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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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왜 엘리베이터보면 4층이라 안하고 F층이라 하잖아요. 나는 死일이라고 할래. 이건 죽음과 같아. 오늘 원래 2.8꼭지 써야하는데, 그건 말도 안된다는 걸 깨달았어. 그건 불가능해 임파서블. 톰 크루즈도 차라리 브루즈할리파에서 뛰어내리라 하면 할 수 있겠지만, 뒤통수에 총을 겨누고 세상이 적의 손에 넘어가도 2.8꼭지는 쓸 수 없어. 완벽히 그리고 오롯히 인간의 영역을 벗어났고, 이건 우주의 법칙을 거스르는 부자연스러운 짓이며 극악무도하고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오만하고 아찔한 짓이었어. 2.8꼭지란 그런거야. 사람 젖꼭지도 2개잖아. 2.8꼭지라는 건 없다구. 2.8꼭지를 계산해봤어. 10,000자 정도되더라고요. 지금 한 꼭지당 4천자 정도 쓰고 있으니까 10,000자에 가까운데 이건 어디 도에서 주최하는 논술대회 나갔을 때나 쓸 수 있는 분량이야. 거의 단편소설 80%정도 쓰는 정도라구. 이걸 어떻게 하루만에 써. 오늘은 중간에 미팅도 했고 강아지 산책도 3번이나 시켰어. 우리 강아지는 시골강아지라 실외배변밖에 못한다구. 저녁엔 가모장의 가모에게 소고기무국 끓여주느라 또 한두시간 훌쩍갔어요. 요리란 왜 그럴까. 설거지하고 요리하고 다시 치우면 왜 3시간이 가는거지? 진짜 우리 엄마들 점심 치우면 저녁장본다는 게 딱 맞는 얘기라니까.
그러고 보니 11시가 된거예요. 이제 글을 쓰는데... 오늘 점심에 0.8꼭지 마저쓴게 전부인 거죠. 2꼭지가 남아있어요. 갑자기 아득해지며 두 눈이 까매졌습니다. 이세계로 빨려들어간 것 마냥 남은 백지를 보며 스산하고 자욱한 공허속에 남겨진 기분.
오늘은 지독히도 추운 날, 악마같이 달려든 두 꼭지의 발걸음이 문틈 아래 그림자 걸음처럼 서성이는 긴장감. 하나둘셋 눈을 감고 세보지만, 이것은 꿈이 아닙니다. 난 망했고, 돌이킬 수 없어. 오... 친애하는 나의 독자들이여. 가련하고도 망가려버린 나의 두 손을 가엾이 여겨주시게. 아직 위장에 출렁이는 소고기무국이 소화되기도 전, 나는 혈당스파이크를 맞아 그만 몸을 가눌 수 없게 되어버렸다네. 두 손은 강아지 산책 이후 곱아 펴질 줄 모르고, 샌드맨의 저주마냥 눈엔 모래가루가 까실거리고 있지. 더이상 손을 놀릴 재간이 없어요.
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내일 5시에 일어나서 오늘 밀린 것까지 쓸 수 있을까. 그래, 지금 딱 한 꼭지만 더 쓰고 자는거야. 뭐라고 쓰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써보자구. 그리고 새벽5시에 한 번 더 쓰고, 내일 저녁에 하나 더 쓰는거야. 그럼 얼추 따라잡을 수 있겠군. 좋아, 그렇게 해보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