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삶분의 일

브랜드를 소개할 때 쓰면 안되는 단어

이걸 빼보세요.

by 박창선

내 브랜드를 모르는 사람에게 브랜드를 소개할 때 이 단어들만 빠져도 굉장히 유려해집니다. 지금 인스타든 뭐든 소개하는 문구에 이런 단어가 있으면 당장 다 지워. 바꿔. 모든 걸 다 바꿔.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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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브랜드


일단 브랜드란 단어 빼세요. 브랜드... 사실 많은 사람들에게 브랜드 그러면 '오 명품쓰?' 또는 지하철 광고판에 붙어있는 2025년 브랜드대상 밖에 안 떠오릅니다. 브랜드, 브랜딩 이런건 이 글을 보러온 여러분들이나 쓰는 단어고 솔직히 일상적인 단어는 아니죠. 뜻은 알지 뜻은 알어. 다들 그게 뭘 말하는진 안다구. 하지만 우리가 평소에 친구랑 성수동 팝업에서 서비스로 주는 젤라또를 먹으며 '오 여기 브랜딩 잘 되어있다!' 라고 하진 않습니다. 그런건 저랑 제 아내처럼 밥먹으러 가면 그 식당 매출 분석하는 사람들이나 하는 얘기입니다.

48d15fab05e8948237447e10a9a580df.jpg 보통의 대화


우리 브랜드는...

친근한 브랜드로 포지셔닝(일단 포지셔닝도 글러먹었어)

여러분을 위한 브랜드가 되겠습..

새로운 브랜드로 거듭나...


이런거 다 갖다 버려요. 주어로 쓸거면 1인칭 화자로 바꿔주세요.

저는, 저희 브랜드는, 우리는, 우리가, 저와 제 동료들이, 이 제품이... 이런 식으로.



2. 기반


데이터기반, AI기반, 디지털기반.. 솔직히 기반 앞에 붙은 저 단어들도 진짜 경기들릴 것 같아. 많이 봐줘서 '데이터로, AI로, 디지털로' 라고 바꿔도 이상합니다. 데이터 아닌게 세상에 있나? 디지털 아닌게 있나. 게다가 투자자들이나 환장할 법한 '기반'을 고객에게 쓴다? 쓰읍..이게 틀린건 아니지 그래. 틀린 건 아닙니다. 이것도 뜻은 알거든. 솔직히 우리가 뜻을 몰라서 쓰지 말라고 하는 건 아니거든. 귀에 안박히거든요. 생각해봐요 임성근 셰프가 농산물 기반의 요리라고 안하잖아요. 방금 따왔다, 태안에서 가져왔다, 오만가지 소스를 알고 있다.. 이렇게 말하잖아. 뭐뭐 기반~ 이렇게 퉁치는 건...정말 게으른 거예요. 서사로 푸세요.

606178990_17936813013105165_7944240672477727145_n.jpg 내 자신감 기반


빅데이터 기반의 맛집 추천 서비스 어쩌고...대신

10만 명의 입맛이 검증한 맛집 / 시의원들의 재방문율로 검증된 관악구 맛집 / 숫자가 알려준 진짜 맛집



3. 혁신


혁신 그러면 솔직히 정부가 빈 건물 지어놓고 붙이는 이름같아요. 혁신센터 이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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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은 뭘 혁신했는지 관심도 없어요. 혁신은 과정을 칭송하는 말이거든. 사람들은 효용에 관심있어요 스펙과 가격, 간지와 뽀대, 의미, 만족감 이런거. 구체적으로 느껴질 구체적 변화나 혜택, 감각을 말해줘요.

혁신적인 기술이 탑재된 어쩌고...이렇게 썼다면

어느새 끝나있는 / 지나간 자리를 돌아보지 않아도 되는 / 손목이 뻐근하지 않은



4. 해결


해결은 해결해주는 사람이 하는 말이 아니라, 해결받은 사람 입에서 나와야 하는 말입니다. 해결해주겠다!!가 아니라 오? 해결됐네. 라는 말로 증명되어야 하는 거죠. 게다가 해결이란 말 자체가 굉장히 종결적이거든요.

