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우리모두 노동의 참맛을 느껴보쟈!
저번편에서 준비단계까진 진행을 해보았습니다. 이미 이것만으로도 모두들 하얗게 불태웠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죠.
자, 이제부턴 본격적으로 제작을 해볼 겁니다. 당연히 디자이너가 해야할 일과 대표님이 하셔야 할 일이 나누어지겠죠. 먼저 그걸 간단히 정리해보고 시작해볼까용?
대표님 또는 클라이언트가 하셔야 할 일
-각 페이지 내용 구성을 조율하기
-자료/사진 모아서 전달하기
-회사소개할 스크립트 만들기
-수정요청하기
-디자이너에게 돈주기
디자이너가 해야 할 일
-전체컨셉과 디자인 레퍼런스 확보하기
-대표님 또는 클라이언트와 조율하여 페이지구성 정리하기
-레이아웃정하기
-그리드짜기
-이미지확보하기
-본격 디자인시작
-수정요청 반영하기
-세금계산서 발행하기
-(선택) 인쇄업체 발주하기
-(선택) 감리진행
하나하나 간단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자세하게 쓰면 스크롤을 내리던 중지손가락의 2번째 마디관절에 무리가 가므로..간단간단하게!! 하지만 핵심만
페이지구성이 먼저입니다. 무턱대고 자료를 먼저 주는게 아니고, 페이지순서에 맞춰서 각 페이지에 자료를 얹어서 주는 것이 빠르고 정확합니다. 페이지구성은 이렇게 합시다.
표지- 회사의 색깔이 빡!!드러나면서도 심플하고 세련되게!
소개페이지- 아까 정의했던 우리는 어떤 사람이고 무슨 일을 왜 하는지
챕터1- 그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챕터2- 실제로 어떤 일들을 했는지
챕터3- 앞으론 어떤 일들을 할 건지
컨택포인트- 우리에게 연락해줘
뒷표지 - 또 봅시다.
대략 아주 기본적인 틀입니다. 보통 스피치를 하거나 피칭할 때의 순서와도 비슷하고 논리적으로 안정적인 구조이죠. 하지만 너무 안정적이다보니 가끔 식상하거나 지겨울수도 있습니다. 그럴 땐 저를 불러주시면....(하하하하)...어쨋든 페이지는 1~20page까지 각 페이지마다 고유한 내용이 담겨야 합니다. 세 가지를 기억해주세요.
1. 한 페이지엔 반드시 한가지 내용만
2. 한 페이지에 여백은 40%이상
3. 앞,뒤페이지와 반드시 연결고리가 있을 것!
여백얘기를 잠시 하고 가겠습니다. 일단 소개서를 만들만큼 할 말이 많기도 하고, 우리 회사 자랑이니 수많은 얘기들을 넣고 싶습니다. 그러다보니 한 페이지에 매출그래프, 제품정보, 연혁 까지 다 들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눈도 쉬어갈 곳이 있어야 하잖아요. 여백이란 것은 '없는 공간' 이 아니라 시선이 움직이는 통로와 같습니다. 고속도로 마냥 뻥뻥 뚫려있어야 시원시원하게 다음 컨텐츠로 이동이 가능하죠!!
적당한 여백과 정렬된 구도, 깔끔한 컬러와 정돈된 이미지만 있으면 이렇게 내용이 많아져도 정돈시켜놓을 수 있습니다. 물론 글이 재미없으면 안되겠죠. 찰진 필력 또한 중요합니다.(병맛스러운 거 말고..잘 읽히는)
또한 앞 페이지와 뒷 페이지의 내용은 서로 인과관계 및 상관성을 신경써주세요. 앞에선 한참 장점 얘기하고 있는데 뒤에서 갑자기 매출얘기 나오고 이러면 굉장히 이상합니다. 넣을 내용들을 마구 쏟아내기 전에 무슨 말을 하고 싶은 지부터 확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흔히 각 페이지를 "한 문장으로 만들고" 각 페이지마다 "접속사"로 연결되는지를 확인합니다.
이런식으로 각 페이지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잡고, 앞 뒤 페이지와 유기적인 연결을 만들어내는 거예요. 결국 각 페이지들의 '한 문장' 들이 합쳐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1분 피칭용 스크립트가 완성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이렇게 각 페이지의 내용이 완성되면, 각 페이지에 필요한 사진과 자료들만 추려서 전달해주시면 됩니다! 폴더링을 할때는
1번페이지.zip
2번페이지.zip...
