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독한 인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마음이라는 녀석과의 새로운 관계

by ROZY



나는 마음을 한 번씩 ‘녀석’이라고 부른다.

장난과 심술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새로운 시도를 하려 할 때,

중요한 면접이나 회의를 앞두고 있을 때,

혹은 현재에 안주하고 싶을 때.


그럴 때면 마음은 어김없이 온갖 생각의 파편들을 머릿속에 흩뿌리고 불안과 의심을 끼얹어 집중하지 못하게 만든다.


나는 종종 스스로를 얕은 사람이라고 탓했다.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다는 이유로,

이것저것 치근덕거리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한 가지도 제대로 못하면서 또 시작한다고?”

“다른 사람들은 전문가가 되어가는데 넌 아직도 기웃거리기만 하네.”


마음이라는 녀석이 건네는 말들이다.


그런데 요가를 하면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그동안 흩어져 있던 내 관심사들이 어느새 돌고 돌아 하나로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철학책을 읽으며 품었던 질문들은 심리학 공부로 이어졌고, 그 흐름은 다시 문학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되었다.


이전엔 흘려보던 책들이 다르게 다가오고, 깊은 사색이 가능했다. 그것은 마치 ‘내 삶을 사는 요령’ 을 터득한 것 같았다. 그동안 해왔던 다양한 시도들이야말로 내가 마음을 훈련해 왔다는 증거였다.


무작정 달려드는 게 아니라 우선순위를 세우고,

결과를 하나로 고정하지 않고 여러 가능성을 준비하는 것.

내 앞에 어떤 일이 다가오든 온전히 마주할 수 있다는 담대함이기도 하다.


요가를 공부하다 보면 자주 만나게 되는 구절이 있다.

요가수트라 1장 2절,

“요가스 치타 브리띠 니로다(Yogaś citta-vṛtti-nirodhaḥ)”

요가는 마음의 움직임을 멈추는 것이라는 뜻이다.

예전엔 이 말을 생각을 멈추고, 감정을 억누르고,

고요에 이르라는 뜻처럼 ‘마음을 비우라’는 말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게 이해한다.

이 녀석의 장난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와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이다.

마음이 온갖 생각으로 나를 어지럽힐 때,

그것들과 싸우지 않고 바라보는 것.


‘아, 또 이런 생각이 드는구나.’


그저 알아차리는 것.


그렇게 마음과 거리를 두고 바라보기 시작하자,

내 안의 관심사들이 하나의 그림처럼 이어지기 시작했다.

얕다고만 여겼던 나의 다양성은

결국, 깊음으로 향하는 나만의 길이었다.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에서 선생님은

깊은 고독감을 절망적으로 토로한다.

번역본에 따라 “나는 적막했습니다.” 혹은

“나는 고독한 인간이 되었습니다.”라고 말한다.


소세키가 그린 고독이 절망의 고백이었다면,

요가를 통해 내가 발견한 고독은 성장의 선언이다.

책을 한창 읽을 때 고독의 기쁨을 알았고,

요가를 공부하면서 그 고독을 더 즐기게 되었다.


요가가 말한 ‘마음의 움직임을 멈춘다’는 것은 결국 이런 게 아닐까.


혼란 속에서 나를 잃지 않는 것.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면서도,

조금씩, 계속해서 성장해 나가는 것.

그리고 그 모든 과정 속에서

나만의 고요함을 찾아가는 것.


그렇게 나는 고독한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





<흐르는 것들, 머무르는 마음>은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아침,

흐르는 일상 속에서

머무는 마음을 찾아가는 요가 에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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