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알의 힘

주머니 속의 작은 사랑

by ROZY

아침 등교와 출근 시간은 언제나 분주하다.
우리 셋의 아침 루틴 중 하나는, 등굣길에 목을 위한 사탕을 챙겨 먹는 일이다.

프로폴리스 사탕이나 호올스를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고른다.

오늘은 오렌지맛 호올스를 꺼내 건넸더니,
둘째가 시큰둥하게 말했다.


“에이, 녹았잖아? 이걸 먹으라고?”


연일 폭염이 이어지다 보니,

사탕 겉면이 약간 끈적해져 있었다.


“이 정도는 먹을 만해. 오늘 좀 덥긴 했나 보다.”


껍질을 벗겨주자 쏙 받아먹더니,

둘째는 사탕 맛은 뒷전인 채 친구들 생각에 들떠 후다닥 달려갔다.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평소처럼 친정에 들렀다.
하교 후 아이들을 돌봐주는 엄마에게 하루 일정을 전하는 건 나의 습관이자 감사의 표현이다.
하지만 오늘은 아침부터 밀려온 업무 연락에, 엄마 얼굴도 못 본 체 커피를 내리며 스케줄러를 들여다보기에 바빴다.

그때, 엄마가 주말여행을 다녀오시며 사온 대추젤리를 꺼내셨다.


“이거, 하나 먹고 해. “

나는 손사래를 쳤다.


“아이, 무슨 대추야…”


엄마는 아무 말 없이 내 입에 대추젤리를 쏙 넣어주셨다.

아니, 밀어 넣어버렸다.

그러고는 아무렇지 않게 남동생 쪽으로 향하셨다.


“뭐 이런 걸 사 왔대? 아, 싫다고! “


출근 준비하느라 분주한 남동생도 투덜댔고,

결국 엄마는 그 앙다문 입을 끝내 열지 못하셨다.


오전 내내 유난히 바빴다.

쉴 틈 없이 울리는 전화, 쌓여 가는 업무들.

점심도 거른 채 일에 몰두했다.
그 와중에 내 입 속의 작은 단맛이 떠올랐다.


문득, 엄마에게 미안해졌다.
여행은 어땠는지, 대추젤리는 어디서 샀는지.
왜 나는 그 평범한 순간에도 나긋하게 묻지 못했을까.
거절당하고도 아무렇지 않은 듯한 엄마의 모습에서 외할머니의 옆모습이 보였다.

외할머니는 늘 주머니에 하얀 돌사탕을 넣고 다니셨다.
우리가 놀러 가면 “이거 먹어” 하시며 하나씩 꺼내주셨다.

“할머니, 그런 거 안 먹어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슬그머니 받아먹었다.

막상 입에 넣으면 맛있어서

마법처럼 스르르 마음도 녹아버렸었지.

지금은,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맛이다.


난 항상 뒤늦게 반성하고야 마는, 여전히 서툰 인간이다.

외할머니의 돌사탕,
엄마의 대추젤리,
딸에게 건넨 오렌지 사탕.

받을 땐 퉁명스럽지만
스며들듯이 받아들이고,
그 따뜻함을 또 다음 사람에게 건네는 일.
사랑은 그렇게 이어진다.

오늘은 반성하는 마음으로,

엄마의 ‘대추 한 알’에 위로받은 날이다.

우리 삶 속에서 이 작은 릴레이는

어디선가 계속되겠지.
사탕 하나, 젤리 한 알.
작고 시시해 보이지만,
주머니 속에 담긴 마음은 단단하고 묵직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런 작은 것들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