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하면 이건 익잭클리 응원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쓰지 않으면 안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사실 10이라는 숫자가 굉장히 사람에게 어떤 부담감을 주더라고요. 열번째 책입니다. 2017년부터 8년간 9권의 책을 썼습니다. 잘된 것도 있고 망한 것도 있고 그렇습니다. 대부분은 2쇄에서 끝나긴 했네요. 가장 잘된 건 역시 [어느 날 대표님이 우리도 브랜딩 좀 해보자고 말했다]입니다. 7쇄를 했네요. 가장 돈을 많이 벌어다준 건 [컬처덱]이었습니다. 실제 프로젝트로 많이 이어졌거든요.
네이버 키워드광고나 인스타 광고를 돌리지 않는 저로써는 콘텐츠를 계속 발행하고 나를 글로 알리는 것이 거의 유일한 마케팅 방법입니다. 이게 말이 좋아 팬덤 베이스 비즈니스지 사실은 내가 멈추는 순간 세상은 실시간으로 나를 잊어갈 것이란 두려움에 기인한 것이죠. 궁지에 몰린 쿼카마냥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열 번째 책을 써야 세상도 나를 알아주고, 여러분도 나를 다시 기억하고, 나도 먹고살고 그렇습니다.
그런데...이게 무려 2년째 안써지더란 말입니다. 사실 게으르기도 했습니다. 일이 바쁜데 어떻게 해!! 핑계도 댔죠. 처음엔 컬처덱2 같은 거 쓰려고 했습니다.
암, 내가 조직문화 뭐시기를 하는데 응당 2편이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당연한 논리 아닙니까. 하던 일이 그거니까. 책을 만들 땐 저희 아내와 늘 상의를 하곤 하는데요.(물론 자발이 아닌 패왕색패기에 눌린 조언듣기에 가깝달까) 제가 컬처덱2 만든다고 하니 제 멱살을 잡고 교보문고로 저를 데려갔습니다. 그리곤 평대에 딱 세워놓고 룩앳댓.
[이거 바바. 지금 여기 조직문화 책이 어딨어. 평대에 지금 다 뭐야. 다아아아아 AI아니면 ETF지. 지금 조직문화 이야기를 할 때야아~ 안 할 때야]
늑골 깊숙히 파고드는 맞말폭력과 널부러져 있는 까만표지의 책들에 수긍해버리고 말았습니다.(AI와 ETF책은 진짜 죄다 까만 표지야)
그래서 10번째 책은 AI를 주제로 써야한다는 얘기가 나왔죠. 맞아요. 저도 막차에 탑승해보려 했습니다. 근데 진짜...너무 존나 안써지는 겁니다. 레퍼런스를 엄청 읽어봤죠. 이게 AI책들은 죄다 박사님이나 SK뭐시기, AI무슨 전문가분들의 내공이 담긴 비기같은 느낌이라고. 첫 장부터 주눅드는 단어들이 가득하단 겁니다. 엄청 쉬운 책이라고 소개해놔도 첫 두꼭지만 쉬워. 뒤로 가면 겁나 어렵습니다. 아니면 겁나 뻔해. 사실 이걸 AI가 쓴건지 사람이 쓴건지도 모르겠어. 앗싸리 AI가 썼다고 밝히는 책들도 많더군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거친 현대리듬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휘청거리다보니 1년이 지났습니다. AI어쩌고 책을 쓰려고 공부도 진짜 많이 하고 자료도 엄청나게 찾아놨어요. 그렇게 8꼭지나 썼다구요. 8꼭지면 여러분...6천자씩...8꼭지... 48,000자! 브런치 글 기분으로 16편이상을 족히 써내려간거예요. 거의 매거진 한 통 다 썼겠네. 근데 그걸 지웠어.
아내는 8꼭지를 다 읽지 않았어요. 딱 첫 꼭지 첫 문단 읽고 3초만에 바로 하아아아아아암.. 하품해버림.