이런식으로 하면 아주 깔끔하겠죠?
아까 위에서 페이지구성할 때 각페이지를 '한 문장'으로 구성해보시라고 했잖아요. 그 문장들에 접속사를 연결시켜주면 딱 1분짜리 스크립트가 나올 수 있어요. 약 10문장 나올테니까, 처음 소개멘트와 중간중간에 여러 수식어구까지 포함하면 1분짜리 짜잔!!
수정요청은 눈에 보일때마다 건건히 던지는 게 아니예요. 보통 수정은 3회까지가 무료고, 그 이후부턴 회당 얼마로 유료수정이 들어갑니다. 그러니까, 비용절감과 함께 일을 효율적으로 진행하려면 전체적으로 쫙 보면서 수정내용들을 한번에 정리해서 주는 것이 좋아요. 대신 '수정' 이라고 하는 건 '갈아엎자' 란 얘기가 아닙니다. 전체내용의 5%미만의 변경이 있는 경우를 '수정'이라고 하죠. 이 때 전체컨셉, 구도, 그리드는 깰 수 없습니다. 색의 변화, 간단한 위치변화, 워딩수정, 이미지교체, 스타일단순화 등.. 가벼운 수준의 수정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계약사항에 따라 지급방식이나 일시는 다르게 구성되지만, 일반적으론 세금계산서를 청구로 발급받은 후 청구일자에 입금을 원칙으로 합니다. 계약당시 선급금과 중도금, 잔금 구분의 여부에 따라 지급일자가 분할되기도 하지만, 보통 회사소개서 1건으로 진행될 경우엔 금액이 그렇게 크진 않으므로 선급50%/잔금50% 또는 선급금없이 전액후입금100% 등으로 진행됩니다. 부득이한 경우 회사지급일에 맞추어 지급되지만 보통은 세금계산서 발행일로부터 7일 이내에 입금이 매너입니다 :)
여기까지가 대표님이 하실 일들이고, 이 밑에서부턴 디자이너가 할 일입니다. 물론 대표님이 직접 손대실 부분은 아니지만, 어떤 과정을 거쳐서 소개서가 디자인되고 완성되는 지 궁금하시다면 한 번 살펴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야 서로 작업에 대한 이해도가 생길 테니까용!!~
미팅을 통해서 컨셉을 잡았다면, 관련 컨셉과 비슷한 레퍼런스등을 수집하고 공유하면서 서로가 원하는 스타일을 찾아나가는 편이 빠르고 좋습니다. '심플하고 깔끔한' 스타일이란 건 굉장히 엄청나게 다양한 요소들이 있기 때문에...단순히 그런 '스타일' 이란 단어로 서로 커뮤니케이션 하다보면 나중에 갈아엎어야 하는 대참사가 생기기도 합니다. 미리미리 레퍼런스로 공유해서 색을 맞춰나가도록 합시다.
대표님과 함께 진행할 영역입니다. 대표님은 내용적인 측면을 정리하는 쪽이고, 디자이너는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구현할 지를 결정합니다. 인포그래픽이나, 심플한 그래프, 또는 도형, 아이콘, 이미지 등 어떤 것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므로, 각 페이지에 대한 역할과 설명을 충분히 듣고 서로 이해해야 합니다.
저희 회사에서 쓰는 시스템의 일부인데요. 일단 '앞단의 기획'에 따라 어떤 중심키워드를 도출한 후에 진행되는 과정이랍니다. 키워드가 나왔다면 키워드를 포괄하거나 대변할 수 있는 메타포를 선정해야 해요. 그 다음 메타포의 톤과 시스템을 정돈하는 작업을 거친답니다. 저 시스템이 확정되어야 장표가 난잡해지지 않죠.
일단 내용이 어느정도 잡혔고 자료를 받았다면 이젠, 각 페이지의 레이아웃을 잡고 통일/개별화 시켜야 합니다. 이미지의 갯수와 그래프의 크기, 각 텍스트의 양을 고려해서 페이지의 각 부분의 레이아웃을 확정시킵니다. 그래서 이 작업을 하려고...먼저 텍스트를 확정하는 거에요. 확정된 텍스트와 이미지, 그래프, 도표 등을 미리 모아서 여백에 대강이라도 넣어봐야 이게 양이 괜찮은 지 페이지를 쪼개야 하는 지를 파악할 수 있거든요.
