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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Jun 20. 2022

분석은 내가 굉장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분석은 굉장히 의미있지만, 분석가의 쾌감은 별 의미가 없다.


원래 남이 만들어 놓은 것을 해석하거나 평가하는 것은 매우 재밌고 할 말이 많다. 이론의 잣대로 남의 결과물을 보면 이리저리 튀어나온 부분들이 쉽게 보인다. 그것만 트집 잡아도 얼추 팔만오천개 정도의 얘깃거리들이 생길 것이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마냥 머리자르고 발자르고 늘리고 줄이고 하면서 그곳이 내가 알고있는 상식과 얼마나 다르고 왜 맞지 않는지를 분석해 페북에 올려본다. 기준과 지향점이 명확하기에 이 작업은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조각처럼 딱딱 들어맞는 문제점과 원인은 수많은 아하포인트를 선사한다. 이는 마치 해답지를 보니 그제서야 수학문제 32번이 완전히 이해된 것 같은 느낌과 같다. 페친들의 반응이 좋다면 더욱 짜릿할 것이다. 이래라저래라가 재밌는 이유는 이것이다. 


반면 현장에 있는 사람이나 무언갈 생성하는 사람들은 재밌지 않다. 기준도 지향점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무언가를 수행하는데, 그들에겐 모든 것이 디테일이고 순간순간 수십 개의 선택지를 강요받는다. 이것들을 겨우 해낸 후, 결과물이라고 가져가면 아까 위에 있던 사람이 당신이 얼마나 '이론'적으로 일을 해내지 못했는지 존나 까버린다.


종종 분석가들은 본인들이 그들보다 더 넓은 시각을 지니고 고차원적인 인사이트를 지니고 있다고 착각한다. 실상 누가 더 위냐 아래냐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방구석 분석가와 창업가가 명함이라도 주고받았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좀 더 세련되고 기묘한 형태의 뒷담화를 하는 느낌이랄까. 방구석 분석가들은 창업자 또는 프로젝트를 생성한 사람의 흔적들에 돋보기를 들여다대며 그들의 발자국을 토대로 이 사람 몸무게가 몇 킬로 인지를 알아낼 뿐이다. 그것은 실제로 그 흔적을 남긴 사람이 체중계를 지니고 있지 않고, 자신의 몸무게가 상당히 궁금해 분석가에게 직접 물어왔을 때에만 유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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