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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분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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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Aug 12. 2022

욕심을 내려놓으면 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음.

뭘 내려놓는 문제가 아니었음. 

사람은 보통 

하루종일 뭔갈 쏟아내고 있어. 


머리에선 기획안 쥐어짜지,

손가락으론 글쓰지,

말로는 쌸라쌸라 해야하지,

문서쓰지, 잘난척도 해야하지

SNS에 뭘 쓰기도 해야하고

똥도 싸야하고

한숨도 쉬어야 하고


이렇게 내뱉고 쏟아내다보면 자연스럽게

뭔가를 채우고 싶어지는 데 그래서 

쓸데없는 인스타와 유튜브,

짜고 맵고 단 것들로 속을 채우는 거야.

타인이 만들어놓은 욕망과 지방들이지

이건 빠르고 효과좋고 확실하거든.


이런 에너지는 자괴감, 나는 갑각류, 열등감

인정욕구, 시기, 질투, 우울감을 만들고 이것이

삶의 원동력이 되는거야.


부정적인 감정은 알콜이나 지방처럼

고열량 고효율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만들거든.

(미래야 어떻게 되든)


욕망을 태워 내일의 나를 또 소진시키는거지.

이런 사람들에게 '뭔갈 내려놔라, 욕심을 버려라.'

이런 말은 사실 의미가 없어. 왜냐면 이들은 뭔갈

쥐고 있어서 고통스러운 게 아냐. 오히려 계속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지. 그리고 계속 불량한 것들을 

들이마시고 있어서 고통스러운 거야.


이들은 매일 감정, 지식, 눈치, 마음,

머리를 쥐어짜며 살아. 이렇게 계속 쥐어짜기만 하면

곧 찢어질 것 같은 걸레마냥 자아가 너덜너덜 해진다고.


중요한 건 뭔갈 비우고 내려놓는 게 아니라,

쓸데없이 나를 소진시키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 #지방은소진해도돼

그리고 좋은 걸 들이마셔야지.


알아도 모른척 일단 카만히 있어보고

자랑하고 싶어도 일단 혼자 즐거워보고

내 머리 쥐어짜지 말고 외주시키고

똥도 좀 참아보고

한숨쉬지 말고 복날아가니까

SNS에 뭐 끄적이지도 말고 

그냥 앉아서 책이나 읽고

관악산 육봉능선이나 올라보고

공연가고

전시회가고

계속 뭔갈 채우고 좋은 걸 들이마시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지. 


요즘 나는 글을 너무 많이 쓰고있어.

회사에서도 하루종일 기획안쓴다, 스크립트 쓴다 이러는데

집에 와서도 책쓴다고 글쓰고 있고,

브런치에도 이렇게 글을 쓰고 있어.

아주 가끔 키보드가 베크나처럼 날 부르는 것 같다고.


이럴 때 쓴 글은 마치 다 먹고 남은

페트병 아래 깔린 물 몇방울 같단 생각을 하고 있어.

뭔가 글이 살찌고 통통한 느낌이 아니라

삐쩍 말라서 '사여주세오...' 애걸하는 느낌이 있달까.




이젠 그만 소진하고 듣고

공부하고 채워야 할 시기가 된 것 같음.

모임가서도 실눈캐처럼 카만히 듣고만 있어야지.

집에 있는 책도 열심히 읽고

아침마다 우는 맷비둘기 소리에도 귀기울여보고

블리치도 정주행하고(이건 좋은건가?)

돌도 타고, 양화대교도 겁나 뛰어야지.


여러분도 뭔가 지쳤다...

계속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것들로 내일을

버티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냅다 고민상담한다고

친구 만나서 치맥 조져버리는게 아니라

일단 충만히 채워보는거야.




입을 다물고 


뭔가를 잠잠히 공부하고,

양화대교를 뛰어보세요.

기묘한이야기도 정주행하고. 

반사적으로 들이마시는 숨말고,

의식적으로 천천히 들이마시는 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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