이건 당최 자네의 글이 아냐.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뭔 말을 하려는지도 모르겠어. 이 쓸데없는 자료들 좀 안쓰면 안돼. 책이 네이버야? 통계자료와 논문보려고 책을 사는게 아니잖아. 당신의 의견이 듣고싶어서 사는거라고. 그럼 자기 의견과 주장을 써야지, 왜 계속 남의 의견을 가져와
이어지는 특수언어폭행을 듣고나니 또 맞는 말이기도 해. 하지만 시무룩한 건 멈출 수 없어. 도가 지나치게 시무룩해져선 생각했습니다. 추운 겨울 나는 왜 담배와 술을 끊어서 지금 나를 달랠 것이 아무것도 없나. 결국 8꼭지는 다 폐기처분했습니다. 이게 한 두번이 아냐. 3꼭지 더 쓰고 또 폐기처분합니다. 또 다른 컨셉으로 써봤다가 5꼭지를 또 날려버렸어. 이미 지금 한 권을 버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그러다, 이 현명한 아내는 저의 역린을 건드립니다. 바로 인정욕구를 자극하기로 한 것이죠.
아무래도 10번째 책은 못쓸 것 같다. 그럼 쓰지말고, 그냥 편히 쉬어
이런 말을 듣고 어떻게 오예 이제 쉰다! 라고 하겠습니까. 괜한 오기가 돋아버린 것이죠. 어떤 글을 쓸지는 꽤나 명확해졌습니다. 안그래도 요즘 클라이언트와 얘기를 나누며 상당히 열이 바짝 올라있는 주제가 있었거든요. 저는 아내에게 대신 말했어요.
그럼 AI고 뭐고 다 때려치고 내가 쓰고 싶고 하고 싶은 말 할거니까 주제는 건들지마. 문체도 내 맘대로 쓸거야. 진짜 브런치 문체 그대로 쓸거야. 욕도 쓸거야. 비속어도 쓸거야. 논란도 있게 쓸거야. 도파민 개터지게 쓸거야. 나중에 편집자님이 잘 손봐주시겠지
그래서 브런치 문체 그대로에 비속어와 논란과 악플각인 내용을 그대로 담아 쓰고 있습니다. 주제는 안티AI입니다. 듣기만 해도 도파민 터지죠? [AI도 좋구요, 사람도 노력해야죠오~] 이런 부들부들한 말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이악물고 해피엔딩을 만들려는 방식은 이미 GPT에게 충분히 들어서 이제 좀 환멸나더라고. 매끈매끈한 AI 결과물에 피곤해져버린 우리 클라이언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개쩌는 사람의 엣지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그간의 경험과 제 생각을 합쳐 그대로 담아내기로 했습니다.
프롬프트는 어떻게 써라... 뭐 무슨 AI를 쓰고, 셋팅을 어떻게 해라 이런 말은 싹 빼기로 했어요. 대신 우리의 괴팍함과 비합리성, 멍청이똥개같은 모난 마음들, 편견, 선입견, 어긋난 생각, 비뚤어진 마음들이 만드는 진짜 사람냄새와 그게 어떻게 결과물이 되는지 말하려고 합니다. 실제로 컬처덱 만들면서 만났던 정말 수많은 회사들이 AI를 도입하자고 외치고 있지만, 정작 그 회사를 진짜 독보적으로 만들었던 건 기똥찬 AI에이전트가 아니라, 그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망치 들고 AI머리 깡! 때리는 사람이야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존코너가 되는거지.
근데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2월초까지 써야해요. 17일 남았어요. 17일간 하루에 2꼭지씩 써야합니다. 하루 2꼭지! 매일 한 꼭지씩 쓰는 것도 생애 최고의 고난인데.. 두 꼭지라니.
그래서, 이걸 해낼 수 있는 방법은 약속을 하고 치킨을 거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