전 전문적인 편집디자이너는 아니지만, 각각의 페이지에는 컨텐츠들이 위치하고 유지해야할 지정된 공식들이 어느정도 잡혀있습니다. 이것을 Grid 라고 하고, 디자인요소들은 이 요소들 위에서 배치되고 움직입니다. 이것이 깨지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뭔가 거슬리고 보기 불편한 모습이 되기 시작하죠.
이 그리드는 자체설정할 수도 있지만, 그러기엔 너무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기존에 어느정도 공식화된 그리드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6분할 그리드나 12분할 그리드를 많이 써요. 특히 소개서는 보통 가로형 16:9사이즈를 많이 활용하는 만큼 짝수로 분할하는 게 좋더라구요. 세로분할을 주로 활용합니다. 저는 가로분할은 가급적 나누지 않는 편이에요.
하지만 저흰 디자인회사니까..복잡해도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반영해서 (물론 클라이언트는 신경쓰지 않더라도. 우리는 그런 것에 또 뿌듯함을 느끼는 사람들이니까.) 제작하는 편입니다. 고생을 사서하는 회사죠.
아까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갈아 엎어달라는 요청이 아닌, 일부수정에 대한 요청을 받아 진행합니다. 컨셉과 제작에 관련된 여러가지 정보는 디자이너가 훨씬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수정보단 '~어떠세요?' 라고 상호존중의 부드러운 멘트가 오고 간다면 아주 좋은 퀄리티가 나올 것입니다.
계산서를 발급해야겠죠? 요즘은 손택스를 쓰고 있는데 이게 아주 요물입니다. 이제 더 이상 컴퓨터에 그..망할 놈의 Veraport같은 거 안깔아도 돼
가끔 인쇄까지 함께 요청하는 경우가 있는데, 뭐 디자이너들이야 몇몇 아는 인쇄소들이 있기 때문에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감리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렵지 않은 인쇄는 POD제작 등을 통해 저렴하게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흔히 성원애드피아나 레드프린팅같은) 신경써서 제작하고 싶은 경우엔 독판인쇄를 위해 별도의 인쇄소를 선정하니까요. 이럴 땐, 조금 번거로워도 감리를 보는 것이 서로를 위해 안전합니다.
물론 추가비용이 있을 것입니다. 인쇄소에서도 감리진행하려면 추가 감리비를(5만원내외?) 를 받기 때문이지요. 감리를 진행하다가 색에 뭔가 문제가 있을경우엔 동판을 교체하는 비용도 들어갑니다.(5만원정도?)
보통 용지와 중량선택에서 많이들 어려워하시는데 스노우/모조지/랑데뷰/몽블랑/마시멜로우 중에서 고르시면 무난할 것 같습니다. 아트지는 번들거리는 감이 좀 있어서 제가 싫어하고, 스노우는 무광이 강하고 부드러운 표면을 지녔습니다. 랑데뷰는 두께감이 조금 있고, 표면에 약간의 질감이 좀 있는 편입니다. 몽블랑은 수입지로 눈이 편한 미색을 띠고있고 적당한 표면의 질감이 있는 편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주로 랑데뷰를 자주 쓰는데 표지는 200g 정도 내지는 150g정도를 유지합니다. 종이가 두껍다고 다 있어보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접지할 때 종이가 터질 위험도 잘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가끔 표지면이 아주 두꺼워서 접지시 터질 위험이 있을 땐 표면에 코팅(흔히 라미네이팅이라고 합니다.)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미 종이가 두꺼우면 코팅을 해도..좀 리스크가 있어요. 더불어 박이나 코팅은 폐기 시 재활용이 안된다는 단점이 있기도 하죠.
제본은 여러가지 방식이 있지만 20page정도라면 10장 내외이니 본딩제본을 주로 이용합니다. 페이지가 두꺼워지면 사철제본이나 PUR제본을 합니다. 펼침성을 좋게 만들죠. 물론 비쌉니다. 하지만... 요즘엔 인쇄물을 최대한 줄이려고 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수신자가 인쇄물을 좋아하거나, 또는 공공기관처럼 손에 잡혀야 심신이 안정되는 클라이언트를 상대하는 게 아니라면 가급적 웹용으로 제작하는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