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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Aug 15. 2022

소녀시대 Forever1 들으면서 맘이 복잡해져버림

뮤비를 끝까지 다 보지 못했고, 그 이유는 상당히 납득할 만하다.

십몇년이 지났으니 얘기할수록 아재냄새나는 이야기다. 마스크 쓰고 들어주시길. 제대하기 얼마 전, 그러니까 2007년 무렵이었나. 소시와 원더걸스를 시작으로 걸그룹의 대전국시대가 시작되었는데, 오전9시 Mnet 카운트다운을 지배했던 원탑은 역시 소시의 다만세였다. (원걸 텔미전까지) 그 때 다만세의 영향력은 그야말로 장군님이었는데 우리 소대 막내부터 부소대장님조차 다만세 안무를 전부 외울 정도였다. 시커먼 남자 장병놈들 11명이 휴가증을 따려고 장기자랑시간에 다만세를 추고있던 걸 생각해보면 PTSD 오는 충격과 경악의 기억이지만 15년이 지나고나니, 추억보정으로 인해 나름 낭만적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이번에 소시가 다시 컴백하면서 포레버원을 들고 나왔는데, 티저부터 이미 다만세의 DNA를 계승했다는 걸 노골적으로 드러냈더라. 우주와 메타버스로 흘러가던 SM 광야세계관에 드디어 리얼휴먼이 등장한 느낌이었다. 소시조차 사실은 가상인간이었고 광야를 거쳐 우주선으로 날아갔으면 어휴 SM징한놈들이라며 고개를 가로저엇을 것 같다. 직업병을 동원하자면 브랜드가 초심으로 돌아간 좋은 사례로 소개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15주년을 기념해 컴백하는 만큼 팬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건 파격이 아니라 본질이라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스핀오프가 주는 감동은 주인공이 미성숙에서 성숙으로 나아가는 성장기에서 더 도드라진다. 타이틀곡엔 다만세의 클리셰가 가득 들어가 있고, 다만세에서 각자 꿈을 이루고싶다던 소녀들의 외침은 뮤비에서 각자 배우, 가수, 뮤지컬, 예능에서 활동하던 멤버들이 다시 하나로 모이는 장면으로 표현된다. 음. 이건 어벤져스내지는 엑스맨 등 히어로물에서 볼 수 있는 캐릭터서사에 수미쌍관식 세계관을 구축한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이번 FOREVER1의 작곡가는 다만세의 작곡가인 켄지다. 반주에 깔리는 코드가 다만세와 거의 일치하는 걸 알 수 있다. 모르긴 몰라도 SM은 세계관성애자임이 분명하다. 한 곡을 내도 내러티브가 없으면 컨펌이 안나나보다. 그런 변태같은 광야감성이 팬들에겐 감동을 더 선사하는 거겠지.


이제 소녀라고 부르기엔 또바기치킨 같은 호프집에서 치맥 조질 것 같은 청년시대가 되긴 했지만, 중3~고2정도 되는 애들이 소원을 말해보라고 얘기하는 것 보단 그래도 이제 말 좀 통하는 청년들이 된 소녀시대의 메시지가 더  뭉클하다. 이번 앨범은 유토피아 컨셉인지 뭔지 희망이 그득하다. 어르신들에게 황규영의 나는 문제없어나 김원준의 Show 끝은없는거야 같은 느낌같은 걸까.


사람이 맘 속이 복잡하면 조그만 것에도 의미부여하나보다. 괜시리 15년전의 다만세 멜로디와 겹치는 이번 곡을 들으며, 오선지를 활주로삼아 다시 그 시절로 나를 날려보내고 마는 것이다. 참으로 그때는 어떠했나. 다사다난했던 20대로 다시 돌아가고싶진 않지만, 어쨌든 인생의 몇몇 지점에 꽤나 희망찬 노래들이 귀에 들려왔단 사실을 느끼게 된다. 이젠 노래 하나 듣고 희망을 갖기엔 매월 나가는 돈의 무게가 상당하지만 말이다.다. 기회가 된다면 Lucky like that까지 이어서 들어보자. 소시의 지난 노래와 안무까지 모두 우겨넣은 가사를 하나하나 듣다보면 핸드폰판매점과 페이스샵에서 우렁차게 울려퍼지던 추억의 거리들이 떠오르는데 흥겨운 메이저 코드 위에 참으로 몽글몽글한 기억들이 겹쳐진다. 


그럼에도 지하철에서 대놓고 소시 뮤비를 보기엔 조금 부끄러워진 나이가 됐단 사실을 깨달으며, 복잡시러운 마음이 든다. 엄청 노인네가 되버린 듯한 느낌. 여러분도 함께 느낍시다. 




젠장




그룹 소녀시대. 사진=SM엔터테인먼트(전광렬말고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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