에' 'ㅇ' '으' 등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가끔 이러한 모음뭉개기를 이용해 네에서 응으로 자연스럽게 반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2. Ne

네온



3. 네네

치킨 또는 가장 기본적인 응답으로, 첫 음절의 네가 짧고 뒷 음절의 네가 긴 것이 특징입니다. 보통 말 중간에 삽입함으로써 내가 당신에게 집중하고 있단 사실을 표현합니다.



4. 네네네

알겠어 알겠어 그거 중요하네. 보통 이런 종류네는 뭔가를 적으면서 대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메모장이나 핸드폰을 어깨와 볼로 끼고 받아적으면서 대답하죠. 이 때 볼이 음소거나 스피커폰을 누르는 바람에 '잠깐만요'를 해주는 게 또 국룰입니다. (또는 전화 끊으려고 보면 창에 #$!#%093@# 등이 써져있거나 파운데이션 또는 기름등이 자뜩 묻어 있어서 옷에 한 번 닦아줘야 합니다.)



5. 네, 네네, 네네네. 3콤보

보통은 이렇게 번들상품처럼 많이 사용됩니다. 이건 전화를 끊고싶은 마음과 비례하는데 공식은 이렇습니다. N(네의 갯수) = 전화를 끊고싶은 마음(m) x 흐른 시간(t)이죠. (헛소리)



6. 네네네네

다급하게 나나나나 그거 이해했어!라는 뜻인데, 보통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상대가 말하거나 물어볼 때 많이 쓰입니다.

 '혹시 강남역에 할리스 거기 아시죠?' '아! 네네네네.'

와 같은 식이죠. 앞에 아!는 흔한 접미사로 '그곳을 알고있다.'는 뜻을 함축합니다.




7. 아..네에에에....


아..네에에에...

뭔가 안된대. 아 그럼 이제 어쩌지?라는 뜻입니다. 아와 함께 쓰이는데 보통 네의 끝부분이 길게 아련해지며 허공에 흩뿌려지는 느낌을 줍니다. 뭔가가 안되거나, 지금 사고가 난 것이죠. 인쇄부수에 0을 하나 더 붙였다거나, 배송지가 엉뚱한 곳으로 지정됐거나 하는 식입니다. 이 때 중요한 건 현재 나는 그 상황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입니다. 머릿속으론 뭐지..? 뭐지..? 싶은 마음이 계속 맴돌고 있죠.



8. 아네네

그런 방법이 있다고요? 그러다가 그 사람이 해결책을 말해주면 아련함이 사라집니다. 이때부턴 아네네 체제로 들어가는데 네가 좀 더 단호해지고 네네의 속도가 빨라집니다.



9. 네?

뭔말이여 시방 이게. 그런 느낌이죠. 네?는 두 가지를 함의하고 있는데 하나는 말같지도 않은 소리에 대한 쿨한 대응이고 다른 하나는 뭐라는 건지 정말 몰라서 물어보는 말입니다. 하지만 두 가지 다 기분이 좋은 상태는 아니죠.



10. 네??

뭐라고? 여기서부턴 시비가 아닙니다. 이를테면 이런 상황이죠. 어제 촬영을 마친 팀원이 전화해서 이런 말을 합니다. '대표님 혹시 녹음 일부러 안하신거에요?' 대표님은 생각하죠. 녹음을 왜 일부러 안해? 그리곤 짧은 찰나에 모골이 송연해지겠죠. 4시간 내내 촬영한 게 녹음이 안됐다? 이런 찰나의 식겁함이 드러난 표현입니다. 감탄사나 절규에 가깝기도 하죠.



11. 네??? (짧고 강한)

오냐 그래 싸워보자는 뜻인데. 보통 상대가 "근데 저희 수정10회 무료 아니었나요?" 이런 소리를 할 때입니다. 상식의 한계를 한참 돌파해 날아가버린 음성을 들을 때 튀어나오는 방어기제죠. 짧고 강한 응답이지만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휴먼?' 이런 뜻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네의 성량이 클수록 상대는 수그러들기도 합니다. "아..아니요. 저는 그렇게 들은 것 같아서..." 라는 식으로 주춤할 수 있죠.



12. 네에????? (크레센도로 커지는)

난 뒤졌다. 이건 뒤졌다는 뜻입니다. 오늘이 행사날인데 현수막과 사인물이 도착하지 않아 전화를 걸어보니 발주조차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라던가.... 뭐...그런 목숨이 위험한 순간.. 살면서 저런 네는 하지 않으시길 바라겠습니다.



13. 네헤에. 네헤에....아.....(워......들을수록..난 뒤졌네..) 아니..이게 무슨..

