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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Mar 05. 2023

아무런 정보가 없는 글

그냥 일기다.

요새 바쁘기도 했지만, 브런치가 결혼과 이혼얘기로 가득해서 분위기 적응을 못한 탓도 있다. 하지만 이내 적응하고 아무 글이나 써보기로 한다. 보자...




고민중


요즘은 고민이 많다. 나는 애프터모멘트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컬처덱과 브랜드소개서를 만든다. 하는 일에 비해 '디자인 회사'라는 단어는 너무 억울한 감이 있다. 이제 '디자인 회사'라는 호칭을 떼려고 한다.


고민이 많은 시점이다.


호칭만 뗄 순 없으니, 전반적으로 큰 변화를 겪고 있는 중이다. 변화는 보통 괴롭다. 존경하는 혈귀인 키부츠지 무잔께선 변화는 보통 쇠퇴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바꾸려고 하니 기존 것과 새로운 것 사이의 묘한 공백이 생기는데... 나한테야 공백이지 클라이언트사는 계속 바쁘게 돌아가므로 빈 부분까지 혼자 감당해야 하는 다이나믹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가 한동안 괜찮았던 위장병이 다시 도지기 시작한다. 먹을 때마다 체하고 가스가 끓어오르는데 아주 죽을 맛이다.




배아파


예전에 한의원갔을 때 나는 배가 차다고 했다. 실제로 내 배는 겁나 차다. 복부냉증이랄까. 여러분도 배가 찬가? 이럴 땐 샤워할 때 뜨신 물을 배에 한참 대고 있어야 하는데, 샤워하면서 수육이 되는 기분이다. 배는 삼겹살에 가까우니 삼겹수육이겠군. 맛있겠다.


속이 끄륵거리고 따가우면 어릴 때 생각이 난다. 한때는 나도 와구와구 잘 먹는 존재였다. 야식으로 순대국밥(특)을 조져버리고 맥주 몇캔을 자갈치와 흡입하고 그대로 퍼자는 일상이 있었다. 식도가 타들어가기 시작하기 전까진 말이다. 그 이후 뭘 먹어도 속이 따갑고 위경련이 자주 일어나서 음식에 대한 묘한 공포가 생겼다. 거식증까진 아니고...그냥 많이 먹기 힘든 병이랄까.


배우자님네는 '많이 먹고 건강한 것'을 추구한다. 핵심가치인 '행복'의 원천이 '음식과 가족'에 있다고 생각하는 조직문화이기 때문에 처음엔 적응하기 몹시 힘들었었다. 원래 결혼 초기엔 '환란의 시기를 지나, 겨우 대감댁 사노비가 되어 아씨의 애정을 받아 축시를 넘길 무렵 아씨가 몰래 가져다주는 흰 쌀밥을 양 볼 가득히 우겨넣고 이를 악물며 눈물을 흘리는' 느낌의 먹부림을 부려줘야 아이고 우리 사위가 무척이나 복시럽다는 인상을 줄 수 있지만, 몇 번 하다가 몹시도 토한 이후로는 포기하기로 했다.


덕분에 우리 사위는 깨작깨작 가리는 것도 많고 양도 적은 예민한 존재가 되었지만, 본질이 그러하기 때문에 서로 생긴대로 사는 것이 좋다고 결론내렸다.




쪽갈비


그 와중에 또 쪽갈비는 존나 맛있어서 와구와구 먹고 지금 죽을 지경이다. 우리는 다들 뼈에 붙은 하찮은 살을 좋아한다. 배부르다며 살코기를 남기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뼈에 붙은 갈비살을 대강 먹고 버리면 혼구녕이 나는 것이다.


'그게 맛있는건데!' 라는 한민족의 행동강령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진 모르겠지만, 오늘 먹은 쪽갈비의 경우 그 말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놀라운 녀석이었다.


쪽갈비는 단단함과 유연함을 동시에 지닌 매력적인 존재다. 부드러운 살을 후다닥 먹고 굳이 살에 붙은 단단하고 얼마 되지도 않는 뼈를 발라먹겠다고 와그적와그적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고객이란 실제 불편함과 번거로운 UX와는 별개로 사전에 합의된 '인식'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부드러운 살코기는 감탄을 자아내지만, 더 깊고 복잡한 행동을 유발하는 것은 뼈다귀인것이다.


이는 오래 전 잠들어있던 고대 원시인류의 본능을 일깨우는 것일 수도 있고, 또는 더 어려운 과제를 수행함으로써 성취감을 극대화시키려는 내적동기의 작용이기도 할 것이다. 그럼 쪽갈비를 맛있게 먹는 사람일수록 더 적극적이고 좋은 인재라고 할 수도 있는건가. 앞으론 쪽갈비 먹을 때 뼈다귀를 대하는 애티튜드도 면접질문에 포함시켜야겠다. 그리곤 잡플래닛에서 1점을 받고 네이버 뉴스에 뜨겠지.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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