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를 떨어선 안될 것이다.
AI를 빨아대는 몇몇 콘텐츠에서 사람을 단위처럼 쓰는 경우가 있었다. 클로드코드로 에이전트 하나 돌리면 5명 팀원과 같다거나, 10명 몫을 혼자 해내고 있다며 입틀막 감탄을 해대는 식이다. 개인적으로 일견 동의한다. 인건비를 생각해보면, 어중간한 주니어 10명 데리고 있느니 시키는대로 군소리없이 따박따박 심지어 밤새도록 일을 해대는 에이전트를 만들고 토큰값을 지불하는 게 누가봐도 합리적이다.
그러나, 점심에 먹다 걸린 삼치가시처럼 저 문장은 영 기분 나쁘다. 사람 열 명이 모여서 만드는 결과물을 제대로 보지 못했거나 슬프게도 감정싸움과 정치질, 친목질에 휘둘려 쓰레기같은 결과물에 지쳐버린 발언이다.
지금부터 매우 편향되고 일반화된 의견을 쏟아낼테니 가짜뉴스보듯 도파민에 절여지길 바란다. 최근 클로드코드로 무슨 서비스를 만들었다는 사람 중에 그래서 그걸로 투자를 받았거나 실제로 돈을 벌고 있다거나, 유의미한 고객과 팬덤을 만들거나, 진짜 새로운 커리어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어본 일이 없다. 내 주변에만 없는 것인지 궁금하니, 여러분 주변에는 그런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물론 실제로 강의를 하고, B2B에이전시 비즈니스를 하시는 분이 있지만 그게 클로드코드의 역량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원래 그가 가지고 있던 역량에 도구가 더해져 새로운 방법론이 생긴 것에 가까웠다.
그 외에 보통 클로드코드 에이전트로 해냈다는 일을 보자. 카드뉴스 만들기, 일일 콘텐츠 만들기, 서칭해서 뉴스 배포하기 등이었다. 그걸로 가져가는 효용을 보니 팔로워가 늘었고 강의 기회가 생겼고, 콘텐츠를 5분만에 만들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축하한다. 짜치는 일이 줄어든 것은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그게 지금 나의 커리어나 미래를 만들 수 있는 일인가. 만약 당신의 전략이 AI에이전트로 양산형 앱을 무작정 뽑아내다가 하나 얻어걸려서 대박 치고, 그 명성으로 컨퍼런스와 기업 강의를 전전하다 엑싯해서 한 탕 뽑아먹고 서울 아파트에 투자할 생각이라면 그 현명함에 무릎을 꿇겠다.
그게 아니라면 이건 마치 레고를 손에 쥔 우리 조카의 호들갑과 비슷했다. 크레인을 만들었다며 엄마아빠에게 자랑하는 것이다. 분명 작동하고, 신기하다. 운이 좋다면 황도 통조림 한 통 정도를 들어 옮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건 당신에게 반드시 필요한 일인가. 당신은 그걸 하며 살 것인가.
애당초 그 일엔 사람 열 명이 필요하지도 않았으며, 실제론 그런 걸 전혀 만들지 않아도 나의 미래엔 큰 영향이 없다. 그저 신기함에 가깝다. 새로운 장난감을 이리저리 만져보며 즐거운 것이다.
너무 즐거운 나머지, 중요한 걸 놓치고 있다. 사람의 관계와 감정, 잠재력과 우연한 충돌, 혼란이 만드는 복잡계 또한 자산이라는 것을 간과하는 것이다.
서로의 맥락과 쌓인 관계와 감정들이 만드는 저맥락상태의 티키타카는 AI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끄덕임과 눈빛으로도 통하는 사인과 상대가 뭘 할지 미리 캐치하고 준비해주는 센스, 내가 아플 때 궁시렁대면서도 내 몫을 기꺼이 해주는 배려를 조금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사업이든 일이든 결과를 내는 건 어떤 식으로든 가능하다. 그러나 유산과 이야기를 쌓아가는 건 너와 내가 존재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우리가 만든 굴곡을 새로운 사람에게 전하고, 그 안에서 만들어진 특정한 패턴을 전수하고, 경험과 감각들을 확장시키는 것은 관계의 허술함과 혼란 속에서만 가능하다.
왜곡과 과장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더 나아지기도, 비틀림에 불만을 품은 누군가의 저항을 부르기도 한다. 받아들임과 투쟁의 갈등이 느리지만 옳은 것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알기에 만족하지 않았고, 그것이 도전이 되었다. 우리는 일을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대충 월급이나 뽑아먹고 루팡짓하다가 끝나고 봄동비빔밥이나 조져야지!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어쨌든 그럼에도 잘 해내고 싶어하는 것이다. 모든 조건이 갖춰지지 않아도 그냥 일단 알아서 해보는 게 사람이다.
물론 사람이 모여 만드는 부작용은 피곤하다. 그리고 복불복에 가까워서 파국으로 흐를 위험도 인정한다. 어릴 적부터 조별과제, 첫 직장에 이르기까지 우린 4명 이상 모였을 때 제대로 일이 돌아가는 꼴을 본 적이 없다. 그걸 중재하는 법도 좋은 소통과 관계를 만드는 것도 배우지 못했다. 그러니 이래저래 삐지거나 추노없이 그게 똥같아도 결과물을 뽑아내는 성실함에 오스카시상식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충분히 이해한다. 환멸나면서도 사무치는 게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다.
오늘도 여러분이나 나나 사람에게 치이고 말같지도 않은 소리에 머리 깎고 절로 들어가고 싶은 하루였을 것이다. 그렇다고 사람이 단위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사람 몇 명이 에이전트 하나로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놀렸어야 할 쓸데없는 손동작 몇 개가 편리해진 것이다. 작은 표현이자 단어 하나지만 나는 참으로 이런 표현들이 무거워야 한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