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크세마를 찾아서

요가 수련처로 모여드는 마음들

by ROZY

대한민국은 아파트 공화국이다.

하늘을 향해 솟은 수백 개의 동일한 상자들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칸막이 안에서 살아간다.


달갑지 않은 연결고리인 누수와 소음은

우리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


입시, 대학, 취업, 결혼, 내 집 마련.

정형화된 인생 경로는

마치 공장에서 찍어낸 제품처럼 획일적이다.


요가수트라 2장 46절,

"스티라 수캄 아사남 (sthira-sukham-asanam)"

바른 몸의 자세는 안정되고 편안해야 한다는 뜻이다.


‘스티라’는 안정성과 견고함을,

‘수카’는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뜻한다.

고대 요가 현자들이 말하는 이상적인 자세는

단단하면서도 동시에 부드러워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아파트들을 보면 스티라를 자랑한다.

철근 콘크리트로 지어진 구조물로 수십년을 버틴다.

하지만 그 안에 사는 우리는,

정작 수카를 잃고 있는지도 모른다.


좁은 공간에 갇힌 몸과 마음.

층간소음에 예민해진 신경.

대출 이자에 짓눌린 어깨.

우리는 그렇게,

부지런히 스펙을 쌓고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고

든든한 재산을 모은다.

더 단단한 것들로 인생을 채워 넣으며

조금이라도 덜 불안하기 위해 애쓴다.


그래서 사람들은 요가 수련처로 모여든다.

스티라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걸,

몸이 먼저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우리가 찾는 것은 고대 현자들이 말한 크세마,

진정한 평안과 고요인 것이다.


어떤 이는 하루 종일 모니터 앞에 웅크려 있던 몸이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요가를 찾는다.

또 다른 이는 몸은 정신과 분리된 도구가 아니라,

의식이 머무는 집임을 배우기 위해 요가를 한다.


그렇게 살피다 보면 알게 된다.

견고함과 편안함이 함께 깃들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이 몸이라는 것을.


요가는

스티라와 수카가 만나는 지점을 찾는 과정이다.


요가 매트 위에서 우리는

몸을 늘이고 구부리는 것이 아니라,

삶의 빈틈에 조용히 머무는 법임을 배운다.


그 틈은 때로 숨 쉴 틈이 되고,

생각이 멈추는 여백이 되며,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내면의 방이 되기도 한다.


아파트 공화국의 단단한 벽들 사이,

침묵처럼 퍼지는 이 고요는

사실 오래전부터 우리 안에 있었다.


분리된 삶의 조각들 틈에서

문득 피어나는 이 정적.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잃어버린 크세마의 또 다른 얼굴이다.




<흐르는 것들, 머무르는 마음>은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아침,

흐르는 일상 속에서

머무는 마음을 찾아가는 요가 에세이입니다.