동공은 갈 곳을 잃는 특징

위의 상황에 이어지는 네입니다. 이때의 네는 길고 숨이 가득 섞입니다. 흥분한 상태거든요. 보통 업체사장님이 '기다려봐요. 메일이 오긴 왔는데... 첨부파일이 없네 첨부파일이. 하이고오... 어짠대..?'라고 말을 하실 때 응답하는 소리죠.



14. 네에~

전화바꿨습니다라는 뜻이죠. 보통은 영혼이 없고, 내 직책과 이름을 말하고 싶지 조차도 않은 상황입니다. 점심시간 갓 지난 후 공공기관에 전화했을 때 자주 들을 수 있죠.



15. 어............네

어..........네 (입이 살짝 벌려져 있음)

잘 이해는 안가지만 일단 들어나보자는 거죠. 어..가 깁니다. 어..는 버퍼링 타임인데 듣고 있다가 듣다가 알 수 없는 오류가 나서 일단 네를 하고 보는 겁니다. 더 들어봐야 뭔 말인지 알 수 있는 상황이죠. 상대가 말을 바로 하지 않고 돌려 말하고 있는데 뭔가 좋지 않은 상황인 것 같을 때 주로 등장합니다.



16. 네에↗, 네에↗, 네에↗

하나, 알겠고, 둘 알겠고, 셋.. 알겠고오. 넘버링하면서 들을 때죠.



17. 네!~

오예 끝났다.



18. 네에에에에에에~~~~~~

네 안녕하계세요 들어가세요. 보통 끊고 한숨을 쉽니다. 보통 네에에에~~하면서 보이지도 않은 상대에게 인사를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두 손으로 전화를 잡기도 합니다. 웃으면서 끊다가 끊으면 정색합니다.



19. 네에에..... 네에에....... 네에에......

어 언제끝나냐........는 뜻이죠. 점점 영혼이 사라지고 네의 음계가 내려갑니다. 낮은 솔 정도로 내려간 네는 다시 올라올 기미를 보이지 않죠. 보통 상대가 말이 많은 케이스인데, 충북 음성에서 태어나 산 두개를 넘어 학교다닌 이야기부터 시작했을 겁니다.



20. 아니.. 네.

아니.. 내가 지금 핵을 ..하아.. 네..네..

뭔 말을 하려다 나올 말을 삼켜버린 상태입니다. 사실 '아니 이 사람이 진짜 지금 시발'이라고 하고 싶었지만, 일단 들어나보자 싶은 거죠.



21. 네, 일단..

어 알겠고. 근데 안듣고 싶고. 내가 할 말을 할 것이다. ENTP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특징



22. 네↘

싫어. 그 유명한 네니오.



23. 네에~네에에에..

빨리 너의 말을 멈춰주겠어? 라는 뜻으로도 쓰입니다. 대화를 종결하자는 뜻의 네죠. 지금 화장실 가고 싶어 죽겠는데 상대가 계속 자기 얘길 할 때 쓰입니다. 뭔 말을 해야하는데 틈을 찾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틈을 찾을 때까지 네에에에를 이어갑니다. 틈이 생기면! 네에에에에.. 아! 제가 지금.. 들어가봐야되서.. 라고 파고들 수 있죠. 파고들 땐 '아!' 를 넣어줍니다.



24. 네! 감사합니다아아아

원하던 걸 얻었습니다. 이 때는 네는 다급합니다. 상대가 한 말을 혹여나 번복할까 얼른 확정짓는 느낌이 강하죠. 예를 들어 뭔가가 컨펌이 났어요. '아 그럼 저희 여기서 마무리하시고요..'라고 말씀하신거죠. 그럴 땐 냅다 네!감사합니다로 종지부를 찍어버려.




여기서부턴 문자로써의 네입니다.


25. 네. (문자)

쎄보이고 싶음 or 30대후반 이상일 겁니다. 마침표를 찍는다는 건 소중한 손가락 에너지를 한 번 더 썼다는 것인데 그걸 허투루 쓰는 사람은 없거든요. 버릇이거나 불만이 있거나 둘 중 하나일겁니다.



26. 네 알겠습니다.(문자)

알지만 모르고 싶음



27. 네...(문자)

내키지 않아 죽겠음.



28. 네 :)

지금 바쁨



29. 넼

Neck. 목



30. 네ㅋ

으유, 알겠어. 신경쓰긴~ 쯧.



31. 네ㅎㅎ

마지막 인사가 계속 길어질 때 자주 씁니다. 네 들어가세요!~ 네 좋은 하루되세요! 네 편한 밤되세요! 네.. 도대체 언제 톡을 끊어야 할 지 애매할 때 그냥 하는 대답이랄까요. 그럼에도 부드러움을 첨가하고싶을 때입니다.



32. 넿ㅎ

부드러움을 첨가하고 싶은데 바쁨



33. 넵

취업을 했음 그렇게 이어지는..넵병으로..거대한 넵유니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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