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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Jul 15. 2022

고작 한 글자인데 대충 좀 쓰면 안돼요?

클라이언트가 대충 써달라고 하면 저는 대충 써야 할까요.


우영우를 보다가 텍스트 관점의 최고명대사를 꼽으라면 정변의 '나 쪽팔려서 먼저 가야 돼' 라는 문장이다.

나 쪽팔려서 먼저 가야 돼

 '가야 돼'를 '갈게'로 바꾸면 캐릭터의 매력이 씻은 듯 사라진다. 한 글자의 힘이란 이렇다. 


'-해야 돼' 라는 어미는 자신의 의지가 아닌 어떤 룰에 의해 응당 해야하는 행동을 표현할 때 쓰인다. 어미를 바꾸는 순간 정변의 퇴장씬은 슬프지 않고, 비굴하지 않으며, 해야할 일을 하는 것처럼 변한다. 상황은 유쾌해지고, 듣는 사람은 부담스럽지 않다. 


'갈게' 라고 했다면 정변은 이 부담과 죄책감, 쪽팔림을 오롯히 혼자 무릅쓰게 된다. 바로 유쾌한 장면을 보여주기 힘들거고, 만약 갑자기 정변이 유쾌해졌다면 맥락이 사라지거나 소시오패스 느낌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 말을 듣는 우영우의 표정도 그리 가볍진 않았을 것이다. 


캐릭터의 매력은 물론, 상황과 맥락까지도 바꾼다. 딱 한 음절의 힘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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