이미 문제는 다 겪을 만큼 겪었고 난장판을 거쳐 비로소 해결된 느낌이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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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이라고 하지 말고, 해결 후의 홀가분한 상태나 짐을 덜어주는 과정 자체를 말해줘요.

피부 트러블을 해결해드립니다..어쩌고 이런 거 있잖아요.

거울을 보고, 한 번 더 보고 싶게 만드는 / 잊고 지내면 사라져 있어요. / 신경쓰지 마세요. 자고나면 잊게 될 거예요. 이런 식으로



5. 제공


제공.... 흔한 단어같은거 뭔가 이상해. 제공......제공..........개인정보 갖다 바쳐야할 것같은 느낌이야. 제공하다 자체가 어색한 번역투이기도 하거니와, 그 뉘앙스 자체가 뭔가 굉장히 오피셜하고 통보하는 느낌이어서 일단 부담스럽달까요.

이럴 때는 모아 놨어요, 챙겨 드릴게요, 차렸습니다, 드립니다, 나눕니다, 준비했어요. 정도가 좋습니다.



6. 문제


음... 일단 이게 언제부터 시작된 건지 모르겠는데 아마 잡스의 영상이 유튜브로 떠돌기 시작한 시점부터였을 거야. 너도나도 '문제 해결을 한다'고 외치면서 그게 고객에게도 그대로 노출되는 것 같습니다. 문제라는 건 생산자가 규정하는 것이다...라는 일련의 의견이 있죠. 소비자는 자기가 뭘 원하는지 모른다. 뭐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일견 동의는 하는데, 그게 문제인지 아닌지는 소비자가 느껴야 하는거지 내가 '어? 당신 이거 문제예요!' 라고 말하면... 사실 어쩌라고 싶거든요. 고객은 환자가 되고, 기업은 의사가 되는 느낌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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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걱정, 번거로움, 불편함, 아쉬움이라는 단어로 순화하던가 아니면 상황 자체를 묘사하세요. 의문문으로 [왜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해야 할까, 분명 이걸 주문했는데 왜 박스 안엔 다른 것이 놓여있을까] 이런 식으로 말이죠.



7. 최고


응, 최고 하지 말아야 할 단어라고 생각해요. 너무 게으른 수식어야. 최상의 맛, 최고의 성능...띠용? 이런 거는 그냥 사라져야 해요. 최고, 최선, 최상, 최적..최자 들어간 거 다 빼버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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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의 맛이 아니예요. 안성재도 웃게 만드는 맛,

최고의 소재가 아니예요. 아기가 하루종일 부벼도 피부가 빨개지지 않는 소재라고 해야 해요.



8. 고객


고객... 일단 서먹해지잖아. 이건 뭐냐면 전날 술먹고 형님동생 하기로 했던 사이가 다음날 술깨고 어?...아..안녕하세요 하며 호칭 애매해지는 느낌이야. 돈 받는 사람-돈 주는 사람으로 규정되잖아요. 그러지 말고, 그냥 페르소나를 지칭하세요.

[야근에 지친 김부장의 어깨 / 하나를 골라도 두 곳을 비교하는 당신] 이렇게 써주세요.



9. 진심


인간적으로 '진심이야!' 라고 말하는 사람치고 진심처럼 들리는 경우를 본 적이 없습니다. 연인끼리 싸웠어. 근데 믿어줘 진심이야! 라고 하는거야. 그럼 아~진짜 진심인가보다..세상에 내가 용서해야지! 라는 생각이 드나요? 진위여부와 상관없이 말로 하는 순간 너무도 가짜같아 보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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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을 말하고 싶으면 명사를 나열하지 말고, 동사를 쌓아가세요. 진심은 실제행위와 내가 잃은 것으로 증명되거든요.


[커피가 아닌 커피를 만들기 위해, 400일 간 600번의 실험을 했습니다. ]

[텐트소재를 실험하기 위해 실제 선자령 정상에서 회복기간 없이 15일간 필드테스트를 거쳐보았다.] 라고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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